논현동 모노로그에 방문했다가 빅라이츠 사장님을 옆 자리에서 뵀다. 테이블에 라디콘이 올려져있길래 어 여기 콜키지 안 되는데? 근데 라디콘을? 싶어서 이거 라디콘이네요? 라고 혼잣말 아닌 혼잣말 했다가 명함 득템.
바 빅라이츠는 인스타 계정도 비공개고 예약도 지인이 아니면 지인을 통해서만 예약이 가능한 프라이빗한 예약 방식을 갖춘 내추럴 와인 전문 바다.
그냥 소문만 듣고 있었는데 명함도 받은 기념, 토요일에 낮술 하러 친구 한 명 데리고 예약 방문했다.
대광이라는 뜻은 Big Lights...
매주 토요일 이렇게 뷔페식으로 음식을 차려놓고 내추럴 와인을 글라스로 판매하는데 그 리스트가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포함 되어있으니 잔술로 마실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 같다.
그 외 와인 리스트도 100가지 정도로 보이는게 전형적인 잘 갖춰놓은 와인바...
이 날 6잔만 한정으로 판매하신다는 도미닉 벨뤼아흐 르푸. 빅라이츠에만 존재한다는 그 와인...3만 얼마의 잔술 가격이 부담된다기 보단 그 희소성에 정신이 팔려 그냥 두 잔 주문.
특별한 포도로 특별하게 만든 와인.. 고소한 골드메달애플주스 같은 향이 잔 안에 가득 고여있고 입에 머금으면 살짝 밍밍한 듯하면서 목구멍에 비벼보면 크리미한 질감이 난다. 썩은 포도 고인 물 갖고 뭐 이리 거창하게 써야하나 싶지만 아무튼 좋더라고여...
일찍 간터라, 식사 테이블이 하나둘씩 채워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바질 페스토에 버무린 링귀네를 먹고 아 여기 요리 참 제대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겉면이 빡빡하게 짭짤한 페스토에 말라붙을까말까 하다가 종국엔 촉촉하게 맛 볼 수 있는 고소한 바질을 품에 안은 맛난 링귀네.
장작에 구운 치킨도 있는데 치킨은 내 스타일 아니었다. 오버쿡의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양고기를 다져넣은 완자나 장작구이한 낙지나 하나같이 맛이 좋았는데, 소스를 사용하는 방식이 요리 하루 이틀 짬으로는 커버 불가능한 신의 영역.
샐러드나 그린빈 등의 채소류 역시 신선한게 입맛을 돋구는 맛.
이 쯤 되어 페낭도 한 잔 주문하고...
코스타딜라 1280이라는 와인인데 페낭답게 잔잔하다. 큰 임팩트는 못 받았다.
가운데 보이는 감자가 바로 퀸즈랜드 스타일로 만든 감자 스칼로프인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여러번 가져다 먹었다.
파삭한 얇은 튀김옷을 이빨로 관통시키면 본연의 단맛이 돌도록 튀겨진 감자 덩어리가 보드랍고 달큰하게 씹힌다.
밀란 네스타렉의 벨도 한 잔.
전형적인 내추럴 화이트의 불투명하고 논필터스러운. 향이 맴도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여러 물감이 섞여 탁해진 물감 팔레트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감자 스칼로프와 바질페스토 링귀니가 너무 맛있어서 자꾸 가져다 먹게 되는...
밀란 네스타렉의 나흐.
청량한 적포도를 압착해서 바로 먹는 듯한 신선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조만간 저녁에 방문할텐데 이 와인은 바틀로 꼭 시킬 것 같다.
낮술의 좋은 점은 해가 밝으니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
그나저나 나는 빅라이츠가 약간 지하에 있는 프라이빗한 바 정도로 예상했는데 한남동 골목에 대놓고 위치한 점과 생각보다 더 카페스러운 인테리어에 살짝 놀랐다.
마지막 접시는 양고기 코프타와 감자로..
양고기 코프타와 요거트 소스는 정말이지 센스있는 맛이랄까 양냄새는 최소한으로 발산하면서 푹 익은 다진 고기의 고슬고슬함이 꽉꽉 뭉쳐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시큼함과 적당한 리치함의 요거트소스와 아주 잘 맞았다.
이건 내가 사장님께 선물로 드린 skerk의 말바시아. 영국에서 직구한 와인인데 한 번 마셔보고 완전히 뿅 가버려서 몇 병 바로 더 구매했다. 관세 폭탄..
선물로 드린건데 바로 뽕따해서 나눠주신 사장님..
너무 향긋하고 맛져서 또 주문한 나흐로 이날의 낮술 마무리. 차주에 다시 빅라이츠에 저녁에 방문 예정인데 그 때의 후기를 쓸 생각에 다시금 즐거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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