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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삼청동/북촌] 간만에 입맛을 돋구어 준 밥상, 큰기와집 간장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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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이야 늘 선호하는 음식이지만, 쉽사리 먹기는 어렵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과연 식당에서 먹었을 때 그 모든 부분을 만족하고 그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인건데...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간장게장을 먹자고 연락이 와서 여러 곳을 생각해보다가 (진미식당 등등) 이동 동선이나 맛의 평 등등을 고려하여 북촌길에 위치한 큰기와집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입구에서부터 one? two?라며 인원수를 묻는 남자 사장님에게 조금 당황했으나, 간장게장도 나름 한류 음식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닌지라 익스큐즈했지만 사실 불쾌했다. 뭐 서비스 받자고 한식집 오는 것 아니니 그러려니. 한정식이라면 모를까.

​룸에 착석하자마자 청하를 주문했다. 맑디 맑은 청주의 달콤함을 아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으른입니다.

우리의 간을 위해 ​밀크씨슬까지 준비해온 당신..ㅠㅠ

이분은 제 알콜프렌드신데 저처럼 간헐적 폭음하는 유형과는 좀 다른 알콜중독자다.

집에서 끼니마다 반주하시는 분....

​가끔 점심에 와서 게장비빔밥이나 연어장비빔밥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끼니에 3만원 정도 쓰는거 괜찮잖아요?

​우리는 세명이라 간장게장 대자로 3인분 주문.

​게장전문집에서 양념게장 돈 주고 먹는자.. 삼류다.

​일품요리 메뉴판 보면서 부족하면 여기서 더 먹으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배 터지도록 먹었기 때문에 추가요리는 주문하지 못했다.

조금 지나니 암꽃게 세 마리와 밑반찬들이 놋그릇에 담겨 서브되었다.

한폭의 그림 같은 모습. 갤러리에 걸려도 손색없을 사진.

​밑반찬들을 하나하나 먹어보기 시작했는데, 전부 맛이 일품이다.

어느 분이 요리하셨는지는 몰라도 싸인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쌀밥을 주문했는데 밑반찬에 쇠고기 넣은 메추리 졸임이 나오다니, 이 반찬 하나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배가 터지면 사람은 죽으니까 욕구를 억눌렀다.

​크리미한 들깨소스를 끼얹은 연근조림 또한 수준급의 맛이었다.

들깨향이 과하지 않고 보드랍게 고소함을 뽐내는 소스와 아삭한 연근이 몹시 조화롭다.

한식명인이 밑반찬을 준비하는 듯하다.

이런 구성은 한식 파인다이닝에서 곁들임으로 내놓아도 호응이 좋을 법한 맛이다.

​아, 우거지...

어릴적 급식에 나오는 우거지국이 그렇게 싫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우거지와 시래기가 들어간 깔끔한 된장국에 밥 한 그릇 먹는 것이 소소한 낙이 되어간다. 애들 편식하는거 냅두세요.. 나이 처먹으면 다 처먹게 됩니다.

​본론인 간장게장을 잊고 있었다.

푸른 부추 끝자락과 통깨를 주홍빛 게알 위에 올려내니 색감이 좋아졌다.

사실 꽃게장 없어도 충분히 훌륭한 백반식 식사라 굳이 필요한 놈은 아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게장이 그립다기보단 정성스레 요리한 반찬에 회한을 느낄뿐, 게장을 먹으러 이 곳을 재방문할 의사는 없기 때문.

​밥과 국.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대출 몇개 끼고 있는 으른이 되면서 밥과 국을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왜냐고요? 취직하셈 그럼 알게됨

한그릇에 끝낼 수 있는 음식이나 정크푸드, 치킨, 술안주 등에 찌든 몸에 아버지가 해주는 듯한 밥과 국을 받아보니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더라.

전국의 아버지들은 국이나 열심히 끓이시길. 나돌지 좀 말고...

​밥을 놋수저로 살짝 헤집어보니 고슬고슬한 밥알이 흐드러진다.

​자, 메인 식사를 해봅시다.

암꽃게장이라는 화려한 귀빈을 맞기 위해 참아뒀던 쌀밥의 용도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다.

그저 게의 다리 한짝에 불과할 뿐인데 소중히 품고 있는 알과 내장, 게의 생살이 합쳐지니 베네치아의 가면과도 같이 풍성한 자태를 뽐낸다.

​게죽을 만들어보았다.

준비물은 간장 속에 빠져죽은 꽃게와 밥입니다. 

적당히 쓰까주면 맛이가 좋습네다.

집에서 게 좀 담궈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게장을 만들 때 맛을 제대로 내긴 어렵다. 

그러기에 좀 비싸더라도 꽃게 expert가 있는 식당에서 사먹게 되기도 하지.

큰기와집의 게장은 마치 수트를 차려입고 프로페셔널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사무직충(비하 아님 본인도 사무직임 시발)과 같은 맛이다. 어긋남이 없을 뿐더러, 맛있는 게장이 어떤건지 손수 보여주는 당당함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서빙 매너만 좀 좋아지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사소한 불친절이기에 그저 내비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