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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와우산/홍대] 미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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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 셰프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

박모셰프님이 배우자분과 두분이서 운영하는 한식주점인데, 친한 회사사람들도 좋아하는 곳이라 내친김에 비공식 회식차 방문.

제목에야 회사 인간들이라곤 적었지만 친합니다. 강제로 끌려간거 아니예요.


와우산로 골목에 위치한 관계로 자차 방문을 추천하지만 뭐.. 여긴 서울 아니겠습니까.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할 곳이 서울천지에 어디있겠나요. 위치 구리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 해보세요. 인생에서 도전할 수 있는 객체는 많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회용 종이메뉴판. 이유는 누누이 설명하지만 메뉴를 계속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변경하기 용이한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의 메뉴란이 따로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우선 단새우, 성게알, 가리비관자와 한우 육회, 생선전, 석쇠불고기, 애호박감자채전을 주문했다.

총 3명이서 5가지 메뉴를 식사용으로 주문했는데 만족했음.

​전통주가 많은게 이 식당의 또 대표적인 요소인데, 전통주를 좋아하는 나로썬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

여러분 전통주 드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일단 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고소리술을 주문했다.

위스키와 비슷한 도수지만 깔끔하게 넘어가는 얕은 풍미가 있는 술로써, 전통소주가 취향이면 추라이 트라이 츄라이. 23살 때 혼자 제주도에 갔다가 처음 먹은 술인데 한 입 먹고 괜찮은데? 생각하여 서울에서도 두어번 구매했었다.

(한국은 전통주 온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참고.)

​미로의 유우명한 기본안주, 바로 두부조림.

사실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냥 두부를 맛있게 조렸고, 밥은 왜 안파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 두부조림이다.

​보드카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고소리술을 온라인으로 구매해보세요.

온더락도 좋고 니트로 털어넣어도 시원합니다. 집에서 유튜브 보면서 한 모금이 두 모금이 되고 꼴아서 침대에 쓰러지기엔 너무 적합하지 않나요? 위스키 가격의 1/10으로 같은 도수를 겪어보세요.

참고로 판매자와는 친분, 혈연, 학연, 지연 모두 없습니다.

판매수익은 저에게 일부 돌아오지 않습니다.

​관자와 우니 그리고 아마에비가 나왔다. 앗 일본어 스미마셍 생새우가 우리말 표현입니다.

약간의 생와사비와 싸먹을 수 있는 김과 간장이 함께 준비된다.

​삼합으로 싸먹어봤더니 처음엔 우니의 달큰하고 뭉근한 느낌이 입안에 퍼지면서 관자가 계속 씹힌다. 생새우는 존재가 그리 크지 않다. 당연하지 관자 씹는데만 30초가 걸리고 우니랑 새우는 10초면 끝인데...

별로 감흥은 없었다.

우니 지겹게 먹는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그냥 따로따로 먹는게 재료 맛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싸먹지마요.

​생선전은 포슬한 살점이 보드랍게 뭉쳐져있는 느낌이다.

어메이징한 맛은 아니다. 

술자리가 지겹고 안주도 떨어졌고 이야깃거리도 떨어져서 서로 고개 숙이고 각자 트위터만 하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분위기 환기용으로 '사장님 저희 생선전 하나요' 대사를 외치고 싶을 때 추천한다.

​석쇠불고기는 술이 쫙쫙 들어가는 입에 쫙쫙 붙는 쫙쫙한 맛이다.

메뉴가 메뉴인만큼 간이 살짝 센 편이라 아래 깔려있는 양배추채와 먹으면 아삭한 맛이 더해짐과 동시에 짭조름하면서도 달달한 양념과 중화가 잘 된다.

​미로식당의 시그니처 되시겠습니다.

귀하신 떡볶이분 나왔습니다.

취해서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서비스일 것이다. 미로식당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며 졸라게 환장하는 그 떡볶이.

역시나는 역시나다. 적당히 퍼져서 말랑하게 된 떡을 천천히 씹으면 달콤한 떡볶이 양념이 마치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떡볶이감별사 입장에서 맛있는 떡볶이 찾기 힘든데 추천하는 딱 2가지가 미로식당의 떡볶이와 치킨플러스의 호로록떡볶이입니다. 

​애호박감자전.

멋지게 채 썬 애호박을 단맛이 나도록 은은히, 그리고 바삭히 구워내었는데 알콜이 안 당길리가 없는 맛이다. 야채 본연의 단맛을 느끼면 대자연의 존엄함을 느끼게된다는 좀 오바스러운 표현인가요 오랜만에 글 써서 문장이 주체가 안되네요 이것은 의식의 흐름 이따 라면 먹을까

​매실 증류주인 서울의 밤도 한 병 주문. 나쁘진 않은데 아무래도 깔끔한 고소리술이 조금 더 내 취향이다.

둘이서 전통주 두병을 처마시다니 취할 수 밖에.. (그래서 2차가서 울었음 이유는 그냥 앉아있는데 슬퍼서 울었음)

​서비스로 주신 북해도 초당옥수수.

이 귀하고 이 존나 맛있는걸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어릴 적에 통조림 옥수수는 맛있는데 왜 찰옥수수는 맛대가리가 없는지 궁금했는데 통조림 옥수수만큼 달콤하면서 아삭하고 시원하게 즙이 흐르는 초당옥수수는 빛 그 자체. 빛당옥수수 갓당옥수수 Praise the sun 태양만세

​미로의 음식들은 대체로 단 편인데, 육회 역시 단 맛이 주가 되도록 간이 되어있다.

음식에 단 맛을 사용하는걸 좋아하니 즐겁게 먹었다.

설탕 많이 먹으면 죽어서 지옥가서 황교익한테 혼날 것 같지만요

서비스 메론으로 마무리. 메론도 이상한거 안 떼오시고 맛있는 것만 골라오셨네요.


미로식당은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끔 인스타에 악평이 올라오는데 그 사람들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가게만의 룰이 엄격하고 손님에게도 어느 정도의 기본적 예의를 원하는 가게니.. 

그렇다고 쫄 필요는 없다. 사장님 두분 모두 아주 나이스하시다.

다만 일행이 곧 오는 상황이라거나, 예약 시간을 못 맞췄거나 이런 경우만 피하면 된다.

다들 미로식당가서 빛의 떡볶이를 드시고 가내평안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입춘대길 만사형통 pl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