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에 대한 추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서 임원을 주로 맡았었는데,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수련회 등등) 주로 가던 회식 장소는 고기뷔페와 1인분에 오천원 가량 하는 싸구려 닭갈비집이었다.
새하얀 양배추가 가득 들어있는 접시를 보며 저 안의 고기양은 얼마나 많을까싶었고, 먹다보면 역시 양이 부족하여 라면이나 우동 등으로 배를 채워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두 번째 일화는 초등학생 때인가 중학생 때인가 아버지가 나와 쌍둥이에게 숯불 닭갈비를 먹였었는데 그 때 그 곳 상호가 아마 오라이 닭갈비일 것이다.
너무 맛있어서 인당 삼인분을 먹었다.
그 때가 처음으로 숯불 닭갈비라는 존재와 조우한 시간이었고, 가족과 안 친한 나에게도 그 때의 식사자리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혼자서 삼인분을 먹진 못 하지만... 서울대입구에 정말정말 맛있는 숯불 닭갈비 집을 발견하여 소소하게 공유글을 적으려고 한다.
아주 착한 가격입니다. 2인 기준 한 번에 3인분 정도 주문하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소금구이도 따로 파는데 이번 포스팅에는 소금구이 사진은 없다.
소금구이를 주문하면 닭 목 근처 부위를 오돌뼈와 함께 주는데, 소금장에 찍어먹으면 또 그럴싸한 묘미가 있으니 취향에 맞게...
청하는 사랑입니다. 청 주 조 아
무쌈과 깻잎나물, 콩나물국 등이 밑반찬으로 간소하게 차려진다. 불필요한 반찬 없이 하나하나 알차다.
존엄한 닭의 자태...
직원분이 숯불 위에 하나하나 올려주시는데 이미 초벌이 되어 나와서 굳이 뒤적뒤적거릴 수고를 덜어준다. 알마초 숯불구이가 되어 적당히 투명한 속살을 보이는 닭고기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마성의 양념소스.
은근히 매운데 혀에 딱딱 감기는 정도의 단맛을 보유하고 있어서 마치 옛날통닭집에서 소금구이를 시키면 나오는 매운 소스를 연상시킨다.
닭갈비만 먹지말고 이 소스에 꼭 찍어 드시라는게 직원분의 조언이었다.
소스에 반쯤 담군 닭갈비살을 새큼한 무에 싸서 한 입 먹으니 무가 시원하게 탁 터지면서 간이 잘 배어든 닭갈비살이 미끄러지듯 뭉텅뭉텅 보드랍게 씹힌다.
존나 맛있다ㅠㅠ
버섯도 중간에 구워주고...
나머지 고기도 올려서 먹어본다.
깔끔하게 잘려진 단면과 그 사이에 축축할 정도로 부드러운 닭고기가 보이는게 너무 예쁘다. 정말 예쁘다.
숯불 위에 살짝 눌어붙은 닭껍질을 살살 떼어 먹으니 바삭하고 아주 좋았다.
닭목도 올려주시는데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작은 뼈 사이에 꽉꽉 차있는 살점을 앞니로 세밀하게 뜯어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더라.
2인분 해치우고 마지막 1인분을 올려서 먹었다.
먹는 내내 탄성을 지르면서 여긴 정말 맛있다, 유명하지도 않고 회사에서 가깝고 너무 자주 오고 싶다고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담이지만 제 블로그에 등장하는 선배들은 두세명 정도 되는 분들로 각각 다른 분들입니다.
계란찜도 주문했는데 약간 늦게 나왔다.
주방에 예의바르게 재촉을 넣어보니 이 집에서 제일 늦게 되는 메뉴가 겨란찜이라는 답변이 불쾌하지 않게 되돌아왔다.
슴슴하고 포슬한게 액상계란 안 쓰고 달걀을 직접 풀어 끓이는 것 같더라. 다만 내가 이렇게 삼삼한 계란찜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젓갈 팍팍 들어간 익은 달걀물을 먹고 싶었는데ㅠㅠ
참고로 여긴 묵밥도 맛있다 ㅎ.ㅎ
배 빵빵해져서 집에 도착하니 하늘이가 내 베개를 차지하고 있었구요. 우리 댕댕이도 다들 구경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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