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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역삼] 다이몬키친 :: 압구정보다 나은 니혼슈 전문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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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 모노로그에서 혼밥을 하다가 얘기를 나누게된 손님분이 새로 차린 라멘가게 겸 이자카야에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친구와 방문했다.

그 때 보았던 그 분의 열정과 노트에 빼곡히 적힌 니혼슈 노트들에 의해, 아 여기는 작정하고 가도 후회는 없겠구나 확신을 갖고 갔음. 특히나 도쿄에서 오래 계셨던 분이니. 나는 단순한 아웃풋만 보는게 아니라 밥을 짓는 사람의 마음도 매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를 정신적으로 매료시키는 곳에서 식사를 하며 삶을 영위하고 싶다.

다이몬키친이라는 라멘가게 자체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데, 이 역삼점은 사장님이 특별히 저녁에 니혼슈 전문 이자카야 형식으로 운영이 되는 것 같았다.

​라멘집이라는 특성상 다소 밝은 조명이 아쉽다.

불금임에도 불그하고 님들이 술을 마시러 들어오지 않는데, 아마 라멘집으로 생각해서 안 오는 듯.. 조금 조명을 줄이고 이자카야임을 알 수 있게 가게 외부에 배치된 인테리어를 변경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일단 라멘집이니 라멘을 먼저 주문하기로.. 

시오버터라멘을 1그릇, 파는 추가해서!

주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주류 메뉴판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건데, 우선 아사히 병맥주를 주문했다.

유즈도 있고 하이볼, 사와 종류도 장난없음;; 술꾼들을 위한 장소임 그냥.

아사히 병맥은 그냥 뭐 말이 필요 없는. 아사히가 맛없다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구성 자체는 꽤 만족스럽다. 차슈와 네기, 아지타마고, 숙주, 옥수수까지.

버터라멘이란건 처음 접해봐서 요리조리 뜯어봤는데, 일반 시오라멘과 큰 차이는 없어보였다. 

아쉬운건 육수가 너무 마일드해서ㅜㅜ 일본의 그 진함을 원했는데, 짠맛이 뭔가 한국패치된 느낌.

시오버터라는 장르는 매력적이었다. 은은한 버터향이 향수의 잔향처럼 맴돌다가 사라진다. 자세한 항목별 느낌은 아래로.

​이 옥수수가 은근 촌스러우면서 매력적이란 말이지.. 정말 도쿄스럽다. 도쿄에 가면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촌스러운 카페들이 있는데 그런데 가면 블랙커피와 옥수수가 뿌려진 카레 같은 것들을 판다. 

​훌륭했던 차슈... 정말 잘 삶아졌고, 부들부들하면서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잘 되어 돼지고기의 구수함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난다. 보들보들한 살점을 목으로 넘기기 전에 오돌오돌한 뼈도 잠깐 이로 다듬어본다.

​딱 적당히 삶아진 면발도 괜찮다.

최근에 명동에서 너무 푹퍼진 면을 만나서..

​맛간장이 잘 배어든 계란도 만족스럽다.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반숙 노른자의 녹진함.

다만 차가워서 국물에 좀 담궜다가 먹어야 온도감이 좋다.

친구가 주문한 쇼유라멘.

안 먹어봐서 맛은 모르겠지만, 일단 차슈가 맛있다고 평을 했으며 입맛이 까탈스러운 앤데 끝까지 면발을 감아넣는 것을 보고 나쁘진 않구나라고 판단됨.

식사도 했으니 간단히 술 한잔 하기 위해 메뉴판을 자세히 뜯어본다.

야끼토리가 전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최근 야끼토리를 너무 많이 먹어ㅠㅠ 야끼토리는 다음에, 곧, 커밍쑨해서 먹을게요.​

​메뉴 가짓수가 압구정 이치에급...ㅋㅋㅋㅋ

그 때 모노로그에서 셰프님 노트보고 와 저걸 다 한다고? 저 중에서 좀 줄이겠지.. 싶었는데 웬걸 정말 다 ㅋㅋㅋㅋ 파신다 ㅋㅋ

​간단하게 토리카와폰즈 하나 주문.

​오츠마미도 제대로 판매하신다.

​식사 중에서 내 눈길을 잡아끈게 있었는데, 가라쿠타메시라고 네기도로를 올린 볶음밥이라니ㅠㅠ

네기도로 덕후로써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바로 주문 드렸다.

배만 안 차면 야끼 오니기리도 먹었을 듯.

​가라쿠타메시.. 비주얼보고 울뻔.. 미친거 아닙니까 솊님..

​와 진짜 버터향 진동하는 볶음밥 위에 다진 참치뱃살과 다진 파라니 미친 조합.

안 시켰으면 이 날 방문의 의미가 퇴색되었을 정도.

​버터 물씬 넣어 버섯과 볶아낸 고슬하고 따뜻한 밥알의 풍미와 새큼하고 차갑고 눅진눅진한 네기도로는 상반되는 듯 하면서 아주 매력적으로 합이 좋았다. 씹어내는 순간순간이 축복이었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냐고 여쭤보니, 도쿄에 계셨을 떄의 가게 사장님이 단골 손님들에게만 내는 스페셜 메뉴였다고 한다.

​토리카와 폰즈도 곧 등장. 포션이 대체로 큰 편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짭조름하게 튀겨진 닭껍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축축한 무더미가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짠맛과 동시에 미끈한 닭껍질이 탁 터지는데, 조금 더 크기가 큼직했더라면 닭껍질 고유의 맛을 느끼기 좋지 않을까 싶다. 다소 짠 맛은 갈은 무로 중화시킨다. 여러모로 맥주를 위한 안주라고 생각된다.

​나베시마 준마이 긴죠를 잔술(13,000원)으로 주문했다.

좋은 사케들을 잔술로 마실 수 있다니 참 좋은 정책 ㅠㅠ 이런 곳들이 많지 않다. 압구정에 니혼슈를 전문으로 한다는 사케바에 가도 잔술이 아닌 병으로만 판다. 흑흑.

​와인잔에 따라주시는...

​가득 따라주신다.

와인잔에 따라 주시다 보니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마 과실향이 짙은 니혼슈라 그럴 수도 있을 법하다. 청주의 쌀의 단맛이 입 안에 춤추듯 감도는데, 꼭 꿈을 꾸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오츠마미 3종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해물젓갈을 크림치즈에 무쳤는데, 이게 뭐지? 싶다가도 진짜 맛있다라고 외치는 친구를 보면 아 맛있는 조합이구나 싶었다. 크림치즈를 못 먹는 나는 그냥 친구의 표정을 보면서 읽어내야만 한다. 이 신기한 존재를.

​카니미소...

차갑고 폭신한 대게살과 진득하고 아득한 게 내장이 맛이 진하고 좋다. 게의 묘미는 살이 아닌 내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게가 집에 있어도 흘긋 보고 지나치는 편인데, 다리살을 발라내는 귀찮음과 그 맛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게로 끓인 국은 좋아한다. 내장은 그런 존재다. 음식의 풍미를 달라지게 하는..

​야끼한 일식 어란. 카라스미라고 하는데 한국식 어란과 다르게 참기름을 일체 넣지 않고 만드는 방식이다. 조금 더 풍미가 치즈처럼 진득한 편이다.

​잔술이 가능한 술들은 원하는 술들로 이렇게 3종 샘플러로 먹을 수도 있다.

​3가지 우선 준비...

​가득 가득 따라주신다.

니혼슈가 낯선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니혼슈는 팩으로 든 간바레 오또상 이런 것만 먹었거나, 그저 그런 바틀로 먹었거나 해서 니혼슈의 매력

​얼마 전에 먹은 핀카바카라의 고래는 유토피아를 상징했던 고래였고, 이 스이게이라는 고래는 술 진탕 먹고 취한 고래다. 온도차 무엇..

​고로케 안 먹으면 섭하니 카니크림 고로케도 주문했다. 꼬치집에서 꼬치 안 먹고 고로케 먹는 것은 여전하네. 집 앞에 있던 (지금은 없어져버린) 길조라는 꼬치집에서 파는 고로케가 참 맛있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술집은 자주 자주 사라진다. 가끔은 내가 B씨나 K씨처럼 유우명한 블로거라 뭐 올리기만 하면 추종자들이 몰려가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싶다.

​바삭하게 기름에 튀겨진 겉면이 파스라지면서 우유처럼 진한 게살크림이 팍 터져나온다.

뜨거우니 반으로 갈라서 잘 식혀먹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니혼슈였는데 이것만 한두달 동안 네 번을 마셔놓고 이름도 못 외워서...

그냥 요새는 잊으면서 살아가요. 잊는 건지 잃는 건지..

​특이하게 작은 상자 안에 사케잔을 넣어주셨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상자 안에도 술을 채워주셔서 잔이 비워지면 상자에 넘친 술을 다시 따라 먹으면 된다.

19도짜리, 미묘하게 거칠면서도 젠틀하게 거친 맛.

주류 메뉴판은 위와 같다.


사장님이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시라는데, 너무 착하시고 요리도 잘하셔서 이렇게 블로그에 홍보라도 조심히 해본다. 지연혈연학연 중에 지연만 있는거지만, 나는 술집 사장님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니 지연만 갖고도 즐겁게 잘 놀면서 잘 사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