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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상수] 마음만은 이미 단골인 맛있는 오뎅바, 기치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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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상수를 꽤나 자주 가는 편이다.

명성관에서 가지튀김을 먹거나, 스시시로에서 적당히 맛있는 오마카세를 먹거나, 그 끝에는 항상 기치조지가 있었다. 뭐 세번밖에 안 들린 곳이라 앞선 문장이 조금 오바스럽긴 한데, 사장님이랑 안면 트고 별 소리 다 한 사이니 나름 단골짬바 쌓아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음악 선곡이 뜨악스럽게 좋아서 여쭤보니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직원분이 골라주신 선곡리스트라는 좋은 답변을 들었고, 두 번째 방문에서는 연애에 대한 얘기와 젋은 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세 번째 방문에는 보리소주 한 잔을 서비스로 받았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바로 그 세 번째 이야기다.

​낡디 낡은 복고풍 종이는 심지어 양피지 같은 헝클어짐을 자랑한다.

오뎅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캬베츠롤이나 바질토마토 등의 사이드도 판매한다.

​본격적인 오뎅 리스트들. 가격이 더럽게 착하다.

나였으면 저기서 천원씩 더 받았다.

여기 있는 오뎅 다 먹어본 것 같은데 하나같이 괜찮은 -보드라운 오뎅들로 기억한다.

​일품료리도 있고 사케세트도 있고.. 그러고보니 나 왜 세트 안 먹었지?

같이 가시는 분이 술을 못 드셔서 사케 한 병은 부담스럽긴하다. 그렇다고 동행을 바꾸긴 싫다.

친구 없다.

​원래 저 일품진로 먹는 사람인데요..

일품진로 공급이 중단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맛대가리 없는 화요를 주문했다.

그리고 토마토절임도 오토시처럼 먹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축축하게 절여진 달콤하고도 톡 찌르는 신 맛이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기 좋은 대상이다.

​다진 고기를 속에 넣고 삶은 양배추로 돌돌 말아 내오는 요리인 캬베츠롤.

슴슴하고 밍밍과 고소의 중간쯤에 있는 양배추는 푹 익어있으며 다진 고기는 고슬고슬하다.

어릴 때는 양배추가 너무 싫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삶은 양배추는 물론이고 생양배추까지 달다고 외치면서 씹어먹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라고 말은 하지만 여기 사장님께는 그냥 한참 어린 친구들이겠지... 나도 빨리 나이 먹어서 어른처럼 맛집 다니고 싶은데 아무리 봐도 애티가 풀풀 나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긴하다. 

​화요와 페리에에 넣을 레몬 슬라이스.

레몬의 양을 보니 단골짬에서 오는 바이브가 여실히 느껴진다.

​시큼하고 맛대가리 없는 화요... 

그냥 사케 한 병 시켜서 사장님이랑 노나먹을걸 후회를 조금했지만. 이날 휴일 전날이라 정신없이 바쁜 주방을 보고 대작의 꿈은 걍 접었다.

​우리가 픽한 몇가지 오뎅들.

한 입 베어물면 보드랍게 씹히면서 어육의 진함이 느껴지는 고급 오뎅이다.

오뎅 어디서 떼오세요? 물어보고 싶지만 나름 영업비밀이니 한 3번 정도 더 간다음에 물어볼 계획이다.

신촌에도 오뎅선술집이 있었는데 거기 계란탕에 순하리 유자맛 먹으면 뿅 가더랬지.

​화요를 실망스레 먹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보리소주를 건내주셨다.

뭐지 이 부드러운 죠리퐁향은?

그래서 술 못하는 일행에게 권했다.

"선배님 이거 드셔보실래여? 알콜향 하나도 안남!"

"안 믿어요;;;;"

​보리소주 맛나게 홀짝이면서 다음 안주 고르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뭐 하나 해주시겠다고 (감동 ㅠㅠ) 주문하지 말라고 ㅠㅠ

오크라와 토마토, 감자 팍팍 들어간 감바스를 해주셨음...

곧 판매하실 계획이라고.. 우리는 실험용 모르모트였고 우린 그런 신분에 너무나도 만족했다고 한다.

삼겹살 조림도 하나 주문했는데 쪽파가 없어서 고수를 올려주신.

뭐 간장에 고기 졸여서 고수 뜨뜻하게 올려 먹으면 아시아 느낌 팍팍 나고 좋다.

부드러운 고기가 입 안에서 씹히듯 풀어지듯 감칠맛 좋게 먹힌다.

​물떡도 주문해서 칼로 거칠게 여자답게 4등분.

요즘 뭐 소떡소떡? 유행하던데 물떡이 짱이다. 별 맛은 없는데 그래서 먹는거니까 아무생각 없으니까 맛 같은거 물어보지 마세요

​오뎅이 떨어져서... 

소세지를 해주셨다.... 후추 그레이팅 센스 있네요.

익히 아는 소세지의 맛인데 반쯤 취한 사람에게 소세지 갖다주면 절하고 먹습니다.

​편의점에서 사오신 모찌롤도 주셨다.

3차 방문이었는데 퍼주시는건 30년 단골급

사장님...너무 좋아여.. 연애 상담도 해주시고.. 팩트로 후드려 패주시기까지!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생크림 물씬 느껴지는 아이스크림도 주시면서 사케를 부어주셨다.

사케바에서 배운 스킬이라고 한다.

나는 이미 기치조지의 단골이 되었고 어떤 분의 팩폭이 떠오른다. 뭐라고 했더라 나한테 좀만 친밀감 있게 굴어주면 바로 충성스런 단골 된다고? 어 맞는 말임;;; 평소에 워낙 아싸라서 낯가리는데 가게 사장님들이 말 걸어주면 화색 바로 돌고요? 

이렇게 단골집을 하나 더 쌓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