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발탄은 꼭 갈거라고 계획을 우겨세웠는데 안갔으면 어쩔뻔 했어... 서울 오발탄 반값이쟈나여
사실 서울에서도 오발탄은 자주 안 가봤어도 중국에 오발탄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으나 웹에서 상해 오발탄에 대한 정보를 찾긴 어려웠다. 한국에서 상해 여행가는 입장에서 한국음식은 안 먹어도 된다고들 다들 생각해서 안 가는 것일까? ㅠㅠ
오발탄 홈페이지에서 상해 오발탄 정보를 찾아보니 시내에서 좀 많이 떨어진 곳에 있다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체념하고 호텔 ,-> 오발탄 왕복 2시간 거리 트립을 주섬주섬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징안쓰역 크리스탈 갤러리아 쇼핑몰에도 오밡탄이 있다는 정보를 주워 들었다. 그렇게 바로 징안쓰역으로 출발해서 크리스탈 갤러리아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쯤
참고로 크리스탈 갤러리아는 영어이름으로 검색하면 안나오니 밑에 첨부하는 구글지도를 참고하시기를
넘나 익숙한 한국어로 써있는 "오발탄"
그런데 그냥 오발탄이 아니라 강남 오발탄이다. 짭인지 의심을 좀 했는데 오발탄 로고와 같은 폰트로 먹어보니 또 존맛이라 의심은 접는걸루..
쭈볏쭈볏 들어가서 좌석 문의를 하려고 했는데 예상 외로 한국인 직원은 없고 다 중국분들만..
6시도 되기 전에 갔는데 이미 매장은 만석이었다. 한국인들은 없고 전부 중국인들!
대기표 받고 한 15분쯤 대기대기
조금 기다리니 아주 널찍하고 나같은 혼자 여행자에게 과분한 4인 테이블에 홀로 배정받았다. 메인홀과 살짝 격리되어있는 곳이라 되게 외톨이같았음. 흥겹게 대창 굽는 가족손님들 옆에서 먹고 싶었는데 '_`
아무튼 손짓발짓 바디랭귀지로 대창 1인분 양 1인분 양밥 1개 된장찌개 1개를 주문했다.
양,대창, 된장찌개 주문할때까지는 평온한 얼굴로 주문을 받으시던 직원분이 내가 양밥을 가르키자 질색한 얼굴로 두 손으로 원을 동그랗게 그리면서 괜찮겠냐고 하시던데 나는 양밥이 동그렇게 나온다는줄 알고 잇츠오케라고 함.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 음식의 양이 이만한데 니 혼자 다 먹을 수 있겠냐는 뜻이었던듯 ^^..
밑반찬은 기대 이상으로 정겹게, 또 많이도 나온다. 한국에서 갈비집에 갔을 때 볼 수 있는 흔한 광경
상큼한 샐러드를 시작으로 살짝 입맛 돋구어보기
사실 상해에서는 하도 꾸역꾸역 먹고다녀서 늘 배가 불러있었기에....
김치는 매우 그럴싸한 적당히 익은 김치다. 신맛이 강해서 안 먹었지만 한국에서 날아온 김치 아니가 싶을 정도로 멀쩡한 맛이었다.
연두부 무침 ㅠㅠㅠ 새큼짭짤한 초간장에 고춧가루 올리고 오이와 김가루로 마무리한 연두부무침. 꼴랑 4박5일의 중국 여행이었지만 나는 어쨋거나 저쨋거나 한국음식이 간절했던 터라 이 반찬을 보자마자 아주 맛있게 끝내버렸다.
계란말이는 좀 뻑뻑해서 패스. 헛 배부를듯하여..
양과 대창 각각 1인분씩 나왔다. 가격은 1만원 중반대로 한국의 반값수준. 최소 40%는 싸게 먹는다고 장담한다..
숯불이 들어오고.. 기대감 완전 상승 중
숯불에 뭔가를 굽는건 자신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오셔서 다 해주신다.
나는 그동안 된장찌개를 받아먹고.. 얼마더라. 5천원쯤 했던 것 같다.
와씨 이 된장찌개 와나
엄청 진한 찌개국물이 환상적이다. 두부, 애호박, 양파가 국물 반 얘네 반 수준으로 푸짐하게 들어있고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강렬하고 짭짜름하면서도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이 여행 피로를 다 날려버리더라. 한국에서 먹어본 된장찌개까지 다 손꼽아봐도 단연 으뜸이다.
윤기가 흐르는 조밥에 찌개 국물과 두부를 얹고 으깨고 비벼 먹고 있으니 눈과 고개를 밥공기에 고정하고 먹을 수 밖에 없는 맛이었다. 엎에서 양 굽고 계시던 직원분은 아마 처음 보는 진풍경이었을 것 같다. 웬 꼬질꼬질한 행색의 한국 여자애 한 명이 들어와서 최소 2명이 먹을법한 양의 음식을 주문해놓고선 갑자기 된장찌개에 눈을 희번득이며 퍼먹는 모습이... 창피하다 ㅎㅎ
예상보다 금방 구워지는 대창 친구와 양 친구들. 통통한 모습이 예술이다.
양이 먼저 익어 내 앞에 놔주시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한 젓가락 집어 냠냠
설컹설컹하게 씹히는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꼬들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으니 불쾌한 식감도 아니고. 다만 나는 양을 굳이 사먹진 않는 편이다. 맛있으면 뭐 몇만원해도 사먹는게 스텔라지만 이거는 모르겠어. 그닥 맛이 아주 좋은건지는.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하는 편이다.
칭따오 순생도 한 병 주문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기름진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드디어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내 양밥이 나왔다. 사진의 양밥이 비어있는 이유는 나오자마자 직원분께서 덜어서 내 앞에 놔주셨기 때문! 완전 친절도 하셔라... 이렇게 하나하나 봐주시는 서비스 보면 한국 못지않게 친절하시다.
양밥 가격은 1만원쯤으로 기억함.
쫄깃한 양이 조각내어 쏙쏙 들어가 있고, 깍두기도 뭉근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양밥.
김치볶음밥을 좀 더 고급지고 기름지고 고소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감칠맛을 살려낸 버전이 바로 오발탄의 양밥이다. 일주일 내내 주식을 양밥만 주고 살라고 하면 나는 잘 살 수 있다. 내장구이류에 밥을 볶는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휴식....
대창도 어느덧 다 익었다.
오발탄 대창을 먹어보면 내가 그동안 곱창집에서 먹었던 대창들은 대창이 아니었음을.. 소금구이가 아닌 양념구이라 그 진가가 빛을 발한다. 통통하고 기름진 대창을 살짝 단맛과 매콤함이 나도록 밑간을 미리 해서 구우면 훌륭한 요리로 탈바꿈이 된다. 느끼함과 고소함이 이렇게도 철저히 분리가 가능했던 사실을 나는 몰랐었지.
그 동안 느끼하다고 곱창집에서 꺼려해온 부드러운 기름뭉치와 쫄깃한 겉껍질은 죄가 없었다.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수줍은 달콤함의 승리
양밥이랑 먹어봐도 최고..ㅎㅎ
정신없이 쏙쏙 집어먹었고요.
솔직히 말해보면 1명이서 2인분 커버 가능하다. 양밥과 된장찌개 +밥 1공기를 작살내고도 2인분을 잘 먹었던 것을 보면ㅋㅋㅋㅋㅋㅋ 2명이서 갔을 경우 대창 2인분 양 1인분 + 양밥을 추천한다. 넘나 맛있는 된장찌개도.. (소심)
때깔 죽인다. 오발탄 대창은 진짜 상해에서 먹어본 것 중 최고의 음식이었다. 쫀득쫀득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신기한 맛.
다 익은 대창과 양은 이렇게 앞접시에 따로 담아주신다. 양은 몇 점 남겼고 대창은 남김없이 행복하게 클리어
양밥이 조금 남았긴한데... 포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뭐 먹다 남겨도 걱정은 전혀 노노
남은건 이렇게 포장해서 다음날 아침에 먹었는데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았어도 상하지 않아서 꿀맛 아침식사로 먹었다.
후식으로는 팥빙수까지 나오는 센스. 통팥은 맛있었으나 얼음이 우유 얼음 아니고 맹얼음이라 내 취향 아닌 부분. 패스
이렇게 부른 배를 안고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다. 원래는 마라롱샤 거리에 가서 민물가재와 가리비를 먹을까 했지만 오발탄에서의 식사가 과헀던 관계로 마라롱샤는 패스하고 침대에서 꿀잠자는 것으로 4일차 마무리.
오발탄(크리스탈갤러리아쇼핑몰) 주소 : 68 Yuyuan Rd, Jingan Qu, Shanghai Shi, 중국 200000
오발탄 영업시간 : 정확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