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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압구정] 우리의 환상적인 크리스마스는 버블앤코클스에서 석화, 샴페인, 샤블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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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은 뭔가 우아하게 와인과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신없이 페미나치로써 1년을 살아왔더니 벌써 일년이 갔다. 변변한 가스실 하나 장만 못했는데.. 

정신 차리니 크리스마스더라. 몇 주전에 압구정 버블앤코클스라는 해산물&와인 전문점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엔 그냥 그런 인스타용 맛집인줄 알았더니 어라, 의외로 미식가들 평이 좋다. 업장쪽 인스타그램도 훝어보니 음식으로 장난질 안 하고 나름 요리에 대해 고민을 하는, 그러니까 발전하는 가게였던 것. 

거침없이 예약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7시 30분에 방문했다. 메뉴는 안 찍었는데 버블앤코클스 인스타그램에 나와있고, 주기적으로 변경되는 것 같으며 스몰 디쉬 메뉴들 기준 1만-2만 사이로 주로 가격 형성이 되어있는 듯.

​조셉페리에 브륏 샴페인을 6만9천원에 할인한다는 나름 고급정보를 듣고 망설임없이 선금부터 내고 예약.

아주 아담한 내부에 조금 놀랐는데, BAR 좌석에 앉으니 꽤 널찍하고 불편함이라곤 전혀 없었다. 미리 샴페인잔은 세팅하고 시작

​으스스한 귀신의 집에 있을 양초더미가 클래식한 내부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고딕 스타일 같기도 하면서 미국 서부 지방을 달리는 기차 속의 낡은 펍 같기도 하면서 깔끔하고, 아늑하고 훈훈한게 연말연시의 현실화쟈나 

​식전빵이 나왔는데 이때 다소 정신없었다. 메뉴판을 훝고 메뉴를 주문하고 가져온 와인을 칠링 부탁하고 음음 

그래서 상대적으로 식전빵에는 관심을 못 가졌는데, 나중에 맛본 결과 발사믹과 올리브오일과 빵은 큰 단점이 없었고, 가리비 위에 올려진 버터 한 조각도 센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신선한 석화 6피스를 주문했다. 청순한 얼음더미 위에 얌전하게 얹혀 나오는데, 샬롯 비네거와 레몬 한 조각이 곁들여져 나온다.

착 떼어내서 비네거에 푹 찍어 먹어보니 비린내 하나 없이 완벽한 향기와 끝없는 고소함이 춤을 춘다. 완전 신선해. 이 맛에 석화 잘하는 집 찾아다닙니다. 마치 평소에 먹던 느끼하고 비린내 나는 라떼가 아니라 폴 바셋의 상쾌하고 고소한 우유로 만든 라떼를 먹는 듯한 이 기분.

​사랑스러운 나의 조셉 페리에 브륏(Joseph Perrier Brut, NV)! 전세계 권력자들과 영국 왕실에게 사랑받는 명실상부한 샴페인이다. 심플하고 날렵한 바틀 디자인

부드러운 볏짚 빛깔로 가득 찬 샴페인잔을 들고 ​짠, 하고 한 모금 머금어 보니 섬세한 기포가 치고 올라온다. 산뜻한 산미와 배, 레몬, 사과 등의 복합적인 상큼한 과일향이 느껴지면서 유쾌하고 통통 튀는 듯한 가벼움. 산도가 과하지 않아 식전주로 좋다. 프리미엄 뀌베 몸값 하네. 잔이 잔을 부르고 엘레강스하단 느낌이 바로 이거닷.

​아티초크 퓨레를 곁들인 관자요리인데 pickled한 포도도 조금 덜어져 나온다. 

쫀득단단하면서 불향을 머금고 구워진 관자에게 단점은 없었으며, 세상의 모든 고소함과 버터리함을 한데 모아 끓인 듯한 아티초크 퓨레와 적당히 어울렸다. 사실 이 퓨레의 리치함은 의외로 관자보단 저 절인 포도와 아주아주 잘 맞았는데, 새큼하고 달콤한 존재를 퓨레가 포근하게 감싸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어 카르파치오도 한 접시 주문했다.

청포도를 말려서 만든 살사와 시트러스 소스를 뿌린 전채 요리. 

​접시에 덜어 먹을 수 있게 집게를 따로 구비해준다.

갠적으로 문어요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최종적으로 아주 맛있게 먹었던 요리다. 질기지 않고 적당히 탄력 있으면서도 야들야들한 문어살이 내는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에 자극적이고 강렬하지만 규모가 작은 튀긴 마늘들, 설탕에 절인 라임 조각과 전반적으로 느낌을 주는 새큼한 시트러스&오일이 전부 단계별로 밸런스가 맞았다. 

훅 치고 들어오는 감미로운 醋의 톡 튀는 산미와 향긋함에서 쫀쫀한 문어로,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마늘칩과 라임조각들.

​라이언보고 샤블리를 사오라고 했더니 라 샤블리지엔느의 샤블리 라 삐에를레 2014.(La Chablisienne, Chablis La Pierrelee, 2014)를 가져왔다.

​콜키지가 1병까지는 프리라, 착석하자마자 칠링을 맡겨 놓은.

은은하고 우아한 아로마.. 전반적으로 산미가 생각보다 튀지 않아서 잔물결이 이는 평화로운 바다 수면을 보는 듯한 느낌의 와인. 

지속적으로 기포가 퐁퐁 솟아오르는 조셉 페리에 이후에 마신 관계로 강한 샤블리라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알콜이 없을 정도로 상냥한 맛이 났다. 진한 굴구이와도 베스트 마리아쥬였고. 

​일단 음식이 떨어졌으니 굴 구이를 1접시 추가로 주문했다.

석화 위에 빵가루와 시금치,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올려 바삭하고 고소하게 구워낸 훌륭한 요리. 빵가루의 크리스피함은 신의 한수였고, 굴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뜨겁게 맺혀있는 현상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라이언은 관심 없는듯ㅎㅎ) 시금치는 서양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로, 굴이나 쇠고기 같은 진한 식재료의 풍미를 업글시켜준다. 이 구운 석화요리는 잊지 못할 듯. 

​매쉬드 포테이토와 백합조개 요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역시 해산물 전문점다운 수준급 맛이었다.

조개국물에 푹 젖은 으깬 감자의 존재는 마지막 남은 샤블리를 털어 마실때 아주 용이하게 먹혔다. 

우리의 3번째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렇게 끝이나고 신촌가서 한 잔 더하고 집에 갔다. 둘이서 와인 1병은 턱없이 모자라는데 2병 마시는 늘 대만취 ㅋㅋㅋㅋㅋ담날 골깨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