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taurant reviews

[디지털미디어시티/상암] 트라토리아 몰토,감자보다 더 감자같이 맛있는 뇨끼와 시칠리아풍 고등어파스타가 있는 그 곳(Trattoria Molto)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요즘 내 취미는 서울에서 좀 한다는 파스타집 찾아다녀보기. 서울에서 맛있는데 내가 다 갈거야....ㅜㅜ 맛있는 것을 먹는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사진으로 남겨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이나 카페에 리뷰를 쓰는 것도 중요하니까. 요즘은 이런 맛으로 산다. 아직 1년 남짓밖에 블로그를 하지 않았지만 막 3년 5년 이렇게 하면 완전 거대해지지 않을까? 파워블로그까진 아니더라도.

상암을 올 겨울에 2번이나 갔다. 스시 키노이와 트라토리아 몰토를 위해서.

휑한 느낌의 지역에다 집에서 가기도 빡센 장소니 평소에 굳이 갈 일 있나 싶었지만 압구정의 트라토리아 몰토가 상암에 자릿세로부터 오는 가격 거품을 낮춰 오픈을 했다니 꼭꼭꼭 가보고 싶어서 미리 1명 예약을 해놓고 토요일 점심때쯤 혼자 방문을 했다.

​무슨 와인바처럼 생겼내 감각있내

한적한 골목으로 좀 들어오다보니 웬 공사판 바로 옆에 작은 간판을 단 트라토리아 몰토(Trattoria Molto)가 있었다.

트라토리아는 이탈리아의 식당 종류 중 하나이다. 격식으로는 리스토란테 (ristorante)보다는 낮지만, 오스테리아 (osteria)보다는 높다. 아무튼 이탈리안 식당 중 이렇게 트라토리아, 리스토란테를 앞에 달고 그 뒤에 별칭으로 수식해서 가게를 오픈 하는 곳들이 많다. 그 외에 에노테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건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전문으로 판매를 하는 가게를 의미한다고 한다. 거기서 파스타를 팔든 뭘 팔든 자유지만 어쨌든 에노테카라는 단어가 있으면 와인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안내는 실내로 받았지만 생각보다 정말 한밤중처럼 깜깜한 실내 분위기에 다소 시끄러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라스석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테라스에는 한 무리의 여성분들이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식기를 세탕받고 앉아있다보니 그 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잘 들여왔는데 나도 거기 끼고 싶더라.. 막 이태리재 파스타 얘기도 하고 어디가 맛있니 아니니 대화를 하시는데 나도 그런거 잘 할 수있는데..ㅠㅠ 친구 맺고 싶었다..

​메뉴는 매일매일 업장에서 프린트를 해서 업데이트를 한다.  명성에 비해 완전 착한 가격! 역시 자리 잡은 동네가 가격 형성에 큰 몫을 한다고...

나는 초리초 소스를 곁들인 세몰리나로 만든 로마식 뇨끼(1.3만원)와 시칠리아풍 고등어 파스타(1.9만원)를 주문했다. 가격 완전 좋은데? 울 회사 옆 다피타 가격이랑 흡사하네. 

​바게트와 비슷한 외관의 흰빵과 올리브오일이 식전빵으로 나왔다. 향긋한 올리브오일에 짭짤한 빵 찍어먹으면 그 맛은 부처님도 못 조차가...희희

​초리초 소스와 뇨끼가 금방 나왔다. 총 뇨끼가 3점이 나오는데 양은 적다. 상당히 세련되면서도 고상한 플레이팅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뇨끼를 감자처럼 썰어내어 앞 뒤로 팬에 바삭하게 지져서 그 고소한 버터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게 당장 먹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조금 떼어넣어 먹어보니 세상에, 내가 집에서 구워먹는 감자보다도 더 감자스러운 맛이었다. 

입자가 곱기도 하지. 그 밀도 높은 크리미함속에 버터와 감자, 세몰리나가 한데 뒤엉켜 완벽하게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만들고 있었다. 으깬 감자와 동일한 식감으로 혀를 감싸안으면서도 겉의 바삭함 역시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100% 스텔라 취향의 요리.

​초리초로 만든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 먹어보니 더 기가 막혔다. 

오일이 충분히 들어간 이 소스는 토마토페이스트의 진한 토마토와 더불어 간간히 씹히는 고깃덩어리까지, 단순한 소스라기보단 요리에 가까웠다. 감자튀김에 케찹 찍어먹는 조합을 한 5배 정도 고급스럽게 변형해보면 바로 이 뇨끼와 이 초리초 소스가 될 것이다. 그만큼 흠 잡을 곳 없는 궁합이다. 

​순식간에 뇨끼를 전부 먹어치웠지만 소스가 살짝 남아서 식전빵을 조금 떼어서

​남은 초리초 소스를 남김없이 긁어먹었다. 식전빵과 함께 먹어도 미친 맛이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이게 너무 그리워서 1월 안으로 한 번 더 갈까 생각 중. 인생을 좀 더 살다보면 결국 서울에서 가장 그리운 외국의 맛이 바로 이 뇨끼가 될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뒤이어 시칠리아 스타일로 만들어낸 고등어 파스타가 준비되었다. 뭔가 이 요리 자체가 현대미술적인 디자인이다.

​고등어 살점만 포크로 집어 먹어보니 비리지 않고 등푸른 생선을 향긋하게 조리해내었다. 이 정도면 진짜 비린맛 극혐하는 사람들이라도 무난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다. 그 외에 방울 토마토나 브로콜리, 썰은 양파, 호두와 잣 등등 파스타치고 매우 다채로운 재료가 듬뿍 들어가서 굳이 고등어파스타라고 생각하기보단 고등어가 들어간 파스타라고 부르고 싶다.

고등어파스타와 고등어가 들어간 파스타가 주는 의미는 완전 다르잖아?

탄탄하게 기름에 볶아진 스파게티면을 한데 뒤섞으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포크로 휘휘 저어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모아서 한 입 먹어보니 고등어 특유의 풍미가 토마토와 어우러져 포근한 느낌을 마구 발산한다. 짭짜름하면서 오일 베이스가 부담스럽지도 않고, 잣과 호두는 이미 충분히 고소해서 기름과 함께라면 좀 무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잘 볶아진 양파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을 그 조합을 잘 억눌러준다. 

간간히 느껴지는 토마토의 새큼함, 브로콜리의 싱그러운 버터같은 맛, 고슬고슬한 고등어살이 먹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환상적인 파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만은 없었던 요리. 하지만 내가 기대를 너무 하고  찾아가서 그런지, 아니면 뇨끼가 우주최강으로 맛있어서 그런지 큰 임팩트는 받지 못했었다.


다음에는 와인과 함께 닭요리나 방어요리, 스테이크 등을 즐겨볼 것이다.

내 기준 첫방문, 재방문 모두 충분히 가치 있는 멋진 식당. 상암 트라토리아 몰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