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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해방촌/녹사평] 클래식 영화같은 작은 위스키&스테이크바, 올드나이브스(Old Kn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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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방촌에서 단골로 만들법한 장소를 찾았다. 한 번 방문하고 바로 재방문 계획을 세운 이 곳은 해방촌 끝자락 언덕길이 시작될 무렵에 위치한 아주 작고 간판도 없는 위스키바. 올드 나이브스(Old Knives)라는 다소 미국 서부틱한 이름을 달고 스테이크와 위스키 및 칵테일을 마리아쥬시켜 판매하는 곳인데 예약을 안 받는다ㅠㅠ

첫 방문때는 2명이서 간거라 1시간 안팎으로 기다리면서 다른 곳에서 샌드위치 먹다가 갔는데 3명이서 갔을때는 2시간 동안 피자집에서 앉아있어야했다. 쒵.. 개인적으로 예약제로 운영하신다면 더 좋겠지만 술집의 특성상 그리고 아주 작은 공간이라 더 로테이션률이 안 좋을 것 같기도 하고.

2분의 바텐더와 2분의 셰프님이 팀을 이루어 운영하시는데 각 파트별로 1명의 메인과 1명의 보조로 일하시는 것 같다. 이 좁은 구석에 4명씩이나 있는게 신기하긴하지만 스테이크를 요리하고 조주를 하는게 영 시간이 짧게 걸리는 작업은 아니니 각각 2분씩 있는게 맞는 것 같음.

​​8명 정도 수용가능한 바와 작은 테이블 2개 정도로 구성된 공간이다.

바에 앉으면 바로 앞에서 스테이크가 구워지고 파스타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친구가 주문한 모스코뮬. 모스크바 노새(Moscow Mule)이라는 칵테일로 동으로 만든 전용잔에 마시는 킥이 강한 칵테일이다. 모스크바에서 시작된건지 어디서 시작된건진 모르지만 술 못하는 친구가 2번씩 마신걸 보면 뭐.. 그리 세진 않은 듯.

참고로 대부분의 칵테일과 위스키는 균일가 15,000원

내가 주문한 올드패션드에 불을 붙이고 계신 바텐더님.

이런거 먹는데 불질 안하면 좀 그래..

아메리칸 위스키로 만든 사랑스러운 올드패션드!

혀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조임이 매력적이면서 그 성숙한 향을 잊지못해 번번히 먹게 되는 칵테일이다. 위에 올려진 오렌지의 아로마는 덤.

​올드나이브스에서는 등심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딱 1개의 메뉴를 더 갖고 있는데 바로 블루치즈를 넣은 크림파스타. 크림과 치즈에 절대 취향 없는 난 시킬 일 없지만, 이렇게 두툼한 통베이컨을 토치로 지지는 모습을 보면 궁금해지기도 한다.

​​​​간단한 식사를 이미 하고 간 차라 2명이서 주문한 스테이크 300그램. 100그램당 11,000원이라 완전 부담없고요?

통후추와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돋보이는 접시에 야채 가니쉬는 따로 팬에서 요리해서 같이 내어주신다.

그런데 주로 만족스러웠던 스테이크가 대체로 하이프라이스였고 저가형 스테이크는 다 쒵인 기억이 있어서 크게 기대는 안했다. 좋을수록 더 비싸고 아무튼 매번 그런건 아닐테지만 약간 나에게 기본적인 공식같은 생각이 있어서.

​굽기는 기본적으로 미디움레어정도로 해주시는듯.

한입 먹어봤더니 꽤 괜찮다. 와, 사르르 녹네!는 아니지만 밀도 높게 빽빽한 쇠고기의 고소함에 팬시어링만이 낼 수 있는 완벽한 마이야르 효과가 바삭하면서도 단단하게 씹히는 매력이 있다. 육질이 부드럽다고 보긴 힘들지만 질긴것도 아닌, 말 그대로 "빡빡한 매력"이 있달까.

특히나 지방질이 붙은 등심 끝부분을 먹어보면 기가 막히다. 상대적으로 얇은 부위라 꽤 빡세게 불 위에서 익혀진 느낌인데 기름을 바삭하게 지져서 먹으면 톡, 하고 터지는 듯한 그 기름진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통겨자와도 궁합은 좋지만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는 소금과 후추로써 완벽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그냥 주신대로만 한 점 한 점 집어 먹었다. 이미 간 다 해서 주시고 싱겁지 않은게 베스트. 고급이라곤 말 못하지만.. 굳이 가성비라는 -자주 사용하면 구질구질할 수도 있는 최악의 단어인 부분을 따져보자면 괜찮다는거지.

​애호박, 가지,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양파, 감자

기름에 지졌을떄 맛있는 야채만 골라서 구우신게 맞는.. 푹 구워진 감자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는 그 즐거움을 어디서 또 구하겠나

​달콤하고 바삭하게 구워진 양파 역시 일품이지만

두툼하고 단단하고 아삭한 애호박 역시 쫀쫀하게 맛있지만

길게 썰어 바싹 구운 가지가 인상 깊긴하다. 물기가 많은 가지 특성상 완벽하게 바삭하게 만들기 어려운데 앞뒤로 잘 지져짐.

스테이크 다 먹을쯔음 내가 심심해서 하나 더 주문해본 칵테일.

생김새를 보아하니 민트줄렙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내가 칵테일 주문할때 몇가지를 제외하곤 "이러이러하고 이러이러한 칵테일 먹고 싶은데 하나 만들어주세요" 이런식으로 주문을 하다보니 이름 기억이 어렵다.

아무튼 민트향이 상쾌한,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

​그리고 난 술 2잔으로 모자라 위스키를 요청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몰트 위스키들 쫙 깔아서 설명해주시는 클라스. 글렌모렌지들의 위엄.. 소테른과 같은 통에서 만드는 위스키 등등.. 위스키를 잘 모르는 날 위해 하나씩 코르크 뽑아서 향 맡아보게 해주시고요

​이것저것 시음.. 꼴꼴꼴꼴... 

이렇게 넘나 만족스러운 올드나이브스에서의 첫 방문을 마치고 나는 몇주 뒤 금요일 친구 2명을 이끌고 재방문을 했는데 이날 진짜 정확히 2시간 기다리고 눈물이 줄줄 나는게ㅜㅜ 웨이팅만 아니면 자주 갈터.

두번쨰 방문에서는 스테이크 ​300그램 한 접시와 200그램 한 접시를 주문하고 칵테일 주문을 넣었는데 이날은 왠지 바텐더 한분이서만 일하시는 느낌이라 술 받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이 날은 후지필름 x70을 들고가서 전반적으로 색감이 달라졌다. 조금 더 진하면서 애니메이션틱한 색감이랄까. 빛이 바랜듯하고 노출이 많은 gf6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친구는 한 명은 첫 방문 때 먹었던 모스코뮬을 다시 주문하고.

​술 못 마시는 친구는 레몬이 들어간 상큼하고 라이트한 칵테일로.

주문하자 마자 뺏어서 내가 들고 사진 찍기 ㅋㅋ

​내 몫의 200그램어치 스테이크,.

어제 망고플레이트에서 이 사진 쓰고 싶다고해서 연락이 와서 오케이했다. 

​난 이 날 칵테일 1잔만 먹을 생각으로 주문한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

위스키를 제외한 칵테일 중에서 하나 고르라면 난 무조건 이거다. 양주로 폭탄주 말아먹는 느낌이 얼매나 좋게요? 길쭉한 유리잔에 큼직한 얼음 넣고 콜라 살살 부어 먹는 맛은 1잔짜리 기쁨으로 충분하다.

다만 이날 가니쉬가 좀 덜 구워져서..

주문이 양팀에서 한꺼번에 들어와서 셰프님이 좀 정신없어보이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야채의 익힘이 덜했다. 감자는 좀 설익었고. 뭐 아쉽긴한데 여전히 애호박과 가지는 맛있으니까. 11시까지 있다가 집으로 향했다.


해방촌은 참 여러모로 가치 있는 장소란 말이지.

낮은 주택들과 자유로운 식당들이 공존하는 작은 마을. 주말보다 평일 밤이 더 어울리는 이곳. 트웰브에서 위스키를 마셔도 좋고, 배고프면 올드나이브스에 와서 위스키에 스테이크를 곁들여도 좋고. 싸다고 무시할 스테이크는 아니니 부담없이 와서 여러 술과 함께 즐기기에 최적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