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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종로] 계림 닭도리탕, 진한 국물 속에 푹 익은 감자와 닭고기, 다진 마늘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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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내내 닭도리탕 노래를 불러보다가 드디어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 추운 바람이 부는 12월 어느날, 종로에 위치한 계림 닭도리탕에 다녀왔다.  닭도리탕이란게 굳이 돈 주고 먹어야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가끔 그 보글보글 끓는 따뜻한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집에서 하기도 귀찮고 밖에서 주변 사람들과 외식하고 싶어질때면 이렇게 퇴근 후 한잔 하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에 대한 처방전이 되지 않을까? 

수요미식회인지 삼대천왕인지 모를 프로그램에 소개 되어 최근 인기를 더 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곳은 몇년전부터 귀에 들어왔을 정도로 이미 꽤나 닭탕으로 저명한 식당으로 알고 있다. 

좁은 골목길, 어둠이 내려앉은 한산하고 비좁은 길을 몇 번 꺾어 들어오니 반가운 간판이 보이고..

​평일에 사람이 더 많은 종로 특성상, 그리고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장소인만큼 저녁 8시쯤 도착해서 30분 정도 웨이팅을 하게 되었다. 다들 손으로 직접 적은 꼬깃꼬깃한 간이 번호표 종이를 손에 쥐고 언제 자기 차례가 오려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대기하고 있는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번호표 대기의 장점은 굳이 차례대로 줄을 맞춰서 강박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서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 편하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와보면 어느덧 내 차례가 되어있었다.

​슴슴하게 무쳐진 콩나물과 깍두기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느낌의 전형적인 한식당 내부에 꽤나 빽빽하게 차 있는 2-4인용 식탁들. 다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술 한잔씩 하며 목소리를 높여 즐기는 분위기라 조용할 곳은 못되지만.. 의외로 의사소통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4명이서 大자를 주문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분이 아직 완연히 익지는 않은 닭도리탕을 들고 오셨다.​

이거 빨래 삶는 통 아니야? 싶을 정도로 깊고 넓은 양푼 속에 새빨간 닭도리탕 국물과 풋풋한 초록빛 대파,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다진 마늘이 시선을 강탈한다. 언제 다 끓나 싶을 정도로 많다.

​친구가 어디 블로그에서 주워온 팁이라고..

국물이 끓기 전에 마늘을 집어 간장에 풀라고 한다. 그래서 마늘을 좀 넣어봤다. 시큼하면서 꿉꿉한 맛이 나는게 딱 대구탕의 대구 건져내서 찍어 먹으면 좋을 맛인데... 

​가스불 화력을 최고로 해도 잘 안 끓는다. 포기하고 술부터 먹기로 한다.

​쏘맥 마이스터께서 말아주시는 쏘맥을 경건히 받아먹는다..

​드디어 보글보글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오면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따로 돈 주고 닭도리탕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저 뽀얀 떡들이 왠지 낯설다. 오래 끓일 이유는 없으니 떡부터 건져 먹기로 결심했긔

​떡만으로는 탄수화물이 부족하니 쌀밥도 한 공기 내 몫으로 시켜서

​아직 닭고기가 졸아들려면 멀었고 떡을 반찬 삼아 밥이랑 좀 먹기로 한다.

​달달한 맛이 감돌면서 흐느적거리는 질감으로 낭창낭창 휘어지는게 어릴적 먹던 분식집 떡볶이를 떠오르게 한다. 군내 없고 부드럽게 쫀득함이 매력적인

​약 30분 가까이 끓이고 또 끓였더니 이렇게 잘 졸아들었다. 

​닭고기 한 점 집어올려 따끈한 밥 위에서 젓가락으로 요리조리 해체해서 먹어보기

아주 맛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대로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닭볶음탕의 정석을 피해가지 않는 맛이다. 닭냄새가 없고 칼칼한 양념이 묻어있는게 밥반찬으로 그리조아.. 닭고기는 다리, 가슴, 날개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섞여있는 편인데 이날 모인 친구들 중에 굳이 다리를 선호하는 친구가 1명 밖에 없어서 나중에 보니 다리가 많이 남아 그 친구 몰빵해줬다.

닭다리에 사람들이 왜 집착하는걸까? 어릴 적부터 닭다리란 발라먹기 귀찮은 존재였을뿐.. 그래서 고등학교 올라가서 반친구들과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다들 닭다리를 안 먹고 있길래 나는 쟤네도 싫어하나보다하고 그냥 내가 두개 다 먹었는데 친구들이 너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알았지.. 닭다리란 신성한 영역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사실 계림 닭도리탕의 백미는 닭이 아닌 바로 이 푹 익은 감자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이 국물이다.

찰흙반죽처럼 부드럽게 으깨지는 고소한 감자를 반으로 쪼개 뜨거운 김을 불어가며 한 입

​국물이 짜지도 않고 그냥 떠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얼큰하면서 감칠맛이 좋다. 텁텁하지도 않고. 그래서 쌀밥에 국물 그득 넣고 비벼서 먹었더니 예상대로 탱글한 밥알이 이 맛좋은 국물과 함께 어우러지는게 좋은 초이스였다.

​닭고기들은 다들 얼추 먹었으니 이제 부른 배는 무시하고 칼국수 사리를 넣는다.

볶음밥은 저녁에는 안된다고 하시는데 사실 국물맛을 보니 볶음밥엔 영 안 어울릴법한 독보적인 맛이다. 양념이라기보단 넘나 육수인것.. 

김치육수를 남은 국물에 부어 칼국수를 오래오래 끓였다.

예상보다 더 맛있었다. 칼국수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가급적 계림에서는 먹는게 좋을 듯. 퉁퉁하게 불어난 면이 쫄깃하게 씹히는게 젓가락 가득 집어서 후루룩 먹기 좋다.


총평.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한건 아닌데 한번쯤은 방문해서 먹어볼만한 곳. 의외로 안 시끄럽고 낡은 식탁과 옥색의자들이 즐비한 인테리어가 정감가는 이미지에 또 한 몫 톡톡히 한다. 마늘이 들어간 닭볶음탕 국물은 맛있다는 수식어를 달만하고 웨이팅도 아주 오래는 아니니 이래저래 비추할만한 장소는 아닌 듯. 약간 추천하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