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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선릉] 대파양곱창, 건방진 가격과 그를 수습하는 아름다운 곱창 맛의 기특한 콜라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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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 겨울, 서울 곱창 유명맛집들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잠깐 가졌으나 현생이 바빠 아직 많이는 못 가봤다. 그래도 우선순위 1순위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바로 선릉에 위치한 대파양곱창이라는 곳.

나는 파김치도 먹어본 적 없는 김치헤이터로 태어났는데 왜 때문에 뭐 때문에 이 곳이 가고 싶었을까...

맛있다는데 내가 힘이 있나요.. 가야죠..

각설하고(한남아재체) 바람이 유독 춥던 2016년의 끝자락의 어느 금요일 퇴근하고 친구와 둘이 다녀왔다. 원래는 연말모임 수준으로 참석 예정 멤버가많았는데 모종의 이유들로 다 빠지고 결국 2명만 쓸쓸히

​가격은 만원 후반대로 알고 갔는데 정작 와보니 2만1천원..

맛만 있다면 돈이고 영혼이고 내주고 싶지만 아직 내 마음 속의 소곱창값 마지노선은 2만원이다. 그런데 그렇게 유우명하지도 않은 곱창가게에서 21,000원을 1인분으로 받고 있다니 뭔가 생소한? 그냥 뭐 맛있나보나했다.

밑반찬으로는 동치미 국물이 돋보이는게 여느 곱창집과 다르지 않은 구성

갠적으로 곱창 먹을 때 동치미 나오는거 싫다. 좀만 지나서 곱창 기름이 동치미 위로 다 튀어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는걸 보는건 밥 먹을때 썩 좋은 광경이 아니니까...​

​대파로 담근 김치.

파 특유의 역한 향이 없고 몸통 부분이 질깃한게 먹기에 좋은 식감과 향이다. 파맛보다는 그 질감에 더해진 새큼매큼한 향이 주가 되는.

​싱싱한 생간이 나왔지만 간에는 취미가 없는 관계로..

곱창 2인분이 나왔다. 

불판에 다소곳하게 일렬로 맞춰진 곱창을 내려다보며 친구와 한마디씩 했다. 이거 부족하겠네. 지금 하나 더 시킬까. 아니 먹고 더 시키자..

처음부터 파김치가 얹어져서 나온 것 같다. 염통과 양파, 감자가 없으면 서운할뻔..​

​금요일 밤이니 자연스럽게 청하를 한 병 주문했다. 

2015년까지만해도 민증검사 종종 받았는데 2016년에는 거의 없었다. 하긴.. 열아홉살 미성년자가 이런데서 술을 먹진 않을거아녀. 선릉까지 굳이 와서 ㅋㅋ

​핏기가 가시면 바로 먹어야하는 염통.

먹어본 순간 상당히 고소하면서 피비린내 없는 굵직한 맛이라 어 이건 팔아도 되겠는데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따로 염통구이만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이런 염통이라면 따로 주문해서 먹어볼만함. 

지글지글 끓는 표면에 쌈장을 톡 찍어서 먹으면 한국인들만의 애피타이저로 짱

​익은 소곱창은 바로 기름장에 한 번 찍고 파김치에 싸서 먹었다.

사실 곱창만 놓고 보면 맛이 너무 진하다. 곱만 진한게 아니라 곱을 감싸고 있는 "창자"부위까지 진한 소내장의 맛이라 군내가 살짝 난다. 곱이 부족한건 아니니 나름 상위 클래스의 곱창이지만 아마 곱창만 따로 먹었더라면 금방 질렸을 맛.

그걸 보완하는게 이 쫄깃하고 새콤한 대파김치인데, 흔하게 먹는 부추보다 좀 더 파워풀하게 곱창을 보조해준다. 곱기름이 흐르는 불판 위에 앞 뒤로 지져져 축 늘어진 이 파김치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런 조합을 일전에 먹어본 적이 없으니 더 놀랄 수 밖에. 삼겹살에 배추김치보다 소곱창에 파김치가 낫다고 감히 주장해본다.

​소심하게 1인분을 더 추가했다.

알마초 구워진 양파와 감자가 있었지만 고집해서 더 구워먹었다. 불판에 눌어붙을 정도로 익어버린 양파의 달콤함, 앞뒤가 거뭇해질 정도로 구워진 감자의 부드러움.

두명이서 3인분을 먹으니 괜찮았다. 이 친구와 나는 주로 곱창을 2인분만 먹고 마는 조합인데 -친구가 먹는 양이 많지 않고 나도 조금 먹는 사람과 식사하면 페이스에 맞춰주느라 천천히 덜 먹게 된다- 우리가 3인분을 먹었다면 양이 참 작은거다. 남자친구랑 내가 온다면 아마 5인분은 먹을듯.

​아쉬우니 볶음밥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곱창 먹고 볶음밥 안 먹으면 혀에 대한 배신인거다. 혀는 주장할 능력이 없으니 뇌가 알아서 혀를 위한 판단을 내려줘야하는게 공생이다.

대파김치와 비슷한 새큼한 양념을 더해서 신맛과 기름진맛, 짠맛이 섞여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식후 볶음밥으로써 가치가 있지만 더 어마어마한건 아마 여기.. 굴이 들어간 배추김치를 볶음밥에 넣어주는 것 같다..

기름에 촉촉하게 코팅된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풍부한 굴향이 사르르 느껴졌다. 이 시원한 맛. 곱창에 볶은 볶음밥은 으레 간이 쎈게 대부분인데, 물론 이집도 그렇지만 이 굴김치로써 모든 부담감을 평정한다.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

살짝 지출이 큰 감은 있었지만 맛있으니 다음에 월급받고 또 오자..를 기약하며 기분좋게 가게를 나섰다.

​이대로 집에 가니 아쉬워서 들린 오우지라는 이자카야.

알지도 못하면서 외관만 보고 들어갔는데 내부 분위기와 메뉴들을 보니 아마 단골들 위주로 장사하는 소소한(하지만 내부는 꽤 널찍하다) 이자카야로 추정된다.

나는 요즘 늘 마시고 있는 산토리 하이볼 한잔 주문.

​푸른 콩과 숙주무침이 나오는데 아.. 이 숙주무침 정말 맛있다. 부들부들하게 집히면서도 먹어보면 아삭한 숙주를 참기름과 매콤한 고춧가루에 무쳐서...

완두콩 삶은거야 언제나 맛있고.

​간단히 맥주 한잔 하고 갈거라 소소하게 명란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가격은 만오천원.

​계란말이는 백종원 한신포차의 그런게 전부인줄 알았는데

이자카야의 일본식 계란말이는 달콤하고 포근하고 보드라운 존재라는걸 몰랐다. 교꾸 굽듯 만들어진 이 멋진 존재는 단단히 구워진 명란을 품고 있는데 이런 단짠이라면 매일 먹어도 좋을.... 

이 뒤로도 몇군데에서 명란 계란말이를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봤는데 이 곳처럼 달콤하고 보드라운 곳은 없었다. 다들 단 맛이 덜하거나 입자가 거칠거나.. 대치동 오우지 이름 기억해놨다. 또 찾아가서 계란말이를 먹어야겠다.

우리 강아지도 보고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