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반기에 상암동 트라토리아 몰토의 셰프 한 명이 비스트로 뽈뽀로 옮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신난 사장님은 일요일 심야식당도 열고 메뉴 개편도 하고 여러모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줬던 뽈뽀.
메뉴 개편 이전에 방문했던 후기를 적는다.
어쨌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메뉴들이니 큰 뒷북은 아닌 것 같아서..
뽈뽀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는 블로그 어딘가에 있으니, 구구절절한 사족은 오늘은 패스하고 깔끔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다.
회사 근처라서 퇴근 후 방문하기 용이한 위치. 방배역에서 내방역을 지나 쭉 올라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발걸음은 하지 않는다. 퇴근하면 그저 집에 가서 씻고 쉬기에 바쁘니.. 이제는 점심 장사도 하니까 점심에라도 종종 가면 좋은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방배역 모스버거도 멀다고 안 간다.
갓 스무살을 넘기고 유럽을 갔을 때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한 손님이 이 곳은 cozy하다고 칭찬했었다. 무슨 말이지? 궁금해서 배운 그 단어의 뜻은 아늑하다는 말이었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편하게 다리를 늘이고 앉아 번잡하지 않은 홀과 부산스럽지 않은 주방을 바라보는 느낌이 그렇다. 딱 심야식당다운 인상이다.
저 벽에 써져있는건 오늘의 추천 메뉴인데, 가격은 왜 안 써놓는건지 아직도 의문임. 전체 메뉴는 맨 아래에 첨부하겠다.
식기 세팅. 컬러 지점토가 생각나는 외형의 접시들이 있다.
글라스로 화이트 한 잔.
비엔베비도의 뽈뽀.
가끔 찾아 마시는 The Tapas와인처럼 이 와인도 각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이름으로 차용하는데 치즈나 빠에야는 종종 본 것 같고. 비스트로 뽈뽀니까 이 날은 뽈뽀였다.
문어에 어울리는 화이트는 도대체 무엇일까? 잠시 고민은 했었다. 리오하의 알바리노 포도로 빚어진 편안한 맛의 백포도주였다.
문어 아보카도.
사실 Over Price라는 생각은 종종 하지만.. 맛은 있으니까 주문한다. 과하지 않은 아보카도 시즈닝 덕분에 푸릇하고 보드라운 질감이 살아나는 과카몰리와 넉넉하게 들어간 쫄깃한 문어조각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는 있다.
집에서 문어랑 아보카도 손질하는거 존나 귀찮음
송이 스파게티니.
미적지근한 간과 뜨뜻하고 질척한 올리브오일로 범벅이 된 잘 익은 스파게티니면과 꾸밈없는 자태로 함께 나온 송이를 먹었다. 송이는 맛이 아니라 향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손님더러 그 문장을 머리 속에 외우라는 듯한 요리였다.
접시에 덜어서 조금씩 먹었다.
송이의 부담스러운 향은 없고 전반적으로 은은하다. 가끔은 강한 송이도 끌릴 때가 있는데 별 생각 없이 먹기엔 이 정도가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심신이 지친 날 먹으면 좋은 송이 스파게티니. 마음에 구멍난 곳을 스무스하게 채우는 느낌이다. 아주 느린 템포로.. 그건 단점이 될 수도 있긴 하지. 크게 좋은 평은 주지 않겠다. 다만 맛 평가에 있어서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기 어려운 맛은 맞음.
한우 성게 말이는 솔드아웃이 되지 않는 이상 주문하는게 좋을 것 같다. 꽃향기가 심하게 나는 싱싱한 성게와 살짝 그을려진 한우편채. 사실 아주 잘 어우러지는 조합은 아니지만 그 두 개의 재료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뽈뽀는 재료를 요리에 녹이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재료가 최종 형태에서 사라지는 편을 싫어하겠지.
멧돼지 호박 라구..
옛날에 라구 투어 할 때 먹었던 식사. 그때나 지금이나 딱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맛이다. 진한 고기 곁에서 피어오르는 치즈의 향, 설컹하고 달큰한 주키니, 탱글하고 부드럽고 가득 채우는 듯한 맛의 파파델레면.
비스트로라는 말은 이탈리안 식당에 걸맞지는 않지만, 어떤 느낌의 식당을 선보이고 싶었는지는 잘 알 수 있는 작명 시도다. 특별하지 않은 날 우연히 먹은 식사의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다.
조만간 또 방문 예정이라 굳이 몇 달 전 기억을 꺼내왔다.
메뉴는 아래 사진을 참고.
현재 기준으로는 다를 수 있음.
여담으로 비스트로 뽈뽀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면 좀 더 좋을 것이다. 방문예정객이나 라이트한 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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