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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서초] 다시 찾아온 무국적식당 그리고 안주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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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글쓰는거 시작하는거 너무 어렵다.

암튼 8월인가 9월인가 무국적식당 서초점 방문한 이후로 2번 더 갔었고 삼전동 본점 사장님이랑 서초점 사장님이랑 인스타 친구도 맺고 나름 조용한 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두 분 다 술을 사랑하시는 점이 너무 조왔음. 다른 유명 밥집 운영자들처럼 인스타에서 시끄럽게 친목하고 다니지도 않으시고...

언제 한 번 가까운 서초점 다시 가야지~하다가 다리 부러지고 한 두달 못가고 이번에 회사친구들(이라기엔 내가 너무 서열 개십ㅎㅌㅊ)이랑 셋이서 가기로 함. 릴리즈 없는 목요일을 골라서 예약을 했다.

전화하기 귀찮아서 서초점 사장님한테 그 날 오픈하시냐고 디엠 드렸는데 대답이 "글쎄요... 열걸요??"라고 돌아와서 나 순간 잘못된 사람한테 보낸줄. 알고보니 서초점에 계셨던 분은 사장님이 아니고 셰프님이시고 사장님은 가게 안 오신다고,, 그렇군욤.

콜키지도 부탁드리고 무사히 온라인으로 빠른 예약을 마쳤다.

유일한 테이블석에 앉고 싶었는데 다행히 테이블 착석 가능.. 안되면 카운터 코너에 모여앉으려고 했었음. 세명이서 카운터석에 일렬로 앉는 것만큼 대화안되고 어이없는 식사가 없다 전선 위에 올라간 참새도 아니구..

아 무국적식당 서초점에 고양이가 생겼다. 사진 왜 안찍었지? 그냥 카메라 챙겨갈걸.

​일행이 챙겨온 내추럴 와인 두 병.

이탈리아 출신 Le Coste Bianco 와 불란서 출신 Clos Massotte M'et tes toi rouge. 빈티지 모름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아니했다. 품종도 제꼈다.

내어주신 잔이 너무 맘에 쏙 든다.

​일단 르 코스테 비앙코부터 마셔보아요.

​스파클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세게 올라오는 탄산에 깜짝 놀랐고 백포도주가 전혀 아닌 맛에 또 놀랐다. 눈감고 먹으면 모르는 품종의 레드와인이라고 착각했을 듯. 자연의 이치에 얼추 맞춰서 잘 썩은 포도의 고소한 느낌이 첫 인상이었고, 산미도 어느 정도 있는데 겉돌지는 않았다. 약간의 누룩도 느껴지고.

그런데 조금 뒤에 다시 먹어보니까 청포도를 한 알 따서 씨앗째 씹어먹는 느낌이 나서 신기했다. 계속 보니까 백포도주 맞네.

​폰카로 찍었더니 블로그에 글 쓰는 맛 안난다 대충 쓸까요

감바스 알 아히요.. 무국적식당 가면 일단 감바스부터 시키고 보는 것. 올리브오일의 편안함 속에 향긋한 마늘이 있다. 부드러운 흰빵 바게트를 오일에 적셔 입에 넣으면 겉부분이 바삭하게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 뒤 부스러기 조금이 옷 위로 떨어진다.

​인생에서 한 번도 안 먹어본 거북손이라는 조개를 주문했는데 비주얼 ㄹㅇ루다가 거북이 손이넴.

복어불알도 구워서 먹어봤지만 거북손은 못 먹어봤다.

​끝부분을 비틀어 찢으면 작은 조개살이 나오는데 미더덕과 조개의 중간 정도 느낌.

물이 많아서 찢는 순간 앞사람 얼굴에 천연 미스트가 분사되는 효과를 보유하고 있음.

​M et t'es toi도 시도.. 어떻게 읽나요 엠 에떼 그리고 toi는 불어발음 모르겠다 제끼자

라벨이 병맥주스러움.

​충격적인 하수구냄새가 올라왔다. 이래서 내추럴와인이 호불호가 강하다고 하는거구만.

코 한 번 댔다가 깜짝 놀라서... 처음 맡는 냄새였고 굉장히 하드코어했다. 머금어 보면 달콤한 과일과 실키함이 힌트 정도로 느껴지는데 충격적인 향에 비하면 맛 자체는 무난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 와인 검색해보니까 다들 이 와인이 마시기 편한 와인이라고 하더란.. 아니 이 냄새가 안 맡아지나? 내가 돌은건가?

아 근데 너무 좋았다 르 코스테도 그렇고 지금까지 마신 와인 몇백병 중 제일 참신하다는 점이 사랑 그 자체였다. 뒷걸음치다가 포도 밟은 디오니소스가 으깨진 포도에서 받은 느낌이 이런걸까 싶기도.

​수비드 듀륵 수육과 신김치.

지난번에는 파김치가 나왔는데 간이 안 맞아서 내가 블로그에 투덜거렸었는데 이번에는 스타일이 바뀌었다. 불을 입히고 신김치를 같이 주는데 아주 굿굿한 맛임. 기름지고 부드러운 돼지고기살과 온화하게 잘 익어버린 김치를 먹다가 엠에떼 뭐시기 한 모금 마시니까 추운 날 집 욕조에 물 받아서 목욕하는 듯한 기분이었음.

와인과 밥이랑 자주 먹는건 아니고 주로 따로따로 먹는 편이지만 이렇게 기맥히는 마리아쥬의 발견이라는 이점 때문에 최대한 식사에 와인을 갖다대려고 노력은 한다.. 나가서 먹는거나 집에서 요리해와서 먹는게 귀찮아서 글치.

​안주 세접시 먹었지만 무국적식당이 원래 밥 먹는 장소 아니라서 다 양이 적다. 가격도 싸고..

네 번쨰로는 마늘향 듬뿍 나는 국물 쌀떡볶이. 국물떡볶이 잘 만들기 쉽지않은데 괜찮아서 이것도 올 때마다 주문하는 듯.

​맛있는 올리브 먹으면 그 날 하루 운이 안 좋아도 괜찮다.

운과 맛있는 올리브를 바꿀 수 있다면 개이득인거지.

기름이 잘 도는 초록올리브 여덟알 정도가 얼음 위에 올려져나온다.

​푸틴도 주문하구요. 그레이비가 되게 소소하게 끼얹어져서 나오는데 감튀 자체가 케이준 양념이 된 감튀라 밸런스 괜츈. 끼얹져서 나오는 치즈는 치즈포비아 나새끼 때문에 따로 접시에 덜어져나왔는데 라끌렛 스타일 치즈같았음.

​감튀 열심히 집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셰프님이 오셔서 "XX이 형이 주래요"라고 하시더니 맥주 1000ml랑 고구마소주를.. 단골이나 많이 시켜서 밥을 서비스로 받은적은 있어도 술 받은적은 두 번째다. 그것도 잔술도 아니고 완제품 두통 시바 개오졌다.

받고 너무 감사하고 창피해서(알콜중독인거 너무 잘 아셔서) 행복해하다가 사장님한테 디엠으로 격한 감사를 표했는데 취해있어서 또라이로 보였을 것 같다. 아... 술 먹고 감정 표출 자아 표출 하는 거 법으로 금지시켜야함. 점잖게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 이렇게 보냈더라면 얼매나 좋을까?

​더 젠틀맨 라거는 국산 브루어리인데 쌉쌀하고 라거 중에서도 찐하다고 할 수 있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보니까 도수 7.6%. 아 개좋다. 그래 라거를 마실거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향기 오졌다.

고구마 소주는 처음 마셔보는데 국순당에서 려라는 소주를 내놓는 줄도 몰랐음.

사실 이때부터 꼴아서 간헐적 기억상실 겪는 중인데 담날 아침까지 고구마향이 내 깊은 내면에서 느껴졌던 것을 보면 향이 좋았던 것 같군. 독한 느낌도 없었던 것 같고.. 술이 물처럼 들어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파게티가 서초동에 있습니다 성님들..

자고로 남이 해주는 짜파게티가 최고로 맛있는 법인데, 피씨방 짜파게티를 가뿐히 뛰어넘는 존맛임 그냥 시판 짜파게티인데 존맛이다 왜일까.  술 취해서 먹는 짜파게티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좋다보니까 그렇겠지. 집에서 짜파게티하면 너무 맛이 없는데... 

​성게 미역국도 주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쓰면서도 어이가 없다. 맛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해서 먹은 음식은 후기를 짧게 줄이는 것으로.. 맛 평가 노노해.

​유자를 흩뿌린 저염 명란도 한 접시 주문이용. 육사시미 먹고 싶어했는데 나 왜 안 시켰지? 어차피 돈은 제가 내는 거였는데요. 돈내는 사람이 안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진짜 소세지까지 처먹는거 보면 나에 대한 환멸이 난다.. 백퍼 내가 시키자고 했겠지.

피클이 맛있어서 계속 주워먹은 기억은 나는 듯. 다 먹긴 먹었나.

담배 두 대 얻어피고 택시타고 집 가서 뻗었다. 무국적식당만 가면 꼭 남성혐오 열심히 하게 되는데 (사실 어딜 가도) 이 날은 남혐 안 하고 그냥 회사 얘기 살아가는 얘기만 한듯.. 탈모 얘기도...

아 아무튼 요즘 증오를 페미니즘으로 포장하느라 너무 바쁘다 ^^!

담 날 주머니에서 영수증 찾아내서 사진도 찍음 안주 10개 대단해 ^^

폰카로 찍은 포스팅에 재방문한 곳이라 그런지 밥블로거 아니고 일상 블로거처럼 후기를 적었다.

담에는 삼전동 본점도 갈 생각인데 본점 사장님 모르게 다녀와서 인스타에 본점 다녀왔다고 사진 올리면서 뒤통수 쳐야지. 셰프님이나 사장님이랑 인사하는거 사실 되게 어색해서 안 좋아함. 이번에 서초점에도 사장님 안계셔서 더 좋았다. 힉힉호무리라 그런지 온라인 소통이 젤 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