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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방이동] 겨울 맞이 히카리모노를 먹기 위해 방문한 큐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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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를 상계동 주민으로 태어난 내가 방이동을 찾아갈 이유는 밥 아니면 술 밖에 없다. 이 날 역시 그랬다.

마셔보고 싶었던 오렌지와인을 구입하러 방이동 비노비노에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올림픽 공원 주변의 '맛집'이 저녁식사를 위해 필요했다.

덕분에 몇달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방이동 큐스시에 방문할 합리적이고 그럴싸한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날이 추워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니 절인 고등어나 전어, 청어 등의 히카리모노가 그리웠는데.. 맨프롬오키나와를 가기엔 시간이 안 되었고 스시야를 찾아가기엔 히카리모노라는 주제에 지나치게 불필요했다.

와인 두 병을 구입하고 비가 세차게 내리는 거리를 성치 않은 발로 걷고 또 걸어 캐시미어 코트는 비에 젖고 와인을 담은 종이봉투는 흐물거리는 상황에서 이 작은 술집에 도착했다. 비오는 길가에 우뚝 서서 전화를 걸어 지각 예정을 알렸다. 20분이나 늦었다.

5팀 정도만 수용가능할법한 작은 공간과 주거단지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동네 이자카야다. 어쩌다가 내 귀에까지 소문이 들렸는지 궁금해졌다.

​물기를 털어내고 참담한 심정으로 카운터 끝자리에 앉았다. 메뉴판과 샐러드가 준비되었다.

​평소에는 의미없이 채 썰어놓은 야채를 내어놓는 행위에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쓸데없이 테이블 자리만 차지하구 말이야... 이탈리안이든 일식이든.

다만 고단했던 이 날 저녁에 한 두어번 집어먹은 양파 조각과 날치알과 폰즈는 적당한 전채로 느껴졌다.

​블로그 후기를 참고할 때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듬스시를 위해 큐스시에 방문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괜히 모듬으로 시켰다가 시켰다가 실망할까봐 주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음.

저는 그저 사바보우즈시만 먹어보려고 왔서욤..

스시를 쥐는 것에 열정이 있는 셰프라면 가격대나 평판을 불문하고 시도해보겠지만 그런 분들은 드물다. 샤리에 어떻게 간을 해야 어울리는지, 어떻게 숙성을 해야 네타에 바람직한지 고민을 한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결과는 천지차이다.

​오토시(?)로 먹은 샐러드에 소소한 충족감을 느꼈으니 아마 큐스시의 샐러드메뉴들도 허술하진 않을 것이다.

​광어 고노와다가 심각하게 땡겼으나, 청어사시미 한 접시만으로도 1인 손님의 하나뿐인 위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포기했다.

나도 친구가 많아서 막 주말에 벙개치고 막 사시미 열개씩 시켜먹는 인싸가 되고 싶다. 아싸니깐 오늘도 사회적 자폐를....

​일품요리 중에는 땡기는거 없었음.

​ 친구가 없어서 튀김도 못 먹었다.

​소심하게 고등어초밥 주문함.
저기요 사바보우즈시 주세요 했는데 주문 받는 남자직원이 못 알아들어벌임,,,,, 그래 뭐 알바면 모를 수도 있지. 다시 고등어초밥으로 정정해서 주문을 마쳤다.

​8천원짜리 가쿠 하이볼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생강주스가 들어간게 향긋하고 달달하고 간만에 잘 만든 하이볼을 마셨다. 서울에서 맛있는 하이볼 찾기가 얼마나 개같이 어려운지 아시나요(답답)

젖은 신발을 발끝으로 툭툭 차면서 마시는 하이볼은 분명 차갑고 시원했지만, 추운 퇴근길의 끝에 따뜻한 집에서 마시는 데운 에그노그 한 잔을 마시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주었다.

​청어 사시미 한 접시가 준비되었다. 깔끔한 흰 접시에 여백을 줄인 모습으로 담겨진 모양새가 100점 만점에 104점 정도 된다.

​청어를 다루는 동네 술집이 방이동에 있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하고 질투난다. 상계동에는 맛있는 혼마구로 오마카세집은 있는데 청어 하는 곳은 없다. 애초에 청어라는 개빡치는 어종을 기꺼이 다루는 곳은 드물다. 저가의 식당 중에서...

​히카리모노에 와사비는 선택 아니고 필수. 와사비를 거부하는 사람보다는 아무데나 와사비를 넣어 먹는 사람이 낫다.

한 입 먹자마자 그리웠던 <청어맛>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께감이 매우 full한데... 청어 특유의 물컹한 질감에 잘 숙성된 기름의 전체적으로 올라온다. 산뜻보다는 오일리한 마무리. 잔가시가 매력적이고 히카리모노만이 줄 수 있는 푸른향이 마지막으로 입안에 감돌아준다.

​투박하고 잘게 썰어놓은 대파가 다소 촌스럽지만 재밌고 잘 어우러지는 도움을 준다. 청어라는 무게감 있는 생선을 즐기려면 와사비만으로는 벅차니 파가 필요하다.

갠적으로는.. 의미모를 야채보다는 유자폰즈에 적신 양파 슬라이스를 준다면 가치가 2배는 올라갈듯. 양배추 채썬거는 왜 같이 주시는 건가요. 청어 사시미랑 양배추채 같이 먹으란건가요.

먹던 샐러드에서 양파를 조금 구해와서 청어 한 점에 올려먹으니 사각 씹히면서 청어에 청량함과 향긋함을 더해주었다.

​사바보우즈시는 원래 8개로 나오는데, 나는 혼밥러라 다 먹으면 배터질까봐 반은 포장하고 반은 카운터에서 먹고가기로 쇼부를 쳤다.

보자마자 행복해짐...
동네 이자카야에서 사바즈시를 판다는 것 얼마나 좋은지

​쥠이 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아주 잘 맞춰진 고등어초밥의 맛이다. 과하지 않은데 샤리가 심심하지 않아 입에 착착 붙음. 절인 생강조각들이 간간히 느껴진다. 입 안에서 감칠나는 밥알들과 잘 숙성된 고등어의 부스러지는 살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육안으로도 보이듯 시소가 많지는 않다.
한국인에게 더 편안한 맛을 낸다.

이 정도면 괜찮다싶고.
애초에 시메사바는 기본은 지켜주는 초밥이다. 아무나 고등어봉초밥을 말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아니기에.

​기분 좋게 하이볼 한 잔 더..
잔술 한 잔으로 식사를 버티는 분들 보면 신기하다 나는 음식 나오기도 전에 하이볼 80%는 다 마셔버리는뎀.

​사장님이 수줍으면서도 급하게 주시고 가신 야끼시샤모.. 서비스 오졌고요. 마요네즈로 만든 소스에 곁들여 머리부터 꼬리까지 으적으적 씹어먹었따. 시샤모라는게 돈 주고 먹을 의지는 주지 않지만 누가 주면 갑자기 맛있어짐.

야까오니기리도 추가 주문. 사바보우즈시를 반절만 먹었더니 이 정도는 수용가능한 추가 공간이 뱃 속에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 앞 뒤가 구워진 귀여운 주먹밥이 김과 마요소스와 함께 나왔다. 촌스러운 플레이팅 없이 깔끔하게.

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초와 소금, 설탕으로만 간을 한 기본적인 오니기리인데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지는 맛. 고슬고슬한 밥이 입에 잘만 들어간다.​

주먹밥을 먹는 방법은 요렇게 김에 싸서 들고 먹으면 된다. 질긴 김이 아니라 안 흘리고 깔끔히 먹었다.

가끔은 맛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꼭 주문하고 싶은 요리들이 있다. 야끼오니기리도 그 중 하나이고.. 또 뭐가 있지. 타마고 샌드 이런거. 맛이 없더라도 일단 주문해보고 싶은 음식들은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그리고 난 애초에 맛 없을 법한 곳은 잘 안가니깐..

총 5만원이 약간 안되는 금액으로 만족스러운 생선다이닝을 즐기고 왔다. 어디가서 방이동 큐스시 괜찮다고 추천하고 다닐 수 있는 수준. 이 정도로 생선 잘 다루는 동네 이자카야 있으면 또 추천 받고 싶다. 창동에 있는 셰프 마인드라는 곳도 괜찮다길래 방문 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