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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남부터미널/서초동] 곰포차,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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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과 서초동의 경계로 4년째 출근하다보면 자연히 주변의 식당들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단지 점심밥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고, 퇴근 후 좋아하는 회사사람과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술집이 있는지 없는지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서래마을도 괜찮고 방배동도 괜찮다. 그런데 아싸리 예술의 전당 부근의 서초동네는 어떨까.

이번 금요일 나들이는 발이 부러진 뒤로 첫번쨰로 갖는 밖술자리였다. 

서초동 곰포차에 방문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한라산에 파스타를 먹어보기로하고 전날 예약.. 금요일 퇴근 후 방문.. 파스타 파는 실내포차로 나름 네임드가 되어있는 식당인데, 어째 레퍼런스는 포털사이트보다 인스타그램에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저번에 갔던 서초 무국적식당과 대로 하나를 놓고 마주한 위치해 있는데 전형적인 강남 출근충들이 술마시러 자주 찾는 먹자골목 스타일의 골목에 있다. 발을 절면서 겨울바람을 뚫고 방문.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하니 예약 방문을 해야하는 곳이다.

​먼저 도착해 있던 동행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한라산 한 병을 주문했다.

나름 냉장고 안에 차갑게 보관해진 (하지만 그렇게 시원하진 않은) 참이슬 술잔 2개가 겹쳐진 모습이 반가웠다. 어느 술집을 가도 자리에 앉자마자 내어져오는 흔한 광경이지만 최근 외출을 못했던 내 입장에서는 마치 그리웠던 외할머니를 본 것처럼 (실제로는 전혀 안 그리워함) 반가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음.

​대한민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이것은 만인의 사이드안주일 것이다. 

먹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아직 음식이랄게 없어서 변변치 못한 상을 앞에 놓고 첫 소주잔을 입에 털어넣고 혀 뒤쪽에 스멀스멀 느껴지는 역한 에탄올향을 지우기 위해 한두개 씹어먹거나... 안주를 다 먹고 다음 안주가 나오기까지 텀이 불필요하게 길어졌을 때 심심해서 씹어먹거나..

그냥 이 과자 자체를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있음. 난 아님.

​해물올리브파스타 (2.0만원)

이름의 정의를 짚어가면서 사진과 비교해보자. 해물은 누가봐도 있다. 하지만 올리브는어디에 있는가. 이름의 올리브라는 단어의 출처가 궁금하다. 간혹 오일파스타와 올리브라는 단어를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건 아니겠지. 어쩃든 해물과 올리브가 들어간 파스타같다. 

클래식을 추구하는 이탈리안 스타일은 당연히 아니고 (실외 간판 폰트부터 그런 감성 아님) 집에서 오일 파스타 맛있게 하는 아저씨가 가게를 차려서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스파게티 더미 위에 보이는 새싹채소가 쌈마이 감성을 더해준다. 차라리 듬성듬성 보이는 실파를 무더기로 쌓아놓았다면 좀 더 맛 예측에 대해 신뢰가 갔을 듯.

​안타깝게도 나는 이렇게 모듬 해산물을 쌓아놓은 광경 자체에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만약 이렇게 의미없이 나열해놓은 익은 해산물만 먹어왔더라면 어디가서 해산물 좋아해요.라고 말하지도 않았겠지. 무슨 맛이다라고 설명하기 조차 미안한 칵테일 새우와 조개와 꽃게 등등이 보인다.

​이 바지락과 커다란 오징어 역시 안타깝다.

가장 기본적인 맛만 갖춘 등급의 해산물들이 파스타에 들어갔다면.. 0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은 한순간.

특히나 이런 통 오징어가 제일 좆같다. 일반 오징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튀기거나 회로 먹는 것이지, 물에 빠트려서 밋밋한 주인공으로 어설프게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스파게티 면이 맛있게 익어있었다. 젓가락으로(포크 아니었음) 집어올려 먹어보니, 예상했던 소금간은 없었다. 밋밋하고 담백한 느낌.

​한라산을 위한 밥이다보니 간간한 '진짜 이탈리아식 오일 파스타'의 강한 간보다는 심심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사장님의 의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일까?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생각없이 후루룩 국수 말아먹듯 마시면서 한 잔씩 비워나가는 과정은 행복했다. 맛있어서 행복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애초에 기대도 없었으니 그 행복은 결국 대화와 금요일 밤이라는 낭만과 웃음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파스타가 맛있는 술집이라는 소개글을 읽고 찾아왔다.

파스타에 소주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집이라고 고치는 쪽이 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신 남직원들은 시종일관 고마웠다.

상냥하게 추가 주문이 이루어졌고, 무료하지 않을 속도로 두 번째 돼지껍데기 구이가 한 접시 나왔다.

​껍데기를 팬에 살짝 눌어붙을 정도로 구워서 매운 생마늘편과 꺳잎 -숨이 죽은 깻잎과 싱싱한 깻잎 반반과 섞언 이 요리는 이 곳의 메인메뉴인 파스타보다 맛있었다. 다소 오버쿡되어 질긴 느낌은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크기로 잘라내어 강렬한 매운 맛을 가진 생마늘과 먹으니 진짜 밖에서 소주 마시는 느낌이 살아나더라.

​파스타에 껍데기를 먹었으니 계란을 먹어야했었다.

오일파스타, 껍데기구이, 계란말이

위 세개의 단어만 놓고 봐도 완벽하다. 만약 여기서 계란이 아니라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무침 같은 요리를 주문했다면 밸런스는 형편없이 깨졌을 것이다. 술자리가 파하기 전에 먹는 계란말이의 무결성..

참 재밌는 계란말이었다.

대충 섞어 흰자와 노른자의 구분이 선명하게 된 모습이 누가봐도 영락없는 한국 포차식 비주얼인데, 손님 앞에 나오기 전에 미리 섬세하게 나누어진 계란말이의 단면을 보면 일본식의 그 부드러움이 보인다. 체에 거르고 걸러 보드랍게 계란물을 풀어 흔한 당근과 대파조각을 섞어 성급하지 않게 구워낸 계란말이..

계란말이가 다 거기서 거기같아도 다 뜯어보면 다른 법이다. 기본적인 안주에 흥미가 느껴지는 곳이라면.. 아까의 파스타에 대한 옳지 않은 기억이 좀 상쇄가 되는 것같이 느껴졌다. 

소주 세 병과 함께 간만에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과 허름하지만 은근히 안 더러운 여/남 분리된 화장실, 요리를 잘하는지 아닌지 애매하지만 요리실력 자체만 놓고 보면 감각이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은 맛, 겨울철 쉽사리 퇴근 후 찾아갈 수 있는 정겨운 위치 등등을 고려해봤을 때, 가끔 편한 분위기에서 술 마시고 싶어지는 순간 회사 동료와 가면 좋을 것 같다.

무국적식당도 좋아하지만 (3번밖에 안 가놓고 존나 단골인척) 다루는 분위기가 다른 관계로 비교는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