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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청담] 새롭게 태어난 한아람에서 연휴맞이 한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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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접은 것마냥 잠수타더니 왜 이제와서 새 포스팅 올리는 척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심심해서ㅠ올려요ㅠ 뼈가 부러져서..

친구 한 명이 아 돈 쓰고 싶다라고 운을 틔워놔서 추석때 데리고 돈 쓰러 갔다. 서울에서 보람없이 돈 쓰고 싶으면 머다? 한우를 처먹읍시다. 벽제갈비 이런데요

청담동 한우 체고 뜨락을 가고 싶었는데, 연휴라 쉰단다. 뜨락뿐만 아니라 길고 긴 명절을 맞아 휴식을 갖는 한우업계 요식업자들이 꽤나 많았다. 고심 끝에 여러 곳을 라인업 해보았는데 가장 최근에 생긴 한우집인 한아람을 방문하기로 결정 후 예약.

방이동에서 정육식당 컨셉으로 장사하다가 청담 명품한우집 컨셉으로 라인 변경을 한 듯 하다. 가격대도 올라갔고 인테리어도 고급져졌다. 요즘 한우 먹으려면 머 인당 10은 우스워.. 근데 사실 난 한우구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기름만 쓰잘데기없이 많아서 실속 없는 돈지랄 과시용으로밖에 생각이 안됨 근데 우리 돈지랄하러 만나는거 맞으니까 할 말 업다(구구절절)

​홀은 없고 룸만 있는 고오급 식당
룸 밖에서도 구워준다는데 아니 밖에서 왜 굽지. 삼류다
콜키지 병당 만원... 삼류다
잔이 좋으면 인정

​커트러리 일류다

​정체모를 생수... 보라색 라벨 디자인 삼류다
먼가 효도관광버스스러운 디자인

​불고기 코스. 점심에 간단히 먹기 좋은 것 같다. 문제는 불고기 150그램을 누구 코에 갖다붙이냐는 것이 서울 한우불고기집의 고질적 문제인데...

​점심 단품으로 평양랭면이랑 갈비탕 등등을 팜.
근데 내가 청담동에서 평냉이랑 갈비탕 먹을거면 한아람 안 갈 것 같다. 굳이 왜?

​한우 가격은 준수한 편. 벽제갈비 메뉴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예 머 후식 메뉴 있고여
쓸 말 없는데 블로그 마이스터 정신으로 사족 붙이고 있다.

​저녁에 술 한 잔 하면서 육전 육사시미 곁들여도 끝내주겠지. 진한 바롤로에 육전 먹으면 얼마나 세상 행복할까. 병상에만 누워있으니 강제 금주 중이다.

​테이블 정중앙이 아니라 바깥쪽에 불판이 있다. 당연히 한우는 손님이 아니라 전문가가 굽기 때문이다. 직접 구울시 10퍼센트 할인을 해준다는데 괜스레 손대서 망치느니 곱게 앉아서 정가주고 구워주는 고기 받아 먹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안심, 등심, 새우살 주문.

​꽃등심의 꽃마블링
평소 꽃등심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냥 시킴.

​안심은 언제나 최고의 영역에 들어간다.
대개 스테이크를 먹을 상황이 오면 안심을 주문하고는 하고.

​새우살. 새우처럼 생겨서 새우살인데 얘는 조금 비싸다 왤까? 한우는 맛으로 가격을 매기지 않고 그냥 오 좀 희귀부위다하면 고급가격으로 판정하는 듯 싶기도. 뭐 맛은 있겠지만...

​직원분이 오셔서 아주 친절한 자세로 고기를 구워주신다. 안심을 올리시고 자연스럽게 내가 들이대는 카메라를 위해 잠시 고기에서 손을 떼시는 클라스-

​안심이 익을 동안 주섬주섬 밑반찬도 먹어줍니다.

​리코타치즈 덩어리와 파르메산이 올라간 양상추 한 덩이 그리고 아보카도 조금. 이 것을 샐러드로 불러도 되겠지요. 저는 물론 입 하나도 안 댔습니다. 치즈를 혐오하는 사람에게 이런 치즈메타 전혀 안 반가워요. 모든 음식에 치즈 뿌리는 짓을 그만둬주세요.

​가지 야채말이. 아주 수준급의 서브디쉬가 되어주었다.
녹아내릴듯 부드럽게 구운 가지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껍질이 어찌나 쫄깃하던지. 달큰한 간장 양념이 소량 배어있는 그 조합이 멋지다. 파프리카나 당근처럼 향이 강한 야채에 가지의 보드라움이 묻힐까봐 따로 먹음. 이런 야채쌈은 언제나 향기의 밸런스가 아슬아슬하다.

​잡채는 간만 잘 배면 맛있다. 음식의 수준을 논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지금까지 먹은 육회 중 가장 신선한 육질이었던 한아람의 육회. 단품으로 주문할만한 등급인듯.. 말캉한 날고깃조각들이 한데 뭉쳐있는 모습만큼 귀여운 것이 없다. 신선한 핏기가 처음으로 다가오고, 완벽한 재료만의 고유한 단맛이 맴도는.

시원한 무생채.
무생채만 보면 어릴적 읽은 동화에 돼지통구이에 무생채를 올려서 재채기가 나왔다는 임금님이 매번 떠오른다.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

​잘 구워진 안심 단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룸에서 구워야한다. 뭐랄까 내 기준에서는.. 단지 편의를 위해 밖에서 구워진 한우를 서브받아 먹는게 이해가 안가는게 그럴거면 더 나은 육질의​(여기서 더 나은이란, 요리를 위한 the better way) 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집을 가는 것이 낫지 않나?

고기굽기 전문가가 눈 앞에서 구워주는 그 행위예술을 보려고 나는 돈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하하호호 대화를 편하게 하다가 때되어 밖에서 들여오는 구워진 한우​(심지어 원래는 아주 두꺼웠고, 포토제닉했고, 기름이 엄청난) 조각들을 먹는다라.... 정말 내 취향 아님.

사실 한우는 눈 앞에서 굽는 한국식 바베큐만의 매력을 위해 먹는 음식 같다. 어차피 저렇게 미디움 레어로 익혀먹을 고기는 마블링이 적은 고기가 현저히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냥 무조건 지방 낀게 제 취향입니다! 하면 노할말 (비꼬는거 아님 취존)

​친절하게 조각 내주셔서 접시 위로 올려주시는 고기매너가 정말 훌륭하셨어요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있어 미듐레어가 되지 못할 고기는 굽지 않아도 된다.

​안심만이 낼 수 있는 그 진실된 육향, 밀도 높게 들어차는 그 고기의 느낌, 고기의 정석이 이 것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씹는 맛이 좋았다. 소금을 살짝 쳐서 먹어보고 맛있다고 느꼈다. 워낙 두툼한 스케일이라 토치로 지져야할만큼 굽기에 난이도가 있었을텐데.

다만 평소 내 취향은 바짝 시어링한 팬프라이 안심이라 별 감흥을 못 받은 것은 사실이다. 별개로 정말 좋은 고기였다.

​꽃등심도 불판에 올리고.

​​안심보다는 더 라이트한 두께감 덕분에 굽기 좀 수월해보인다.

​고기전문가께서는 이렇게 불판 위에서도 예쁘게 고기를 자르십니다.

​​도마에 올려놓고 커팅식.
이때 트위터 눈팅하느라 폰질하고 있었는데 고기굽기마이스터분이 사진 찍으라고 귀띔해주셔서 렌즈부터 들이댔다 감사합니다^^7

약간의 열을 아래에 두고 있는 돌판에 완성된 구운고기를 놓아주신다. 깍둑썰린 안심보다는 더 스테이크스러운 모습..

​기름진 고기에는 소금과 와사비면 충분하다.
다만 너무 기름이... 뭐 좋게 말하면 살살 녹는다 정도...
기름이 무작정 낀 한우가 진정 맛집한우인가요?

​​동치미를 안 먹고 배길 수 없다.
동치미 개존맛 충성충성​

​한우지방으로 녹아내린 혀를 붙들고...
그 다음으로 구워지는 새우살

​쇠고기기름에 신물이 나서 모든 설레임이 사라졌다.

새우살. 역시나 훌륭한 등급의 좋은 고기지만 노감흥. 그저 이 무거운 입 속을 정화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분명히 맛은 있다. 다만 맛있다라는 감탄사 세음절에서 그 한계가 끝났다라는 것이 내가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지, 한아람이 다루는 고기 수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우를 먹으면 머리속을 맴도는 수많은 단어들이 주는 복합미를 느낄 수 없다.

​추가로 특수부위인 안창살을 주문했다. 돼지고기 안창살은 줘도 잘 안 먹지만 한우 안창살이라면 느낌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불평한 그 기름짐을 상쇄하는 쫀득하고 새로운 부위다.

​확실히 식탁의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존재가 되어준.

​잘 씻은 묵은지와 안창살을 함께 먹으니 맛이 좋았다.
양측 다 두께감과 텍스쳐가 터프한데, 기름이 줄줄 새듯 지나치게 fatty했던 식사의 흐름에 제동을 건다.

​누가 한아람 평양냉면 맛있다길래 후식으로 주문한 평냉. 육수가 미친듯이 맑다. 요즘 스카이림을 다시 시작했는데, 바닐라모드의 구정물 같은 강물을 맑고 투명하게 바꿔주는 모드가 있다. 후자가 약간 이 평양냉면스럽기도

​냉면에 곁들여먹으라고 주는 무 절임과

​백김치...

​임팩트 1도 없다. 나쁘진 않은데 간이 있는만큼 육향은 날아갔다. 우래옥의 그 슴슴하지만 미칠듯이 진한 고기내음의 시원한 육수를 들이키고 싶어졌다.

​메밀면은 100% 순메밀답게 수준급.
같이 주는 무절임을 올려 먹어보니 더 괜찮았다는 개뿔 가뜩이나 간이 좀 강한 육수에.. 저 튀는 맛의 무절임을 올리니 서로 저가 더 잘났다고 지랄하는 듯한 맛이 났음.

​동행이 주문한 된장찌개.

"맛있냐?"
"고깃집 된장찌개가 맛 없으면 안되지않냐"
"(수긍)" ​

후식은 단호박죽처럼 보이는 홍시.
개인적으로 입가심 후식은 달지않은 매실 냉차처럼 깔끔하고 시원하고 라이트한 맛을 좋아하는터라 예의상 한 술 뜨고 패스.

한우를 좋아하신다면 한아람 가세요...
저는 머.. 한우구이의 매력을 잘 모르는 덜 떨어진 인간이라 그냥 트라토리아몰토가서 스테이크나 조지고 싶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