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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압구정/도산공원] 서울의 파스타를 논할 때 어찌 볼피노를 빼고 말할까요, 그리고 신사 마산해물아구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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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장미대선날이었지. 휴일이 끝나가던 일요일, 번개성 모임을 주최한 나의 페미나치 친구1..... 사는 곳은 경기도인데 주소지가 서울이라 서울 행차를 한 김에 맛있는 것도 드시고 가고 싶으시답니다.

안그래도 막 귀국해서 서울의 존맛집을 털러 가고 싶었던 나는 압구정을 가자고 제안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친구분이 볼피노를 다녀오셨는데 볼피노 라구를 좋아하는 나로썬 드릉드릉했고....

압구정로데오에서 조금 걸어가니 습해진 도산공원이 보였다. 요즘 핫한 아우어다이닝과 한 블럭 사이.

예약 없이 방문했더니 우리에게 1시간이라는 식사 시간이 주어졌고, "괜찮으시겠어요?" 걱정스레 묻는 직원분과 달리 우리는 '밥도 먹고 양치까지 할 시간이네요'라는 표정으로 2인석 자리를 수락했다.

​메뉴판 사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내부 사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소개팅 장소로 추천하던데 뭔 개같은 소리지 테이블 간격 좁고 천장은 파이프 노출된 스타일이라 나는 매우 비추라고 생각함

소골수 라구와 문어감자샐러드, 한우 채끝 200그램을 주문했다. 이로써 안티 파스토 -> 프리미 피아티 -> 세컨디 피아티의 이탈리아식 식사의 구성을 나름 탄탄히 갖추게 되었다.

원래 기본으로 프로슈토와 스틱을 줬었나?
자리에 앉으니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 적신 프로슈토가 나왔는데 와인 없이 이런 것을 먹고싶진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헤비한 프로슈토 특유의 향과 진한 올리브오일은 내 위를 시작부터 부담스럽게 해...

그냥 내 취향이 그렇다는거지 프로슈토는 탱탱하게 잘 찢어지는 예술적인 퀄리티와 올리브에 중화된 염분까지 꽤 훌륭했다. 프로슈토는 서울에서 왜 이렇게 비쌀까.. 내가 재벌이면 좋은 프로슈토를 매일 사서 샌드위치로 먹을텐데.

​친구가 트위터에서 공구하셨다는 존예탱 아이폰 리본 폰케이스인데 그나저나 내 주변 사람들 알게 모르게 트위터에 발을 담구어놓고 있더라고 물론 나도 그랬지만 '_'

​따뜻한 감자와 문어를 사용해서 만든 샐러드. 가격이 삼만원이었나 아 모르겄다 희희 청담이랑 압구정쪽 파스타집 특징이 안티파스티가 메인이랑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문어는 좋으면서 또 중요한 식재료다.
잘 요리한 문어를 씹고 음미할 때 짧게 뿜어져 나오는 기쁨에 색깔을 칠할 수 있다면 햇살처럼 밝은 주황색을 놓을 것이다.

볼피노의 문어는 좋았는데 축축하게 삶아진 감자조각과의 궁합은 너무 지루한 편. 아예 따로 놀아서 뭐지? 신기하네 싶었더라면 더 기억에 남았을까? 뭉그러지는 식감과 고소함만 놓고 보면 감자덕후인 내게 맛있었을 법한데 문어를 올려놓아서 내 심경만 어지럽힌 꼴이 되었다.

이태리 파슬리도 약간의 올리브와 레몬이 지나간 흔적도 문어로부터 나온 귀중한 바다의 grease도 다 맛있었는데 결정적인 흠은 온도였다. 화이트와인 칠링 온도 정도로 좀 차게 먹었더라면 훨씬 덜 구질구질한 느낌이었을텐데

​소 골수를 넣은 라구 파스타.

직원분이 소 골수를 가져와 바로 섞어주신다. 블로그 한창 할 때라면 어 잠깐만요 골수 점 찍을게여~ 했겠지만ㅎㅎ 그땐 그냥 숙연한 표정으로 골수가 탈탈 섞이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볼피노가 생면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식감은 건면과 생면 사이쯤? 나는 뭐든 좋아, 볼피노의 라구는 진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라구파스타니깐.
지나치게 meat하지 않으면서 이 진한 맛의 비결은 역시 소 골수이려나. 먹으면 돌돌 말린 면에 달라붙은 라구 소스가 너무 사랑스럽다.

치즈를 과하게 넣어주지 않는 것도 내 스타일. 라구를 만들 때 롤모델이 있다면 볼피노의 라구다. 그나저나 소 골수하니까 오소부코 먹고 싶어

​스테이크는 구워주실 때 팬과 그릴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망설임없이 팬프라잉으로 간다. 어떻게 스테이크를 어떻게 왜 왜 그릴에 굽는걸까? 팬에 구우면서 나오는 그 육즙과 섞인 오일 또는 버터가 맛의 꽃이라고 보는데..

통통한 한우 투뿔 채끝 한 덩이가 육즙을 손실시키지 않는 두께로 썰어져나왔다. 조금 썰어서 먹어보니.. 마블링 많은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중 상위 10%안에는 무난히 들 정도.

입에서 탁! 터지는 육즙과 팬프라이 특유의 딴딴하고도 묵직한 겉면이 마치 붉은 카펫이 깔린 고딕풍 양옥을 걷는 느낌이었다. 수분감도 좋고 부위 선정도 좋았고 엄청 대단하다!까진 못 미쳐도, 역시 나는 리스토란테에서 먹는 스테이크가 제일 맛있다. 이탈리아 짱짱 충성충성 ^^7

아쉬운 점은 손질 잘 해놓은 grass-fed & non GMO 옵션의 고기가 있더라면 좋을텐데. 나도 건강한 도축방식을 선호하는 편이고 같이 식사하시는 분들 중 이 부분에 예민한 분들이 있어 하루 빨리 서울의 양식 문화에도 올바르게 자란 육우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조금씩 번져나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한우가 최고!라는 인식은 굳건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긴하다.

​그리고 원스인어블루문에서 꼬냑 한잔과 재즈 서너곡을 마시고 신사쪽으로 걸어가서 친구가 좋아한다는 원조마산아구찜에서 2차(?)

친구 한명이 더 왔는데 무슨 디브릿지를 가자고해서 도른줄 집에서 자다가 자던 옷 그대로 입고 나왔는데ㅋㅋ 그리고 한남들 모인 장소는 돈 줘도 안감 으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신사동에 왔고 청하를 깝니다

요즘 청하 너무 좋아

​산낙지도 주문하고..
근데 산낙지는 야외 포장마차에서 먹는게 제일 맛있다.

​대망의 해물찜 중자인데 이 식사자리에선 말을 안했지만 나는 해물찜을 잘 즐기는 편은 아니다. 쭈꾸미 낙지 이런거 날거 아니면 왜 먹는지 모르겠고.. 질긴 바다생물 안 좋아함. 그리고 게 발라먹는거 귀찮아함 새우 까는 것도 싫어함 하지만 누가 까주면 잘 먹을 수 있어..

그래도 양념이 화끈해서 명태알과 콩나물 열심히 먹었다. 먹으면서 개표방송 보는데 경상도 시이발 이쯤되면 경상도만 내보내야함 가서 유신공화국 차리고 잘 살길

근데 해물찜 먹는데 왠지 홍준표도 해물찜 되게 좋아할 것 같더라 촉이 왔긔ㅋㅋ....

성게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해물찜 볶음밥 필수고요
이거 먹으러 또 가고 싶다. 2차 찍고 자세한 리뷰 써야지 오늘은 볼피노가 주인공이니까 맛 리뷰 생략생략

볼피노도 6월 안으로 함 더 갈까 생각 중.
이번 달 은근 할 것 많다.
와인 다 떨어졌어 힝 새로 사야해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리고 소설옥도 내일모레 가야하고 하... 술에 절어 살다보니 하루하루 바쁜데 오늘 회사에서 처리 해야 할 작업 생각하니 골 때린다

아무튼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