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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합정] 애매하지만, 이탈리아식 불고기피자가 맛있으니 추천하는 키친485(Kitchen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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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혼술과 게임과 피자라이프를 즐기지만 봄이 오기 직전 다녀온 합정의 이탈리아 음식점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합정에서 회사 다니는 친구가 괜찮다고 추천해준게 2년 전인가.. 아무튼 기억 속에 존재는 하던 음식점인데 그저 그런 흔해빠진 캐주얼 밥집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요리를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어서 또 가봄...

때는 한가한 일요일 오후였고 개인시간을 포기하면서 만나는 모임은 나름 또 의미가 있지. 점점 사회생활 짬이 쌓여가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첼린지라는 것. 언제부턴가 새로운 만남을 꺼리고 혼자만의 성을 쌓아가는 것 같다.

밥 사진은 안찍고 메뉴판만 찍어왔네...

나름 음료리스트를 신경 쓴 것 같은게 세계맥주를 소소히 구비하고 있으니. 나는 아사히 생맥을 주문하고 일행들은 하우스 와인 레드와 화이트 한잔씩 주문했다. ​

루꼴라를 비롯하여 먹어보고 싶었던 피자는 많았지만, 인스타에서 날 사로잡은 비주얼은 바로 까르네 피깐테라는 쪽파와 쇠고기, 양파 등등이 올라간 토마토베이스의 피자라.. 이걸로 결정남.

피자가 맛있다고ㅠ 다음에는 피자만 3개 시키고 싶었다.​

​파스타 메뉴. 설명부터 괜찮아보인다.

자신이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하는건지 손님들에게 메뉴판으로 미리 알려주는 가게에는 신뢰가 있다. 기피하는 식재료나 마음에 안드는 조합일 경우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기회에 초반부터 주어지니 훌륭한 치트키라고 해야할까?

라자냐와 지중해 해변을 걷는 알리오올리오를 주문...

사실 라구 먹으러 왔는데 화이트라구는 좀.ㅎ

​그리고 한우 안심 버섯 리조또도 1접시 주문했다.

예전이라면 크림류는 거들떠도 안보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렇게 버섯이라거나.. 매운맛이라거나.. 약간의 특별한 스파이스가 가미된 크림베이스는 어찌어찌 먹을 수는 있다. 즐기진 못해도 평가에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바삭한 대구 튀김, 구운 가지와 부라타 치즈 등 재미있는 안티파스티를 갖고 있는.

구운가지에는 왜 늘 치즈가 올라가야하나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것을..ㅠㅠ 세상에서 모짜렐라치즈와 약간의 파르미지아노를 제외하고 모든 치즈를 소멸시켜버리고 싶은게 솔찍헌 치즈포비아의 심정.

​나는 와인각이 아니라 주문하지 않았지만.. 일행의 하우스와인들을 보고있자니 약간 실망감이 몰려온다. 합정 도로변이라는 캐주얼한 위치의 존재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걸까. 완전한 와인 서비스를 약간이나마 기대했는데, 애초에 주방에서 와인을 따라서 제공해주는 것부터가 별로.

하우스 와인이면 그 가게를 대표하는 와인인데 적어도 라벨 정도는 보여줘야하지 않나. 눈 앞에서 따라주지 않으면 와인을 어떻게 보관했는지마저도 확인이 안되고... 구두로 설명도 없이 덜렁 두 잔이 나오니 나름대로 당황스럽긴 했다.

​이 밑으로는 사진이 많이 없는 관계로 꾸역꾸역 활자들을 뭉쳐보겠다.

우선 쪽파가 요리에 주는 아름다운 영향력을 기대하며 주문한 까르네 피칸테. 한켠으로는 도우를 찍어먹을 수 있는 꿀도 주는데 이 피자의 화룡정점이 될수도 있다고 본다.

쫀득하고 고소한 도우위에 얇게 펴발라진 마리나라 소스, 쫀득한 적당량의 모짜렐라 치즈와 달큰매큼하게 간이 된 쇠고기, 알싸하고 시원하고 아삭함이 기분좋은 적양파, 모든걸 정리해주는 쪽파.. 이 재료의 조합 만으로 맛을 상상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약간의 단맛이 어디에서 나오는진 몰라도... 감칠맛이라는게 딱 이 피자에 어울리는 단어같다. 이 맛과 저 맛을 합쳤을 때 액기스로 뽑혀져 나오는 '더' 맛있는 맛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감칠맛이라고 생각된다. 양이 적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아쉬울때쯤 끊어지는게 바로 다음 기회를 위한 도약이 아닐까? 확실히 또 찾아먹고 싶으니까 ㅋㅋ

​라자냐. 치즈의 진한 맛이 예상보다 강해서 살짝 힘들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는 인기 끌 맛이 아닐까? 나는 이례적으로 치즈와 크림류를 싫어하니. 돌이켜보면 아마 베샤멜 탓일 수도 있다. 밀가루와 버터를 볶은게 베샤멜이었나. 듣기만해도 와우.. 

비단 이 곳의 라자냐를 떠나서, 세상의 모든 라자냐에 대한 소감을 잠시 짚고 가보자면.. 보들보들하게 퍼지도록 익힌 라자냐면과 고기, 녹은 치즈, 토마토가 뒤섞인 맛은 가히 최강이다. 고기와 치즈와 토마토의 비율이 각각 얼마냐에 따라 맛도 확연히 갈리고 취향도 갈리는데, 어릴적 엄마가 종종 사다준 라자냐가 그립다. 미도파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사온, 알루미늄 용기에 들어있던 토마토소스맛이 많이 나던 그 라자냐. 바짝 구워져 크리스피하게 변한 모짜렐라 언저리가 제일 좋았는데. 오븐치즈스파게티와 함께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 때의 그 기억이 지금도 내 안에서 돌아다닌다.

알리오 올리오가 지중해 해변을 걷는다. 거창한 이름이다.

한 입 먹고 든 생각은 오일이 에러. 어떤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썼는지 몰라도 .. 파스타에 쓸 향은 아니었다. 풀향과 쌉싸름함이 지나친게 딱 샐러드용이나 식전빵 용도 같은데 어찌하여.. 레몬제스트를 넣었나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상큼했다.

마늘의 감칠맛과 구수한 육수를 기대했으나 당황스러운 부조화에 몇번 포크질을 하고 내려놓았던..

안심버섯리조또.

고기는 맛있다. 후추와 소금과 버터로 알맞게 익혀져 톡톡 터지듯, 사르르 녹아내리듯 고소하게 내려앉는 맛이.

리조또 자체는 너무 진한 느낌이라.. 포르치니라고 부르기도 뭣한게 향은 버섯향이 쎈데 맛에서는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후추를 좀 더 넣었더라면 나았을 것 같은데 애초에 많이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라 고기조각 위주로만 좀 먹을 수가 있었다. 버섯도 너무 커서. 아예 소스에 모든 버섯을 투자하고 버섯 자체는 리조또에서 빼는게 나을 것 같다.


총평 : 피자가 맛있어서 또 가고 싶지만, 파스타와 리조또는 좀 애매한게 맞는 곳. 성의없는 음식이나 형편없는 재료와는 거리가 멀지만 약간 핀트가 어긋난 듯한 느낌이 강했다. 분위기는 활기찬 유럽의 비스트로 정도로 한가한 오후 창가에 앉아 여유를 즐기기엔 딱 좋은 느낌. 조명이 웜톤이라 소개팅도 괜찮을 것 같지만 소개팅에서 저 토핑 줄줄 흐르는 피자를 먹느니 간장게장을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