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taurant reviews

[방배동] 맛있는 라구(Ragu)파스타를 찾아 떠난 첫번째 여행, 비스트로 뽈뽀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옥에서 돌아온 개발자^^ 현생이 좃같다..


앞서 말했듯 요즘은 어느 레스토랑의 라구가 맛있나 테스트를 혼자서 진행하고 있다. 기준은 그냥 내 입맛이고.. 평가를 하면서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그 레스토랑의 특징을 잡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토요일 새벽 3시에 출근할 일이 생겼다.

그 뜻은 금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토요일 아침에 퇴근을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금요일에 일시적인 퇴근을 오후 6시경에 한 뒤,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피씨방에서 오버워치를 하다가 육신이 지칠 무렵 재출근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또 고민이 되는게 저녁을 어디에서 때우냐는 것이다.

방배역 주변은 진짜 맛집이라고 부를만한게 손에 꼽는다.

그래서 서래마을이나 방배동 카페거리까지 물색하던 중, 미식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 작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더군다가 그 곳에 라구까지 있어..! 당장 예약을 하고 혼자서 금요일 저녁 7시에 방문을 했다.

​원래는 2인용 테이블에 좌석이 준비되어있는 것 같았는데, 나와 동시에 레스토랑의 문을 연 2명의 손님들이 워크인 방문자였다. 좌석은 다 차있고 카운터석만 남아있었고... 사장님이 난처한 얼굴로 나에게 카운터석도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좋다고 오케이했다.

혼밥의 진리는 카운터석이야...

작은 공간의 식당. 벽 한 쪽에는 오늘의 메뉴가 적혀있다. 감바스 알히요나 굴&파래 파스타, 죽합구이, 목살숯불구이, 커피젤리 등등..

​비스트로 뽈뽀에서 뽈뽀는 스페인어로 문어라는 뜻이다.

그 이름의 의지를 이어받아 나는 문어아보카도(2.3)을 주문했다.

​사실 어란 링귀니도 너무 먹고싶었지만 한번에 다 시키면 배가 너무 부를까봐 우선 주키니 라구 파파델레부터 주문을 했다. 가격은 2.3만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끝에 배가 불러서 어란 링귀니를 먹어보지 못하였고, 조만간 이 어란 링귀니를 먹으러 재방문을 할 것 같다.

​메인디쉬...

지금 생각하니 안심스테이크와 쇠고기 카르파치오가 눈에 아른거려 미칠 것 같았지만, 이 당시에는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아 파스타로만 식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성게알 쇠고기 말이가 그렇게 쩐다는데 다음 방문엔 그걸 시도해볼 것이야.

​와인리스트는 미처 찍지 못하고.. 나는 하우스와인을 1잔 주문했다.

이름을 잊었지만 문어가 그려져있는 스페인 와인으로, 첨 들어보는 품종이었다.

​문어 아보카도의 등장.

큼직하게 썰어놓은 아보카도 큐브와 문어조각을 뒤섞어 샐러드용으로 내놓은 요리인데.. 통후추 몇 알 이외는 부가재료가 없어 아주 바람직한 요리였다. 에피타이저는 가급적 최소한의 재료로 만든 요리가 되어야한다는게 내 취향의 주장이다.

​아보카도의 기운을 받아 예쁜 녹색으로 변한 와인

첫 느낌은 달콤한 흰꽃과 프루티함이 돋보이는 아로마.

뒤에 나올 요리와의 마리아주는 쏘쏘.. 좀 까칠하고 스파이시하게 느껴졌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아보카도와 짭짤하고 쫄깃한 문어조각.

아보카도를 혼자 이렇게 풍족하게 먹어본 적은 없다. 나름 방콕 호텔방에서 아보카도 솔플을 시도했으나 소금과 후추가 없었던 관계로 실패했으니까. 혼자 먹어치워서 그런진 몰라도 문어와 아보카도 생김새가 매우 헷갈린다. 그래서 나름 문어 하나~ 아보카도 하나~ 집었다고 생각해서 먹어보면 아보카도 뭉탱이거나 문어 2점일 케이스가 많았다.

크리미하고 버터같은 향긋함. 은혜가 강같다. 후추의 스파이시함,, 시원하고 크림같은 아보카도.

톡톡 터지며 짭짤한 즙을 뿜는 문어와 아보카도는 정말이지 엄지를 쌍으로 들어올리게 만드는 맛.

​라구 파파델레가 등장했다.

파파델레가 이렇게 넓었었나. 일반 딸리아뗄레의 3배는 되는 너비다.

​치즈는 최소한만 넣은게 아주 바람직하네여.

잠깐 주제를 벗어나자면 요즘 레스토랑에선 파르미지아노를 파르메산이라고 부르면 자존심 상해한다. 왜냐하면 파르미지아노는 파마산에 비할 수 없는 상급 클래스의 치즈라서 그런가봄. 아무튼 치즈포비아 인생을 살면 누구보다 치즈에 정통하게 된다. 잘 알고 잘 피하자 이런 느낌.

다진 양파와 끓인 토마토, 애호박 슬라이스, 그리고 다진 고기로 구성이 되어있는 뽈뽀의 라구!

​한 입 먹어본 소감으로는 고기맛이 어마어마하게 난다.

파스타를 감싼 존재 중 고기의 지분이 절반은 되니까.. 내가 집에서 다진 고기 전내 때려붓고 파스타를 만들 때가 왕왕 있는데, 그때의 고기양과 비슷하다. 재료는 전혀 아끼지 않는다..

면이 굵.. 아니 넓다보니 라자냐의 롱파스타 느낌?

면은 부들부들하게 잘 익었고 고소하다. 소스와의 조화도 좋은 편이고 짠맛이나 싱거운맛과는 거리가 멀어 혹평을 피하기에 쉬워보인다. 치즈향이 적어 오히려 더 맛있었고(내기준) 특히 주키니를 메인으로 내세운 파스타인만큼, 얇게 썰린 애호박의 달큼시큼한 풍미가 훌륭하다. 어릴적에는 애호박 나물이 그렇게 싫었는데.. 서양요리에 곁들이니 넘 맛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싫던 애호박, 양파, 대파가 요즘은 그리 좋아

아쉬운 점은 고기양이 너무 많아.. 집에서 먹는 스텔라표 파스타와 오버랩이 되어 새로운 느낌이 없었다는 것. 물론 셰프의 실력은 하늘과 지옥차이지만. 그리고 오래 끓인 라구소스라기보단 갓 만든 느낌이 들었다. 소스 자체에 고기향이 배기보단 고기 양이 그 출처가 된 듯한..

​배는 꽉 차서 메인 하나 더 먹긴 어려웠지만 이대로 끝내긴 아쉽고.

어디서 이 곳의 커피젤리가 맛있다길래 하나 주문했다. 가격은 모르겠다..

와..

강렬한 산미를 품은 "진짜 원두커피"로 만든 젤리에 쫀쫀하고 단단하고 찐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참 좋더라. 아포가토는 이제 역사에서 사라질 때도 된 것 같다. 마치 꽃향기 진하게 내린 커피에 설탕 1/3 티스푼을 붓고 그대로 젤리로 굳힌듯한.

젤리라길래 달콤한 젤리라고 생각한 나를 반성한다.

젤리는 디저트에만 사용될 달콤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건 편견이다.


재방문이 기다려지는 레스토랑은 오랜만이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섞었는데 약간의 일본스러운 느낌도 나고.

서울에서 어디가면 맛있는거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요?라는 실체도 없고 주제도 없고 의지도 없는 포괄적인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성의없는 질문에 대답해줄만한 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