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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안산] 콜키지 프리라는 소식에 와인 들고 2시간 전철타고 찾아간 그 남자의 이태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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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집 근처에 파스타집 맛있는데 생겼어"

"그렇구나"

"엄마랑 갔는데 맛있더라고.."

"몹시 좋았겠구나"

"근데 콜키지프리래"

"언제 가면 됨?"


콜키지 프리 레스토랑 중에서 좋은 곳을 찾기란 꽤나 어려운 문제다.

콜키지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자.

Cork와 Charge의 합성어로써, 외부 와인을 업장쪽에서 서비스를 해주면서 추가 요금을 받겠다는건데.. 사실 업장쪽 와인을 팔지 못한 손해를 채우려는 의미보다는 와인을 전문가가 식사자리에서 핸들링을 해주겠다는 서비스 요금에 대한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와인을 파는 가게에 따로 와인을 가져가는건 당연히 돈을 내야하는게 맞고.

콜키지 차지는 2만-5만까지로 다양한데, 5만원 정도 받는 고급 파인다이닝에서는 소믈리에가 와인 핸들링을 해주는 편이다. 

2만-3만원대에서는.. 잘 챙겨주면 다행이지만 막잔 몇 잔 주고 알아서 따라마셔야하는 곳들도 많고. 그래도 콜키지가 와인덕후들에게 좋은 정책인 이유는, 좋아하는 와인을 외식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게의 와인 리스트가 항상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니까.

콜키지프리 레스토랑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잔도 제공 안해주고 알아서 가져와서 알아서 마셔라(주로 가격대 낮은 고깃집)

2. 잔은 제공해주지만 잔 교체는 어렵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한우나 일반적인 양식당)

3. 잔도 바꿔드리고 최대한 당신의 와인모임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극히 드묾)

그런 의미에서 이태원 빌라드라비노는 대단한 콜키지 프리 레스토랑인것...

​상계동 사는 내 입장에서 밥 먹자고 안산을 가는 것은 진짜 대미친짓이었다.

더군다나 집에 쌓여있는 와인 중 무난한 테이블 와인을 두 병정도 골라왔는데.. 와인 2병 무게는 상당히 버거운 무게다. 그걸 숄더백에 넣고 용산가서 반지의 제왕 확장판보고 그대로 안산 중앙역까지 달려왔으니 ㅋㅋ 어깨 빠지는 줄.

오후 5시에 도착하니 가게는 한산했다.

​예약된 테이블..

외관이 뭔가 2005년 생폴드방스가 연상되는 분위기라 넘나 아기자기한거 아니야?하면서 살짝 못 미더운 맘으로 입장했는데 의외로 내부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생화들이 부담스럽거나 현란하지 않고 배치되어있었다.

​"야 근데 거기 앞접시가 좀 촌스러울 수도 있어"

"왜?"

"꽃이 좀 큼직하게 박혀있어서.."

안 이쁘면 뭐 사진 안 찍으면 되지..하고 갔는데 그 문제의 앞접시도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았고 나름 다른 식기류들과 무난하게 어울렸던 것 같다.

​메뉴선택권은 가급적이면 양보했다.

에피타이저로 할라피뇨 닭가슴살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먹어본 친구가 맛있다고 먹고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원래 나는 풀떼기를 돈 주고는 잘 안 먹는다. 내 마음에 드는 부위의 야채가 나올 보장도 없고..

근데 샐러드 먹고싶다고 한 친구도 썩 풀떼기선호자는 아니라.. 걔가 맛있다니 굳이 반대하고싶지는 않았다.

​가격대가 참으로 착하다.

청담 미피아체를 예전에 한 번 가보았는데, 주로 한 레스토랑에서 갈라져 나온 곳 역시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편인데 그 남자의 이태리식당은 가격대가 팍 낮아졌쓰.... 하긴 이 동네에서 3만원의 파스타는 안 먹힐 상권 같기도. 재료값 살짝 낮춰서 맛있게 요리를 해주면 땡큐긔

홍게살과 날치알이 들어간 로제 링귀니와 알리오 올리오 링귀니를 주문했다.

​좀 흔들려서 잘 안 보이지만, 리조또는 패스하고 육류메뉴에서 양갈비 스테이크(3.5만)을 주문했다. 양갈비 앓다 뒤질 그 이름.. 2대에 3만4천원이면 싼건 아닌데 이왕 먹으러 온 곳에 좋아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주문하는게 후회가 없다.

리조또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선..

​칠링도 해주시고 잔도 바꿔주셧다 감동!

이번에 내가 가져온 와인은

louis jadot bourgogne rouge pinot noir 20111

massolino, moscato d'asti 2014

한 명은 와인에 관심이 없고 한 명은 아직 라이트한 관심만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두 병이 바로 내 최선의 선택이었다. 피노누아란 품종의 매력은 매니아와 비매니아 가릴 것 없이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며, 좋은 품질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설탕물일것이란 편견조차 부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근처 이마트에서 프레시넷의 꼬뜬네그로도 한 병 구입했다. 싸고 만만한게 꼬뜬네그로ㅋ...

​식전빵이 나왔는데 발사믹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보인다.

​그저그런 모닝빵인줄 알고 안 먹을까하다가 먹었는데 존맛이내 와우내 뺌

바삭하게 부서지는 빵의 겉면이 내뿜는 참을 수 없는 고소한 향기, 마치 중세시대의 귀족들이 먹었을법한 보드랍고 쫀득한 결의 흰빵. 개인적으로 발사믹보단 올리브오일에만 찍어먹고 싶지만.. 빵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 놀랐다. 평범한 외관이지만 속에 내재된 맛이 훌륭하다.

​할라피뇨를 갈아 올린 닭가슴살 샐러드. 보는 순간 우와를 외쳤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고기가 식욕을 자극시키고, 쓰잘데기없이 파란 맛만 나는 양상추가 아닌 로메인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야채의 등장에 마음이 설렜다.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내 친구가 굳이 시키자고 했을터..

​잔잔하지만 점점 화끈하게 올라오는 할라피뇨.

빽빽하게 가득 들어찬 닭고기맛도 좋고.. 새큼한 드레싱도 과하지 않고..

올리브 덕후는 올리브도 열심히 주워먹었다.

​샐러드가 매울줄 알았더라면 드미섹으로 가져오는건데,,, 

식전주를 위해 Brut이 준비되었다.

스페인의 자존심, 프레시넷의 까바 꼬든 네그로 nv

​산미가 휙 돌면서 자글자글한 뽀글이들이 돌아다니는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너무 무난해서 두번 먹을 마음은 잘.. 데일리 와인 중에서 마음을 사로잡을 와인의 조건은 향기가 남달라야할 것. 이건 너무 흔해서 ㅋㅋ 1,2만원 정도의 할인가라면 사먹을 듯.

매운거 먹는데 스파클링 브륏을 부어버리니 존내 더 매웠다. 매울때는 차분한 버블감의 살짝 달콤한 와인을 선호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또래오래 갈릭반핫양념반 먹고싶다.

​통마늘과 치즈로 맛을 낸 알리오 올리오 링귀니가 등장하고..

듬뿍 뿌려진 치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요즘 이탈리안을 충분히 즐기려면 어쩔 수 없이 소량의 치즈와는 타협을 봐야한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는 중이라 군말없이 최대한 치즈를 피해서 먹었다. 그리고 이건 장족의 발전 중 하나인데.. 토마토 소스 베이스에는 약간의 치즈가 들어가는게 풍미가 좋다라는 점도 인정을 했다. 내 인생의 치즈혐오 행보를 감안한다면 이건 엄청난 발전이긔,,,^^

​통마늘을 씹었을 때 얼굴 표정이 0.1초라도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잘 요리된 마늘이다. 매운맛은 빠지고 구수함이 극대화된 마늘이라 마음에 들었다. 파스타면의 양에 비해 마늘이 많았지만 이건 그냥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라는 말로 넘어가면 된다.

​로제파스타를 판매한다는 의미는 대중과 친해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로제와인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면, 역시 레드와 화이트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의 맛을 가진 로제 파스타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다소 정통적인 요리법은 아니라고 해도 마음이 가는 요리라는건 사실이다.

후지필름 가끔 죽이고싶은게 푸른빛 넘나 잘 잡아냄. 음식사진에 푸른색이란 필요없다.

​생크림이 토마토를 이겨먹는 비율의 로제는 잘 선호하지 않는데 어째 이건 맛이 좋다.

박박 긁어 먹은 주홍빛 소스 속에는 날치알과 홍게살이 가득가득.

무난하게 괜찮았다라고 단조로운 평을 내리기엔 입에 감기던 소스맛이 그보다는 좀 더 마음에 들고.. 최고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10점 만점 중에 7.5를 주고 싶다. 중요한 사실은 그 자리에서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냐 없었냐인데 나는 맛있게 먹었지.

​루이자도의 부르고뉴 피노누아로 넘어가자.

피노누아같이 귀한 품종에서 낮은 등급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바로 이 부르고뉴라고 명시된 등급이다. 좋은 등급일수록 지역명에서 마을 이름으로, 마을 이름에서 포도밭 이름으로 올라가는데, 루이자도의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딱 엔트리급으로 저렴하게 마시기에 좋다. 그래봤자 3만원대가 피노누아의 최소값이겠지만...

애매한 빈티지의 애매한 등급의 피노누아라 혼자 마시기보단 나가서 처리해버리자!하는 마음으로 들고옴...

환상적으로 하늘하늘한 진분홍빛의 피노누아. 상당히 괜찮았다.

처음의 과실향보단 알콜향이 지배적인 부케는 좀 아쉬웠지만 마치 공기를 머금는듯한 이 가벼움. 예민한 토양에서 예민한 날씨와 함께 자란 피노누아 포도알의 새침한 소년같은 매력이 마음에 든다. 루이자도 피노누아와 조셉드루앙 피노누아는 앞으로 다양하게 마셔보고 싶다.

​파스타엔 레드보단 화이트가 진리지만.. 로제를 다 먹어치우기 전에 피노를 오픈한 이유는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여주는 맛 변화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

​3개의 메뉴를 순차적으로 맛본 후, 양갈비 이전에 라자냐를 하나 더 추가했다.

베샤멜소스와 라구소스로 만들어진 라쟈나 그라탕.

​치즈가 상당히 두껍게 올라와있는 관계로 ㅋㅋ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치즈는 양보를 하고 밑쪽의 면과 고기위주로 떠서 먹었다. 베샤멜과 고기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 토마토 느낌은 없다시피...

이 친숙한 그라탕그릇과 넘치는 재료의 양을 보았을때 이걸 요리하는 셰프님의 가족은 집에서 행복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식사하는 주체의 페이스에 맞춰서 음식을 내주신 셰프님께 삼삼한 감사를 드린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양갈비가 나오고요

​손 끝 야무진 친구에게 커팅을 맞기고 사진도 한 번 찍고

애호박, 방울토마토, 양파, 버섯등의 가니쉬가 있었는데 갠적으로는 이 상태에서 좀 더 구운 야채들이 좋다. 아주 푹 익어서 달콤함을 내는 양파나 가지나 애호박이나.. 이런 쪽이 맛좋게 느껴져서. 곁들임용 가니쉬라고는 하지만 접시에 올라온 이상 또 다른 요리가 되어야한다.

​미디엄으로 익혔는데 나는 미디엄레어가 먹고 싶었거든.. 근데 친구가 미디엄으로 하자 해놓고 막상 미디움으로 나오니까 좀 덜 익었으면 좋겠다라고 하길래 멱살 잡을뻔.

그래도 맛있었다. 양의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그걸 누린내로 만드느냐, 아니면 잘 구워진 고기로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양냄새에 초민감한 내가 잘 먹었으니 아마 제너럴하게 사랑 받을 요리같다.

피노누아에 양고기는 사랑이고요

​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합

양고기에 민트젤리.

소금과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살짝 올리는 것만이 고기에 있어 최고로 명예로운 양념이다.

​디저트가 1,500원이라니 와웅

오렌지셔벗에 코코넛 크림이 올라간 디저트를 주문했다.

​이 정도로면 흠잡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마쏠리노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 품종이 설탕물일뿐이라는 생각은 버려주자

좋은 모스카토는 샴페인 이상으로 매력적인 향을 품고 있다.

​서양배가 주도적으로 어필이 되면서 달콤한 흰꽃향기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한다. 세밀하면서도 우아하게 표현되는 얕은 기포가 향기를 수면위로 한 껏 끌어올려주는데 그 맛이 참 좋다.

달긴 달아서 많이는 못 마시지만, 1병을 3명이서 나눠먹으며 디저트를 즐기기엔 최적. 개인적으로 샐러드나 과일과 먹어도 제 몫을 잘할 놈이다.

​디저트 중엔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있고..

치즈케이크도 있고..

먹은 친구말에 의하면 치즈가 참으로 진하다고.


이렇게 Antipasto부터 Primi, Secondi, 그리고 Dessert까지 즐길 수있었던 꽤나 마음에 든 이탈리안 만찬이었다.

또 안산에 이거 먹으러 올거냐면 YES.. 콜키지 프리는 넘나 소중한데다가 음식 맛도 보장이 된다면 KTX라도 타고 가겠음. 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꽃이 피기 전에 한 번 더 가고싶다. 2시간 거리지만 그냥 종점에서 종점가는 기분으로.. 지하철에서 2시간 동안의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일관한다면 노원 <-> 안산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