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taurant reviews

[이촌] 긴스시 :: 누군가에겐 최악의 서비스, 나에겐 늘 천국 같은 미들급 스시야 + 이촌동 Cafe C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구정 연휴를 하루 앞두고 나는 오늘도 피곤하다.

사용하는 닉네임은 Boring Stella가 맞지만 어느순간 보니 피곤한 스텔라가..

여자는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남자는 재기GO


이촌동 스시상가는 누누히 말하지만 유명하다.

꽤 연식이 있는 만큼 인지도가 높고, 단골들이 많고, 불친절함에 이를 갈며 돌아서는 손님들이 많다. 내가 아는 이촌동 스시야 3곳의 이미지는 이러했다. 기꾸는 가장 뿌리가 있지만 친절함이 없다싶이한 곳이며, 우메는 맛이 좀 떨어져서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곳, 긴스시는 기꾸보다 덜 알려져있지만 친절도에 있어서 잡음이 없고 맛이 좋아 내가 좋아하는..

그런 긴스시에 요즘 불친절함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찾아가보았습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4명이서 얘약 방문했는데 꽤나 인기가 많아졌는지 식사하는 도중 만석인 현장을 볼 수가 있었다.

여느 때처럼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하기 좋은 곡"들이 반복되어 흘러나온다. 아주 작은 공간 사이사이에 걸려있는 옷걸이가 기억에 남는다. 겨울에 한파를 헤치고 찾아온 손님들의 두툼한 옷들이 식사하는 주인 등 뒤로 걸려있는 풍경을 보면 왠지 참 스시야답다라고 느껴진다.

​간장종지와 말챠가 세팅이 되고..

혼자서도 와보고 여럿이도 와봤는데 내가 느낀 점은 셰프님은 손님과의 대화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앞에서 열심히 헛소리하며 재밌게 떠들면 가끔 웃으시는데 그 자그마한 실소가 오마카세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혼자 가면 입을 닫는 편이다. 밥 먹는데 귀찮앙...

​챔기름 듬뿍 올려진 진한 전복죽으로 역에서 걸어오는 동안 차갑게 식은 위를 덥혔다.

새큼한 드레싱으로 덮인 샐러드에서는 야들야들한 양배추 잎사귀 부분만 건져먹었다.

야채 스틱과 쌈장도 볼 수가 있는데

정말 ​소주 없이 이런 것을 먹고 싶지 않다.

​긴스시에 올 때마다 목을 쭉 빼고 이 것이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게 되는데..

아귀간과 광어 지느러미, 소라를 산미 강한 초간장과 날치알, 적양파, 무순 사이에 놓아 먹는 전채(前菜)요리.

​아귀간만 있다면 푸아그라의 존재는 지워도 될 것이다.

입자 고운, 밀도감 넘치는 이 고기덩어리를 살짝 떼어 먹어보면 고소한 풍미와 더불어 맛있음이 뻑뻑해진다. 입에 가득 차오른다. 아구는 담백한 생선인데.. 그 놈 간 하나는 잘 뒀어

​오늘의 흰살생선으로는 광어지느러미가 나왔는데 기가 막힌 기름진 맛이다.

오독하게 이빨이 박히면서 이내 쫄깃하게 씹히는 살점에서 배어나오는 리치한 맛..

새콤한 초간장과 날치알, 양파가 주는 미식적인 즐거움 역시 빼먹을 수 없다.

​오늘따라 장국이 평소보다 담백하다. 실파가 춤을 춘다. 국 속에서...

저번에 셰프님과 장국 재료 맞추기 놀음을 잠깐 했었지.

원래 사시미는 건너 뛰었었나?

아무튼 첫번째 스시는 광어.

부드럽고 진하고 광어가 이런 맛이었나 싶었다. 저렴하고 일반적인 스시가게에선 거들떠도 안 보던 초밥인데 긴스시에만 오면 "아주 맛있는 스시"가 되는 이유가 바로 긴스시의 장점일 것이다. 흰살생선을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맛의 급으로 표현된다고 해야하나.

​도미 역시 광어 다음 주자로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도미가 만들어주는 단 맛.. 또 느끼고 싶다.

​그리고는 마쓰가와 도미 (껍닥도미)

​간장을 듬뿍 네타에 발라서 살짝 말아 한 입에 넣으면 된다.

쫀득하고 달콤하고 껍질이 씹히는 식감이 좋은 껍닥 도미~

​주도로.

주도로라는게 믿기지가 않는 섬세한 기름짐이 느껴졌다. 샤리가 단단하면서 두툼하여 더욱 크게 작용하는 이 뱃살의 기름진 맛에서 언제쯤 헤어나올 수 있을까? 주기적으로 도로를 안 먹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광어 한 번 더. 옳다구나 했다. 아마 우리가 광어 맛있다고 한 것을 들으셨나.

이번에는 와사비가 좀 더 강하게 들어왔다.

즈께 아까미는 그렇게 특출난 점은 없었다.

주도로가 너무 찐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던건지.. 아까미 덕후 입장에선 아쉽아쉽

​방어...

요즘 방어는 갠적으로 스시보단 회로 먹는게... ㅠㅠ 아주 기름이 잘 돌면 모를까, 내가 예전에 맛보고 황홀해했던 그 방어초밥은 요즘 어디서 먹어야할지 감도 안 온다. 먹고싶다. 맛있는 겨울 방어뱃살 스시가..

학꽁치 이렇게 맛있게 손질해서 주시면 그저 감사합니다.

생강이나 유자처럼 네타의 고유한 맛을 변질시키는 부가재료가 없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원래는 유자나 생강등을 잘 쓰셨는데. 쫀쫀하고 풍부한 학꽁치의 등푸른 맛이라 근본적이면서도 좋은 맛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메까도로가 흔하지 않게도 초밥으로 나왔는데.. 갠적으로 꼬들한 황새치 뱃살은 스시보단 사시미로 한 점 소금에 찍어먹는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네타도 너무 기가 쎄면 내가 별로거든...^^

​고등어. 그냥 좋다. 사랑한다.

이게 고등어지 셰끼들아!!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한 궁극의 향기로움과 보들한 텍스쳐

​우니를 올린 이까

우니 양 좀 보소.. 오늘 우리의 스몰토크가 셰프님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우니를 무슨 산처럼 쌓아주셨다. 

이까는 쫀득하고 우니는 달달하고 난리가 났다.

우니를 싫어하는 친구 옆에 앉은 혜택으로 나는 우니가 따블이여

존존대존의 공식을 성립하는 눅진한 아보카도 대게살 초밥.

존맛 + 존맛 = 대존맛

옆에 앉은 친구가 이거 애호박 아냐?라는 올해 최고의 망언을 하셨다.​

​단새우는 농도가 살짝 아쉬운게 3마리면 딱 완벽했을 아쉬움이 남네.

​키조개 관자.

관자스시는 언제나 뭐 쏘쏘.. 그닥 선호하는 종류가 아니라.

​생전복 초밥.

생전복도 관자처럼 그닥 즐기는건 아닌데 간만에 먹으니 느낌이 새로워서 마음에 들었다. 오독오독하고.. 비린 맛 없이 향긋하고. 생전복은 집에서 초장 찍어먹느니 스시집에 와서 먹는게..

​타래소스를 올린 키조개.

표면은 미끄덩하면서도 막상 먹어보면 쫀쫀하고 불쾌하지 않은 식감이 예술이다. 조개 내음이 확 한데로 모여들어 살며시 스며든듯 한..

​내가 갠적으로 긴스시에서 제일 좋아하는게 나왔다.

카니미소 군함.

익힌 대게의 내장을 숟가락으로 긁어 먹어도 그리 좋던데.. 그걸 게살이랑 같이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스시로 받아볼 수 있다니 내장 덕후 입장에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말..

​이 날 전반적으로 스시 상태가 다 좋아서 이꾸라도 좋았다.

평소처럼 톡톡 터지는게 아니라 부드럽게 뭉그러졌던 연어의 알들.

​홍고추와 실파 등을 썰어넣은 타코 와사비.

참기름향도 살짝 느껴지는게 이건 일식이라기보단 한국적이란 느낌이 강한 메뉴다. 쫄깃쫄깃 문어살들.

뭔가 좀 충격적으로 변화한 긴스시의 장어 굽기.

이전에는 자그마하게 쥐어주셨다면 이번은 굉장히 넓고 큰 장어가..

전보다 소스를 줄이고 장어 자체의 간을 올렸다. 부드러움은 강화하고 폭신한 두툼함으로 다가오는.. 정말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버리는 푹신한 장어였지. 이번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

​교꾸는 맛이 없었다.

온도는 차가운게 딱인데 단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흠..

​스시는 대략 20여개로 끝이 나고..

끝을 알리며 나온 식사는 짬뽕이었다.

​생각보다 불향이 강해 마치 중식을 먹는 듯 했던. 전복과 오징어가 들어가서 시원하다.

류산슬을 그대로 짬뽕으로 옮긴 듯한 향.. 얼큰하며 간도 쎄서 면발이 싱겁지 않아 좋았다.

​긴스시 이번 겨울 후식은 단감과 딸기인가보다.

나이 처먹고 과일을 잘 안 먹게 되는데 식사 후 받아보는 약간의 과일은 생각보다 더 즐겁다.


이렇게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마쳤는데 다행히도 나에게 들려온 불친절함은 겪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불친절하단 평이 거짓이 될 수는 없다.

이촌동 스시상가가 반드시 개선을 해야할 부분이고, 계속 그런식이라면 언젠가 나 또한 경험하게 될 문제일터니 조금 더 세심하게 손님의 컨디션을 체크해주셨으면 한다. 어떤 분은 말하시길 옆 팀 손님들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양의 스시를 받았다고...ㅠㅠ 

뭐 새손님은 필요없고 오던 사람만 오라 이런 영업방식이라도.. 불친절하면 손님 다 떨어져 나가요.

왕처럼 모시라는게 아니라 편안하게 식사 자리를 만들어주는게 스시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스시 먹고 카페 C에 와서 1인1케이크 시전중..

산뜻한 우유케이크와 촉촉한 시트가 매력적인 딸기쇼트케이크.

뒤에 있는건 진한 얼그레이 케이크.

​블루베리 쉬폰과 초콜릿 쉬폰.

어릴적 파리바게트에서 먹어본, 가운데 구멍이 뚫린 쉬폰케이크의 여리여리한 맛을 잊을 수 없어 지금도 케이크하면 쉬폰을 제일 먼저 선호한다. 블루베리로 쉬폰 시트를 만들다니 넘나 좋은 것..

요즘은 타르트보다 케이크가 편하다.

​저녁에 라이언 만나기로 해서 남는 3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도 조지고... 친구 에어비앤비 예약도 도와주고..

​이촌동 참 좋아하는게 카페에 1시간만 앉아있어보면 10마리의 강아지와 10개의 유모차는 충분히 볼 수 있다.

그만큼 편하게 살기 좋은 동네라는 뜻이겠지. 맛난거 많고 분위기 유하고 좋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