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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홍대/합정] 수많은 찬사가 궁금해서 찾아가본 빠넬로(Panello)의 이탈리안(라구파스타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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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엑스의 한남충 커밍아웃으로 인해 이별을 겪고.. 근데 지금은 내가 헤어졌네? 와하하

나는 그걸 위로(?)를 해주겠다며 빅픽쳐를 그렸다.

가보고 싶었던 합정 빠넬로에 친구를 데려가서 밥을 사면 혼자 먹는 것보다 이것저것 먹어볼 수도 있고 밥 샀다는 생색도 내고 1석2조긔.


빠넬로, 참 이름은 많이 들어본 합정의 이탈리안 전문점이다.

과거 콜키지 1인1병 프리로 명성이 빛났으나 지금은 음식으로 더 칭찬 받는다. 왜냐하면 추정하기로 한국남자 진상 개저씨들 때문에 콜키지 프리 정책이 종료되고 이젠 1테이블에 1병만 프리로 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나폴리 화덕피자로 협회의 인증까지 거친 마이스터 수준이라는데.. 과연?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5시경 방문했는데 레스토랑보다는 카페의 느낌이 강렬했다.

군데군데 놓여져있는 서적들과 따뜻한 우드톤의 인테리어, 아직 밝은 채광등의 이유로?

그러나 주방에서 풍겨오는 마늘볶는 냄새로 인해 첫인상은 충분히 각인이 되었다.

​가격대는 무난하다.

포카치아가 유명하던데.. 나는 화덕에 구운 피자가 끌려 마르게리따 루꼴라를 주문했다. 마리나라도 먹고 싶었지만 루꼴라도 포기를 못 했기에.. 다음에는 마리나라를 먹어야겠다. 쫄깃한 도우 위에 가득 발라진 토마토 소스, 올리브오일..

한우 안심 타르타르도 탐났긴한데 가져간 와인과 컨셉이 좀 안 맞아서 패스

맛있다고 소문난 곳의 ​파스타가격이 2만원대를 돌파하면 내심 기대를 갖게 된다. 얼마나 맛있을까? 잘 하는 집일까?

유독 파스타라는 장르가 그렇다. 가격으로 인해 셰프의 자부심이 드러나기 쉬운 장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본 슈퍼궁예지만.. 번화가에 널린 공장식 비스트로의 경우 대개 1만원 중반~1만원 후반 정도로 가격을 책정한다. 다만 진짜 "요리"를 한다하는 곳은 얕보이지 않기 위해, 또 올바른 실력에 대한 정당한 값어치로 가격을 쉽게 내리진 않는다.

그 때문에 장소를 고를때 뭔가 맛있는게 먹고 싶다면 입소문뿐만 아니라 가격대와 사용하는 재료도 훝어보게 되는데.. 물론 1만원대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파스타를 맛보거나 4만원 주고 먹는 파스타가 쓰레기일 경우도 많다. 위 내용은 어디까지나 pre-check를 위한 내 기준일뿐..

​와알못 친구를 위해 내가 김치냉장고에서 꺼내온 와인은 다인하드 할브트로켄 로제(Deinhard Halbtrocken Rose) NV, 그리고 제이피 쉐네 드미섹(JP Chenet Demi Sec) NV 이렇게 두병이었다. 다인하드 로제의 라벨이 저 꼬라지인 이유는 내가 비오는 날 아스팔트 위에 굴렸기 때문이긔 ^~^

다인하드야 정말 입문자라면 사랑에 빠질만한 과실향 좋은 독일산 드라이 로제 스파클링이고.. 할브 트로켄은 영어식 표현으로 세미 드라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와인 초보 시절 헨켈 트로켄을 맛보고 사랑에 빠져 와인 단어까지 찾아봤던게 바로 'Trocken(트로켄)'. 독일어로 Brut, 즉 달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을 뜻한다.

제이피 쉐네는 재밌는 바틀 디자인으로 좋아하는 와인인데 이번에는 Brut이 아닌 역시 드미섹, 역시 살짝 당도가 있는 스파클링으로 골라왔다.

콜키지가 1병만 프리니까 나머지 1병은 콜키지 차지 2만원을 지불하게 되었다.

버켓을 제공받았으나 제이피쉐네가 넘나 뚱뚱해서 안들어감 ㅠ

​파르미지아노의 우윳빛과 올리브오일이 흐르는 루꼴라의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피자의 등장.

치즈공포증 치즈혐오증이 있는 나는 파르미지아노는 친구에게 토스하기로 해요.

모짜렐라나 소량의 파르메산 유형이라면 모를까..

​쌉쌀하고 고소한 루꼴라와 풀향 가득한 황홀함을 지닌 올리브오일의 조화는 옳다.

도우 역시 쫀득한 편이라 깔 부분은 없다.

다만 전체적인 조화가 너무 투박한건 왜일까?

개인적으로 마리나라 소스의 비율을 늘려 촉촉하게 먹었으면 했다. 말 그대로 '고체'인 루꼴라와 '고체'에서 살짝 녹아내린 모짜렐라 치즈, 쫄깃한 '고체'인 도우를 먹기엔 조금 부족한 소스지 않나.

​영롱하게 빛나는 장밋빛 스파클링이 식사의 무드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딱 이런 빛깔의 붉은 과일을 한 입 베어먹는 듯한 달콤한 향의 와인인데 기포의 존재감이 크고 또 오래 지속이 된다. 정말이지 파스타, 피자, 해산물, 샐러드, 돼지고기, 어디에 매치해도 사랑스러울 와인.

근데 블로그에 쓸 때 잘 써야겠다.

달콤한 향이라고 썼다가 단 와인인줄 알고 덜컥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되니까

이건 달지 않아여.. 그래도 와알못 친구가 나중에 이름까지 물어봤으니 대상 가리지 않고 강추.

​그리고 라구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치즈의 양이 심상치가 않다..

이정도로 많이 갈아내올줄 알았으면 미리 치즈는 줴금만 뿌려주세요 요청을 했을텐데 말이야

​듣던대로 빠넬로의 파스타 스타일은 드라이하다.

길이 잘 들여진 생면이 소스를 흠뻑 흡수해서 얼핏 포크로 감아서 한입 넣으면 건조함이 느껴지면서 막상 음미를 시작하면 파스타 면에서 그 담겨진 소스의 풍미가 활동을 시작한다.

면의 상태, 잘 끓여진 이 볼레네제 소스 모두 찬사를 보내지만 과한 치즈향이 나의 식욕을 재기시켰다. 맛있어서 먹고 싶은데 못 먹는 심정이 그때만큼 안타까웠던 적이 없었다.

​감베리도 주문했는데 음..

알덴테도 단계가 있는데 이건 슈퍼 엑스트라 알덴테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반쯤 익다만 정도로 알덴테라 꼬들면 좋아하면 추천하고 싶은데 난 그닥.

그래도 파스타에 어울리는 올리브오일을 사용한점이 우선 마음에 드는게, 좋은 올리브 오일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요리에 사용하면 눈쌀만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풀향이 가득하고 과일향이 난다면 파스타보다는 전채요리나 불을 쓰는 마무리 단계에 살짝만 뿌리는게 낫고, 고소한 향이나 후추처럼 살짝 스파이시하다면 파스타에 쓰는게 좋다.

새우를 어쩜 이리 맛이 좋게 요리 했는지 머리를 그냥 껍질째 으적으적 씹어먹어도 입가에 미소가 감돌더라.

튀는 점이 없어 좋은 제이피 쉐네를 마시며..

"아 트페미 존나 싫어"

"??내가 트페민데?"

"???"

그렇게 우리는 답도 없는 토론을 했다. 소개팅하는 커플들의 옆에서.

서로 친구라서 봐준다 이런 느낌..


아무튼 생각보다 아쉬운점이 남아서 서운했지만 (마음대로 완벽하리라 기대를 한 탓) 흥미로운 장소는 맞다. 라구의 경우 치즈를 빼서 꼭 다시 먹어보고 싶고.. 마리나라 피자도 그렇고. 티본 스테이크 역시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으니 재방문 의사는 충분하다고 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