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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상암] 지나치게 맛있어서 어이가 없는 트라토리아 몰토 두번째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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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떠나기 하루 전날 밤, 매서운 겨울 바람을 뚫고 퇴근 후 홀로 캐리어를 끌고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내렸다. 이왕 돈쓰러 가는 여행인데 전날밤부터 혀를 조져보자 싶어서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상암 트리토리아 몰토에 예약방문을 했다.

몇주 전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오래 끌려고 의도하진 않았는데 회사에서 일이 요즘 너무 바쁘고 주말에는 게임을 하고 글 쓰는 것을 게을리 하게 된다. 점심때가 되기 전 맛있는 사진들을 보며 적는 글 맛이 좋아 블로그를 하지만..

​저녁 8시에 테라스석 1명으로 요청을 했더니 훈훈하게 덥혀진 이 자리가 날 맞아주었다.

말이 테라스지 비닐하우스처럼 덮여진 작은 공간이고 단 2개 테이블만 있어서 혼자 가면 옆 테이블 대화를 오롯하게 그리고 필터없이 들을 수가 있다. 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실히 조명이 밝은게 실내보단 사진 찍기에 용이한 관계로 굳이 테라스석으로 요청을 드렸다.

4인 테이블을 혼자 쓰는 영예는 나의 것

​오늘의 메뉴.

먹고싶은게 참으로 많았지만 이번에는 라구를 먹으러 온 것이니까 우선 라구 하나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우 채끝 등심스테이크 150그램을 주문했다.

하우스 와인 한잔 주문했는데 화이트급으로 시원한 온도에서 서빙이 되었다.

차가운 레드는 내가 선호하는 취미라 기꺼이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순간 머리속에 하우스 와인의 진정한 개념이 재정립 되었다. 하우스 와인이란 말 그대로 한 레스토랑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주는 와인인데 요즘은 싸구려 와인 대충 갖다놓고 구색만 갖추는 수준 낮은 식당들이 많다. 

하우스 와인은 초기에는 업장에서 직접 빚은 와인을, 현재는 소믈리에가 고른 와인을 의미하는데.. 하우스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매력이 있어야하며 음식에 마리아쥬하기에 까다롭지 않아야한다. 몰토의 와인은 그 점에서 완벽했다고 볼 수 있다.

달콤한 향기를 뿜으며 부드럽게 들어와서 부드럽게 내려간다. 시원한 온도와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맛!

​직접 테이블에서 와인을 따라주시고 와인병도 잠시 놓아주시는 센스 사랑합니다.

처음보는 와이너리의 처음보는 품종이지만 구할 경로가 있다면 얼마든지 데일리로 삼을 수 있음.

​첫번째로 먹어볼 접시는 라구가 되시겠다.

저 간지나는 딸리아뗄레 모습 좀 보소

​토마토는 제외되고 고기가 주를 이룬 듯한 색깔이다.

올리브오일을 머금어 촉촉한 면이 잘 보인다.

​우선 치즈가 내 기준 적당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면발을 가득 잡아서 먹어보면 고기의 풍미보다는 먼저 면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잘 삶아진 좋은 품질의 파스타면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고소하고 탱탱하다. 소스는 적게, 면발에 집중하는게 이 요리의 컨셉같은데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나는 토마토의 비율이 좀 더 높은 라구를 원했을뿐...

라구를 먹고 있으니 식전빵이 나왔다.

순서가 좀 이상한거 아니냐?싶어도 이 빵을 먹어보면 그냥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뒤에 나오는 올리브오일이 정말 압권인데, 풀향도 적당하고 쌉싸름보다는 리치함이 주가 된 엑스트라 아다 올리브 오일이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미친듯 부드러운 저 빵을 살짝 찢어 오일에 가득 적셔 먹으면 그냥 여기가 바로 시칠리아 올리브 밭이내.. 지중해 위에 뜬 태양이 나를 비추내..​뺌뻄

​요즘 스테이크 만족스럽게 굽는 집이 잘 없어서 기대를 잔뜩 해봤는데 대성공이었던 스테이크.

다른 요리에 먹을 것이기도 하고 원체 스테이크가 잘 물리는 입맛이라 150g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이점이 컸다. 얇게 썰어낸 단면에서 윤기가 줄줄 떨어지는게 벌써 맛있네 ㅎㅎ.....

​푸성귀도 좀 나오는데 고기 먹는데 샐러드 왜 먹는거죠? 근데 안 먹으면 사장님이 고기만 먹는 돼지로 볼까봐 먹는 척 좀 했다.

​한 입 먹는 순간... 

여기다. 이 곳에 내 스테이크 취향을 묻어버리겠다.

정말 인생 스테이크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 흔히들 스테이크를 구운 후 육즙을 고루 퍼지게 하는 레스팅이라는 행위를 알고 있을텐데.. 아무리 음식에 문외한이라도 몰토의 스테이크를 먹어보면 이빨이 육질에 박히는 순간 튀어나오는 고급스러운 육즙에 '아.. 이래서 레스팅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바삭한 마이야르 작용으로 인해 튀겨지듯 시어링된 겉면과 붉고 촉촉한 안쪽 고기의 고소함. 소금간조차 과하거나 싱거운면 없이 완벽하다. 질김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홀그레인 머스터드도 넘나 잘 어울리고...

여기에 술을 안 마시면 바보

​밥김에 그만 뇨끼를 하나 더 시켜버림..

그러자 아마도 '예삿손님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셨는지 사장님이 화이트 와인을 한 잔 주셨다. 세상에! 안그래도 몰토의 뇨끼엔 화이트 와인이 나을텐데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인심 정말 감사 또 감사합니다.

​오노로베라 가르나챠 2014

정말 축복받은 화이트와인이다. 저가의 와인에서 이 정도의 아로마와 멋진 부케라니. 이쯤 되면 나중에 몰토의 와인리스트를 다 섭렵해보아도 후회는 않겠다. 하우스 와인이 그 레스토랑의 와인 핸들링 수준을 결정한다.

​오늘은 이전보다 좀 더 버터스러움이 짙었지만 늘 맛있다. 배가 터질 것 같을 때에도 맛있음이 느껴진다면 그건 정말 맛있는 음식인거다. 몰토의 로마풍 뇨끼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을 먹지 않을 메뉴..

초리조소스라길래 흉내라도 내보려고 초리조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좀 사놓았는데 아직도 시도 안해봄. 뇨끼가 그리 어려운 음식은 아닌데 말이지... 아무튼 내게 뇨끼라는 신세계를 열어준 장소는 몰토임이 확실하다. 이 전에는 그닥 흥미가 돋지 않았던게 뇨끼였는데..

만족스러운 혼밥의 시간을 가진 뒤 김포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심심해서 대도서관 몬스트럼 보면서 잠 들었다. 사실 게임 방송은 지루해서 마음에 드는거 찾기 어려운데 언제봐도 안 질리고 재밌는게 대도의 몬스트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