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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이태원] 빌라 드 라비노에서 최고의 이탈리안 요리와 함께 와인 콜키지 프리의 행복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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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라이언이랑 2주년을 맞았다. 나에게 과분한 인성의 바른 아이를 남자친구로 거뒀다는건 내 인생 베스트 초이스. 좋은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다.

와인과 좋은 음식을 어디가면 잘 먹을까 고민 중 문득 이태원 빌라 드 라비노가 무료 콜키지에 맛도 좋다는 와인 러버들의 말을 주워듣고 그 즉시 코스로 예약을 해버렸다. 코스로 주무할 경우 1인1병 콜키지 프리에 가격도 인당 6~8만원선이라 훌륭.

와인모임의 경우 미리 리스트를 셰프님에게 언질드리면 해당 와인들에 맞춰 코스 편성에 참고하신다고 들었다.

우린 근데 집에 있던 데일리와인 들고갈거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월요일 퇴근 후 녹사평역서 만나서 걸어갔다. 녹사평과 이태원의 중간쯤에 위치한 골목 속 아주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빌라드라비노.

​월요일 오후 7시 30분쯤 되는 시각이라 작고 아늑한 공간엔 우리밖에 없었다.

새벽까지 영업을 하시는 관계로, 다른 테이블에 식기가 세팅되어있었던 관계로 아마 늦은 시간 예약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는 중.

​와인 칠링을 부탁드린 뒤 보니 아쿠아 판나가 준비되어있었다.

물조차도 이탈리아산으로 드리겠다는 좋은 아이디어. 스파클링 워터는 아니다 다행히, 스틸워터.

​빌라 드 라비노를 찾아왔을 때 알찬 호평들에 기대감을 듬뿍 갖고 찾아온건 사실이다.

그리고 결과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식전빵부터 완벽한 "요리"였다. 바질페스토와 올리브오일, 통올리브.

​빵을 한 조각 집어 조금 찢어내어 바질을 살짝 펴바르고 블랙 올리브를 한 알 얹어 올리브오일에 찍어먹으니 고소하고 쫄깃한 빵, 고소한 올리브오일, 고소하고 짭잘하고 기름진 블랙 올리브. 그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맛 중 하나인 고소함을 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절인 올리브 덕분에 간도 맞고 간만에 먹어보는 동그란 씨가 통째로 들어있는 올리브였다.

​와인의 시작. 탐스럽게 잘 빠진 잘토 글래스를 제공해주시는데 이거 깨면 식사값보다 더 비쌈ㅋㅋㅋ

​이 날은 데일리 중에서도 각각의 분야에서 매우 무난하게 맛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디아블로 까쇼와 산테로 피노샤도네이와 함께

​신의 물방울에 나왔던 스푸만테.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 외길 인생을 걷는 스텔라에게 좋은 저가 와인이란?

2만원대에서 특출남을 바라기보단 단점 없는 와인을 찾는게 빠르다. 산테로 피노샤도네이는 우선 충분한 과일 부케와 꽤나 잘 지속되는 기포를 가져 박스로 갖다놓고 매일 마셔도 좋을.. 산미가 독하지 않은 와인을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편이다.

​가벼운 느낌이라 식전주로 굿. 황금빛이 되고 싶은 볏짚색.

​버섯퓨레와 캐비어를 곁들인 제철 굴 튀김. 레드와인의 타임이다.

​디아블로를 졸졸 따라서.. 갠적으론 디아블로는 브리딩 필요 없는 것 같다. 강렬한 이 느낌 오랜만이야

​아주 바삭하게 튀겨진 신선한 굴을 조심스레 들어올려 청순한 버섯퓨레에 찍어먹어보니 파삭하고 단단한 튀김옷과 고소하고 향기롭게 익혀진 굴이 예술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라 오히려 더 낫지 않나 싶다. 굴튀김이라는게 크면 또 의외로 먹기가 힘들어서.. 굴 특유의 목구멍에 붓는 듯하게 치고 들어오는 향이 있잖슴.

아주 굴 마니아가 아닌 이상.. 적당히 작은게 튀김과 굴을 잘 이어준다.

한 입 먹고 참 따뜻한 맛인 것을 느꼈다. 조창희 셰프님의 버섯사랑은 이때부터 시작이 되는데..

​블랙올리브와 버섯을 넣은 오일 링귀네.

버섯향과 오일로만 파스타를 색칠하여 얼핏 어 너무 삼삼한데? 싶다가도 어느순간 씹히는 짭짤한 블랙올리브가 그 서운함을 한껏 덜어내어준다. 탄탄하게 안정적으로 익혀진 링귀니와 우아하면서 무겁게 내려앉는 버섯향이 이 요리를 꾸며준다. 인상깊고 흥미로운 요리.

버섯을 싫어하는 편인데.. 늘 그렇듯 좋은 요리사가 만든 좋은 버섯요리엔 거부감이 없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버섯이라는 식재료를 사용하겠거니.. 어차피 난 미리 치즈를 모든 디쉬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상황이고, 그 외에 투정부릴 건덕진 없다 ㅎㅎ

​이 묵직하게 남은 국물이 솔직히 이 파스타의 꽃이 아닐까 싶다. 이 날 가장 와인과 마리아주가 쩌는 존재였다. 재료에서 가장 좋은 향이란 향은 다 머금고 있는 숨은 보석같은 맛. 잘 익은 베리향이 감도는 레드와인 한 모금 넘기기엔 일등공신. 이 접시 정보 아시는 분 구합니다

​메인이 나오기 전 자몽셔벗인가 라임셔벗인가

입자가 굉장히 곱고 부들거리면서도 가볍지 않은 식감과 적당한 달콤함이라 금방 순삭. 직접 만드신거겠지?

​메인은 소고기 안심과 양고기 또 뭐더라. 3종류 중에서 고르는 것이었는데. 우린 둘 다 굳이 생각하며 고르기 귀찮아서 휠렛미뇽 달라고 했다. 구운 알감자와 버섯, 그린빈, 바질이 사이드로 함께 나온다.

그리고 총 4가지의 소금도 따로 플레이트에 담아주시는데, 스테이크에 간을 잘 하셔서 굳이 더 찍어먹을 필요는 크게 없었다.

​버터향 진하게 풍기는.. 당과 단백질로부터 화려하게 피어난 마이야르 효과가 완벽하게 겉면에 구현되어있었다. 바삭하고, 곱절로 고소하고 짭짤한 안심 스테이크.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살짝 올려 먹어도 풍미가 좋고 소금만 살짝 쳐서 먹어도 맛있다.

남자친구는 이 스테이크를 먹으며 홈식에 걸렸다고.....ㅎㅎㅎ

​감자덕후로써 ㅠㅠ 맛있어서 울면서 먹은..

이 감자로만 따로 메뉴 구성하셔도 돈 더 주고 사먹겠다. 버터에 겉은 바삭하게 굽고 안은 부드럽게 익혀 살짝 소금뿌려 명란마요와 먹는다든가.. 스테이크를 조심스레 먹을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 멋진 감자들에게 홀딱 반해버렸다면 나 넘나 감자 덕후인것...? 

​와 여기 좋다, 나 여기 진짜 좋아 감탄사를 연발하며 식사의 정점을 한껏 즐기고 있자니, 치악산에서 재배하신 큰 송이 버섯과 프로슈토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프로슈토를 먹을 때 그 질을 좀 따지는 편인데.. 흠 없이 부드럽게 숙성된 짭짤하고 맛있는 프로슈토.

​큰 송이 버섯에 트러플 오일과 트러플 소금을 뿌렸으니 얼마나 멋질까.

버섯포비아 입장을 평소 고수해오면서 생버섯 씹을 일은 없었으나, 이 날 맛 본 생 큰 송이 버섯은 훌륭했다. 살짝씩 그 살결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산미와 온 몸에 가득 퍼지는 송로향에 섞인 자연의 생버섯향. 역한 느낌 없이 와인과 즐길 수 있었다.

블랙트러플은 나에겐 생으로 요리해서 먹기보단 이렇게 오일과 소금 형태로 만들어 먹는게 더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핸드메이드로 보이는 초콜릿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브라우니와 캔디드한 배. 

디저트가 살짝 약하긴한데... 아직 디저트를 객관적으로 기다 아니다 느낄 짬은 안되니 패스. 달다구리 좀 많이 먹어보고 살아야하는데 ㅠㅠ


나는 7만원에 코스를 즐겼고, 연말을 맞아 6만. 8만, 10만 이렇게 3종류로 코스를 업그레이드 하셨다고 한다. 식사 후 라비노쪽에서 와인카페를 안내해주어 거기서 눈팅하며 와인 조금씩 주섬주섬 담는 중...

여긴 조만간 꼭 다시 갈 것 같네. 솔직히 말하면 전세계에서 즐겼던 많은 레스토랑 중 빌라드라비노가 제일 좋다.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