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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합정/상수] 젊은 남자들이 쥐어주는 미들급 스시야 오마카세 스시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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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의 생일을 맞아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인 스시를 대접하기로 내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당일인 토요일이 닥치자 갑자기 미리 대기예약해둔 오가와 디너가 취소되었고-(오가와 잘못이 아닌 나의 불찰) 나는 급하게 자리가 남은 미들급 스시야 디너 자리를 알아보다가 운 좋게 스시 시로라는 마니아층이 나름 좋은 미들급 스시야가 홍대/상수/합정 이쪽에 맛집으로 자리잡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수역에서 가까우니 상수역에서 이동하면 편할 듯.

​이자카야와 한 건물을 쓰고 있는데, 다찌로만 구성된 조촐한 공간이 2층에 시원한 통 유리창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스시를 쥐어주는 셰프님들이 전부 젊은 남성이었다는 것.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 모두가 아마추어가 아닐까? 걱정이 잠깐 들었지만 오마카세가 시작되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스시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스포일러)

​1인 7만원이었나 디너가. 꽤나 착한 가격.

​준비된 물품은 크게 거창하지 않다. 물수건 하나, 식기류.

​자스민차였나 정확히 향이 떠오르지 않는 기본적인 차.

​어린 채소를 새콤하고 발사믹향이 감도는 소스에 버무렸는데 톡 쏘면서 짭짤한게 식전 입맛을 가다듬기에, 그리고 맛있게 즐기기에 딱 내 스타일

​8천원쯤 하는 산토리 생맥주. 병맥주가 아니라 생맥주라 괜츈허네 스시야에서 병맥 까면 왠지 기분이 영 안 나서 말이지

​​자왕무시는 단호박 퓨레가 올려져있다.

다만, 일전에 다녀온 서래마을의 스시타노의 단호박 자왕무시와는 비교도 안되게 세련된 퓨전 스타일이다. 단호박 고유의 맛보다는 버터나 크림을 사용했는지 옥수수향이 살짝 풍기면서 버터리한 느낌이 서양식 옥수수 크림 수프를 떠먹는 것과 매우 흡사한 느낌. 좋은 시도는 환영이다.

​소금 간을 한 찐 전복으로 사시미를 스타트.

​능성어도 한 점.

​부추와 다진 고추를 쫄깃한 광어로 말아냈는데 최고의 궁합!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광어라는 생선과 아삭하고 풍만한 향을 가진 부추와 매콤한 고추의 조합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비린내 하나도 없이 숙성을 시킨 고등어.
그래서 그런지 생강이나 시소잎이 전혀 필요가 없다.

하지만 등푸른 생선 특유의 바다 깊은 비린향을 가슴에 느끼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과연 좋은 신호일지ㅎ

​잿방어 뱃살. 와우내

두툼한 살점을 와작 베어물면 그 두께 속에 녹아든 방어의 기름진 뱃살의 매력이 활짝 피어난다.

​​​보리된장에 무친 농어

광어부추말이에 이어 나에게 행복을 슬그머니 가져다준 존재. 양념이 된 된장의 짭짤함과 구수함이 농어의 맛을 극대화 시켜주며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선에서 뒷받침을 해준다.

​​​​로메인줄기를 매콤짭짤하게 무쳐서 사이드로 주시는데 이게 진짜 매력터지는 맛이다

마치 공심채 같이 그 존재만으로는 별 향이나 맛이 없지만, 아삭하게 터지는 듯하며 굵직하게 씹히는 줄기의 식감과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 양념을 사용해서 감칠나게 무쳐냈다. 스시 사이사이에 먹으면 입가심과 동시에 "맛"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존재.

​아직까지 스시야에서 가마도로를 사시미로 받아본 적은 없는데, 스시 시로는 가마도로를 한 점 내어준다.

​기름과 쫄깃한 부분이 함께 존재하는 이 배꼽살은 소금과 와사비를 살짝 올려 그 녹아내리는 기름과 톡 쏘는 청량함을 동시에 느껴야 제 맛이다.

​즈께한 아까미.

스시시로에서 뭐가 제일 내 타입이냐하면 바로 이 아까미. 내가 원하는 정도의 충분한 기름이 차오른 이 참치 등살이 사시미의 형태든 스시의 형태든 나에게 제일 커다란 만족을 주었다.

​토치로 지진 가리비를 진득하고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전복 내장과 함께 김에 싸먹기.

말이 필요한 조합인가?ㅋㅋ 미치는 맛

​골뱅이와 해초를 새콤하게 무친 사이드

여름향이 확난다 이건 여름의 맛이야 확연한 여름맛. 여름맛이 뭔지 모르겠다면 먹어보면 바로 알 듯 :)

​도미뼈와 살로 국물을 낸 요리

맑은 맛에 개운한 맛에 약간의 허브향(probably 솔향)

​도미로 스시를 시작한다.

샤리는 살짝 진 편, 그리고 따뜻한 편인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먹다보면 이내 익숙해진다. 아마 스시를 쥐어주실 때 간을 좀 약하게 하시는 이유가 샤리와의 조화를 바라는 걸까.

​이까에 시소잎과 유자는 이제 디폴트로 따라오네요

​그리 뛰어나진 않았던 단새우. 하지만 내가 바라는 쫀득하고 찰진 생새우의 살점을 느끼기에 크게 부족한건 아니었가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아까미의 타임이 돌아왔다

​좋은 건 한 번 더~ 즈께한 아까미

등살부위인데 등살 중에서도 가장 지방 좋고 맛 좋은 쪽으로 고르셔서 담백한 첫맛 다음으로 기름지게 퍼지는 참치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게 장점.

​오늘의 도로는 주도로
오도로보단 주도로가 더 취향이라 잘된 일!

소금 살짝 뿌려 먹는 촉촉한 참치 중뱃살이란.. 진심으로 먹어본 사람만 안다. 좋은 스시야에서 진짜 참치뱃살 초밥을 먹어보지 않고 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관에서 다시 살아돌아와야 함. 제가 먹여드림.

​불질한 엔가와

이것도 겡장히 부드럽게 숙성하셔서 광어 지느러미치고 꼬독함은 덜한편ㅋㅋㅋㅋㅋㅋㅋ불맛도 좋고 기름맛도 좋지만 식감 좋은 광어 지느러미는 언제쯤 어디서 먹으련지~ 그립다.

​스시가 얼추 진행되고 나오는 지라시 스시.

단새우 다진 참치살 이꾸라.. 근데 여기에 이까가 들어가서왜 성게가 아니라 오징어지?했는데 뒤에 물어보니 성게철 끝나서 수급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와사비 살짝 간장 살짝 신명나게 비벼 먹는 그 맛은 최고다. 톡톡 터지는 바다를 머금은 연어알이 화룡점정! 오징어도 생각보다 괜찮다. 근데 성게가 아닌건 진짜 두고두고 아쉬울듯.

​촉촉한 닭다리살 요리

좀 뜬금?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리 나쁜 조화는 아니었던. 스시 먹다 느껴보는 육고기의 기름진 맛과 바삭한 껍질이 그리 어색하진 않다.

​새우 머리로 맛을 낸 미소장국.

​이것은 등푸른 생선의 2인자 학꽁치 선생님이십니다

역시 비린내가 없다. 그래서 시소잎도 안 쓰는듯.

​갈치! 맛있다!

보드라운 생선 살결과 함께 살짝 느껴지는 잔뼈가 매력적인 부분. 난 생선잔뼈에 환장하지. 먹는 재미가 있으니까.

​붕장어인데 크게 임팩트 좋은 스시는 아니지만; 갯벌향이 은은하게 나서 멋짐

이거 먹을때 딴 생각하느라 맛 평가를 못해서 나중에 블로그에 어떻게 리뷰를 해야할지 걱정했는데 예상대로다.

​구라안치고 아이폰 가로 길이보다 지름이 더 큰 마끼. 다진 참치살, 교꾸 타마고, 우엉, 오이, 무장아찌 등등으로 빼곡하게 차있다. 한 입에 먹을 때 조금 난처하겠지만 확실히 인상에 강하게 남는 편이고 재료의 조합 역시 무난하다.

맛은 좋은 편인데, 새우 튀김을 조금 껴넣으면 오늘의 베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엉과 무장아찌의 강렬함이 좀 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에.

​스시시로에서 좀 놀랐던게 이 교꾸 타마고다.

원래 교꾸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폭신한게 정석인데 이건 마치 약간의 저항과 함께 결대로 찢어지는 듯한 식빵의 그 질감을 가진 교꾸라서 어떻게 달걀을 밀가루 없이 이렇게 익혔지? 의문이 들었다. 아마 다진 새우살을 썼다고 들은 것 같은데.

차갑고 달콤하고 지나치게 헤비하지 않은게 정확히 원글쓴이 스타일 저격이라 행복했던 시간! 교꾸는 라이트한게 거창한 마무리가 아닌 산뜻하고 기분 좋은 마무리를 가져다준다.

​우엉과 민물새우 튀김에 황색 소금으로 간을 한 요리인데 2명 당 1접시로 나온다. 1명이서 가면 혼자 독차지 하나?

짜서 좋다.. 영락없는 안주였지 ㅋㅋ

​명란 곁들인 오챠즈케

하지만 가쓰오부시가 너무 향이 쎄서 다른 재료들을 다 묻어버린게 아쉬웠던게 트루!

앵콜스시는 당연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아까미로 청해서 약간의 와시비와 간장을 추가로 더해서 냠냠.

이후로 코코넛과 치즈로 만든 요거트 디저트가 나오는데 동행인은 그 디저트의 맛을 며칠 동안 못 잊었다고 한다. 나는 물론 치즈포비아라 맛 보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맛인가보네.


총평은 만족! 크게 뛰어나다! 대박이다!라고 딱히 느낀 부분은 없었지만 로메인 줄기 무침이나 보리된장으로 간을 한 농어, 부족함 없었던 그 날의 아까미 상태, 크기에서 월등한 마끼 등등 이래저래 사소한 포인트에서 놀란 감정을 겪어서. 그리고 시소잎이 없어서ㅋㅋ

가격 역시 미들급의 정석이고 생맥주가 1만원을 넘지 않는 부분 역시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자리 예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요즘 슬슬 하락세인 광화문 오가와에 목매기 보단 여기를 한 번쯤 시도해보면 어떨지~ 무엇보다 남자가 젊으면 여자들 기분이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