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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이태원/해방촌] 노아, 산동네 끝에 자리잡은 귀하고 사랑스러운 이탈리안 요리를 파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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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와 처음보는 친구의 친구와 같이 해방촌 어느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 오리올을 갈까, 어딜 갈까 하다가 어디서 주워들은 이름 "노아"가 갑자기 떠올라 급하게 검색을 해보고 여기다, 여기야!를 외치며 평일 저녁 퇴근하고 방문했다.

퇴근길 지옥철에서 어떤 아줌마랑 시비가 붙어서 2호선 씬스틸러를 자처하며 개싸움을 벌인 뒤.. 화도 나고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기도 했고 숙명여대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대략 20분쯤 걸으면 나오는 곳이라, 4호선을 타고 다닌다면 숙대입구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가는게 훨씬 빠를 것이다. 해방촌이라는 곳은 녹사평역에서 그리 가까운 곳도 아니니.

​숙대입구에서 해방촌 산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노아를 가는 길은 험난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이름 모를 외국인과 함께 헉헉 거리면서 등산하고 있으면 엄청난 파워를 가진 마을 버스가 바퀴를 힘차게 굴리며 털털털 올라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땀이 살짝 맺히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올라온 그 언덕과 그 밑에 펼쳐진 서울의 소탈한 야경이 보이는게 왠지 기분은 좋더라. 초가을이 시작되던 날의 바람도 좋았고, 사람들이 뭉쳐 사는 그 동네의 인간다움도 좋았고, 곧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기대감까지.

​7시40분쯤 오니 작은 테이블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우선 노아의 운영방침과 메뉴 브리핑을 읽으며 다시금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피자 메뉴 & 가격

진정한 버섯피자와 살사라는 메뉴를 주문했는데, 가장 최신으로 릴리즈된 메뉴인 타코피자 역시 꼭 먹어보고 싶다. 요즘 타코 먹으려고 시도했는데 못 먹은 날이 꽤 있어서 말이지. 블로그로 좀 찾아봤는데 타코피자에 대한 평 역시 기대가 될 법한 수준.

​노아의 시그니처 메뉴인 꽃게 로제 파스타 역시 주문했다. 일반적인 로제가 아니라고 하니 먹어보고 싶어서.

봉골레도 같이 주문함.

​마지막으로 토마토 조개 리조또. 만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 리조또를 맛볼 수 있다니!

​하우스 와인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블랑으로 3잔 주문함.

​내부는 이렇게 아담하다. 오픈키친과 오픈된 공간의 식사장소로 구성되어있고, 단체손님은 안 받는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테이블 배치...

​첫 번째 요리로 토마토 리조또가 준비되었다.

커다란 모시조개가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모양새가 먹음직했다. 적당히 묽어보이는 오렌지빛 토마토 소스 역시 향긋한 냄새를 살살 풍기고 있었다.

​한 입 먼저 먹어보고 내뱉은 말. "야 이거 짱 맛있어 얘들아 빨리 먹어봐!!"

아주 설익지도, 아주 푹익지도 않은 바람직한 쌀의 익힘 정도, 그리고 불에 요리한 통마늘향이 매운 맛 없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살짝 새큼하면서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운 토마토 소스까지. 조개류를 토마토 소스에 넣으면 그 순간 소스의 포텐셜이 어마어마하게 살아난다. 이 토마토 리조또의 진실함이란. 

​그 다음으로 꽃게 로제 파스타.

꽃게 살과 내장을 발라내어 소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꽃게 다리나, 빈 등껍질 따위는 없다. 살짝 의아한 깻잎 데코..

​우선 로제라고는 하지만 로제는 아니다. (단호) 아마 토마토 베이스가 들어갔을 것 같지만, 크림의 맛이 더 강렬하고 게향, 게 내장향은 부가적이다. 즉 게 맛이 주가 되기보다는 적당히 느끼한 크림소스에 게 특유의 내장이 섞인 짠 바다향이 배어있는 느낌. 토마토맛은 느낄 수가 없어 왜 로제인지 궁금하긴 했다.

부족하지 않게 익힌 딸리아뗄레면과 힘찬 느낌의 소스의 궁합이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로제란 토마토와 크림이 최소 5:5의 밸런스는 맞춰야 그 조건이 성립되기 때문에 다소 아쉬웠던. 하지만 평소 크림 파스타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해산물 특유의 바다향에 거부감이 없다면 괜찮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링귀니면을 사용하고 바지락이 아닌 리얼 모시조개를 사용한 봉골레 파스타.

​조개육수의 감칠맛과 통마늘이 주는 약간의 매콤함과 구운 마늘 특유의 풍미가 완벽한 편이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게 면이 아닌 육수에 오롯하게 깃들었다는 점이다. 면이 굵은 편이라 그런지 날렵하게 치고 들어와야하는 봉골레의 매력이 다소 둔하게 감소된 편. 

오일육수의 맛이 기가 막혀 피자 도우를 찍어먹어도, 숟가락으로 그저 떠먹어도 이래저래 맛이 좋다.

​노아의 베스트 메뉴이자 대표 메뉴인 버섯피자가 작은 불 위에 올려져 나왔다. 총 8조각으로 크기와 양은 제번 되는 편이다.

​이렇게 살짝 들어올리면 치즈와 버섯이 와르르 쏟아져내리는 토핑 폭력의 현장

​맛이 어떠냐하면, 버섯향 많이 난다. 블로거 평들을 보면 버섯맛이 잘 안 난다는데 무슨 소리인지.. 

생버섯을 조각내어 두툼한 생모짜렐라치즈 밑에 잔뜩 깔아두어 얇은 도우와 마일드한 버섯페이스트 크림소스와 함께 자연의 흙향, 그러니까 아직 흙을 다 털어내기 전의 버섯뿌리향, 야생향을 구현하고 있다. 버섯을 곱게 갈아만든 소스보다는 생버섯의 존재감이 훨씬 강하며, 입에 넣는 순간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에 범벅이된 버섯의 향과 맛을 큰 파도처럼 느낄 수 있다.

갠적으로 버섯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버섯은 스테이크 굽고 난 기름에 바짝 굽는 느타리나 팽이버섯 아니면, 트러플이 아니면 따로 안 먹는 쪽이라 살짝 취향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먹으면서 느꼈다. 버섯에 대해 거부감 없는 사람이 먹어야지 괜히 버섯에 대해 맹숭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시도했다간 낯선 버섯어택에 정신을 못 차릴 수도.

​ 참고로 이 피자는 그냥 먹기보다는 같이 나오는 아삭하고 상큼한, 그리고 고수가 약간 들어있는 토마토 살사를 곁들여 먹어야 훨씬 맛의 밸런스가 잘 잡아진다. 도우는 듣던대로 쫀득하고 살짝 간도 되어있는게 말 그대로 예술이라 오히려 도우만 먹었을때 오..하면서 먹음.

​향긋하고 버블감 좋은 블랑 맥주와 함께 즐기는 소담한 이탈리안이란. 오늘도 열심히 한남 패죠.. 

​이 독특한 버섯피자가 요즘 들어 다시 생각난다. 꽃게 리조또도 시도할겸 한 번 더 갈까 고민 중.

이렇게 메뉴 4개에 맥주 3잔 해서 총 9만원 정도 나왔는데, 잘 먹는 우리 세명에게 이 정도면 선방이 아닐까? 가격이 꽤나 리즈너블하다. 해방촌인것을 감안하면. 요즘 이 동네 물가가 오르는 choose..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느꼈겠지만, 나는 모든 메뉴를 완벽하게 즐기진 않았다. 살짝 살짝 내 취향에 어긋나는 부분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왜 이 곳이 좋냐하면 젊은 셰프들의 열정과 연구에 대한 결과가 그대로 접시 위에 둥둥 올라와 있는 사실을 먹으면서 잔잔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테리어도 보잘것 없고 접근성 역시 안 좋지만,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니 응원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찾아온 서울타워의 팔각정 :)

​노아의 문을 나서면 바로 이 서울타워가 보이는데 어찌 안 갈수가. 바로 택시 잡아타고 케이블카 매표소 가서 표 끊었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로맨틱한 이 곳. 여러색의 보석처럼 자잘하게 퍼지는 빛 무리들이 바로 이 곳의 로맨스지.

누군가 하늘에 마음을 쾅쾅 걸어놓았던 흔적.

남산에서 찬 가을 공기를 마음껏 쐬고 명동으로 내려와 귀가 완료 출근 준비 완료 시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