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계동 주민이다.
내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현재까지 나는 상계동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원역이 가장 번화가인 사실과 반대로, 진정한 맛집은 노원 -> 상계 -> 당고개 순으로 짙게 흘러간다. 노원은 가볍게 날아갈 듯한 무게의 프랜차이즈 껍질들만 자리하고 있을뿐. (영스넥 제외)]
최근 상계역에서 참 마음에 드는 양꼬치집을 찾았다. 양꼬치의 기본이란 첫번째,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 두번째, 건강한 어린양의 잡내 없는 육질, 세번째, 꿔바로우 등등의 사이드 요리의 높은 수준.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나는 그 곳 양꼬치 맛있다고 부른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오늘 소개하는 상계역 송화강 양꼬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더군다나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집 인근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상계역 바로 앞쪽 먹자골목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나만 몰랐지 이 동네 토박이들은 다들 즐겨가는 곳이더라.
남자친구를 데리고 착석했다. 다양한 요리류를 파는 중화요리집에 가까운 양꼬치가게라 숯불이 안 들어가는 테이블도 있었고, 북적북적하게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다양한 그룹의 손님들이 가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양꼬치 2인분 주문. 생고기는 아니고 양념을 살짝 뿌려놓았다. 그런데 겉에 보이는 양념가루만이 아니라 고기 자체에 간을 해서 숙성을 시킨 것 같다. 모양새는 다소 투박한 편. 주인장이 대충 썰어 꼬치에 대충 꽂은 듯한 파워풀한 겉모습이 마음에 든다.
상세 가격과 기타 요리의 메뉴판 사진은 포스팅 하단에 첨부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수동.. 굽기.. 불판..
자동으로 돌아가는 불판은 없다 손으로 납작한 양꼬치의 양면을 이래저래 뒤집어 가며 익혀야하는 사실ㅋㅋㅋ 그래도 숯 화력이 쎄서 금방 익는 편이라 조금만 애써주면 잘 익어준다.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수작업 노동 정도에 기꺼이 감수하는 나란 멋진 김치련
뜨거운 숯불위에 양념된 양고기를 올리니 분위기가 한껏 강렬해진다. 다소 거친 느낌도.
글 쓰다말고 밥 먹고 와서 그런지 글이 잘 안 써진다. 중간이지만 힘을 내서 마무리 짓고 담 포스팅 넘어가야징
이무튼 하얼빈 맥주도 있길래 칭따오 대신 시켜본 하얼빈. 초록빛 바틀 디자인이 예쁘다
잔은 칭따오 ㅋㅋ
맛은.. 흠.. 나는 칭따오가 더 고소하고 깔끔한듯. 하얼빈에서는 맥주 비린내가 살짝 났다. 별루네. 이 날 한 병을 다 못비움.
표면에 지글지글 기름이 끓으며 익어가는 양꼬치.
바싹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화력이 강해서 좀 그래보일뿐 속은 알맞게 익어 촉촉하게 기름지다.
오버쿡된 양꼬치는 별로니까 재빨리 다 익으면 끄집어내어 위에 올려놓고 먹으면 된다.
쯔란에 찍어서도 먹고...
젓가락으로 꼬치 가운데부분을 힘차게 내려빼서 반토막씩 나누어 먹으면 편하다.
고기 양념이 겉보기와 달리 셈.. 은은하면서도 끝은 강력하게 다가오는 매콤함이 고기에 배어있다. 아무 양념 없는 기름진 생고기만을 선호하는게 내 취향이라 다소 당황스럽긴 했지만 짭짤한게 맛이 좋은편이라 가뿐히 익스큐즈됨.
부드러운 육질인데 두툼하니 씹는 맛이 고소하다.
근데 먹을 수록 그 매콤함이 입안에 잔뜩 묻는다. 덕분에 느끼한 양기름을 잘 잡아주긴 합니다. 냄새는 하~나도 안나서 입문자가 먹어도 무난할듯. 나도 개코라서.. 근데 나보다 더 개코면 가지 말길 무슨 원망을 들을라구 ㅠ
빠질 수 없는 꿔바로우에게도 초점을 돌리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맛이다. 꼬소하고 빠삭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찹쌀 고기튀김에 쫄깃하고 얇은 튀김옷, 새큼달큼하고 진득한 탕수육 소스를 끼얹었으니 맛이 없을리가. 꿔바로우 특성상 눅눅해지기 전에 재빨리 한 입 베어물면 뜨끈한 고기와 찐한 찹살튀김옷이 혀 중간부분으로 확 느껴지면서 간도 잘 맞다.
내가 먹고 싶어서 시킨 가지튀김은 좀 아쉬움.
가지가 바삭함 1 흐물함 9로 구성된 약한 튀김이라.. 더군다나 간도 싱겁다.
제대로 화끈하게 튀긴 가지와 짭짤한 중국식 소스 볶음을 기대했는데. 가지튀김은 실패ㅠ 맛이 없는건 아닌데.. 좀 글타.
괴상하고 지랄맞은 국물. 왜 괴랄맞냐면 느글거리는 빨간 고깃국 맛이라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 급식으로 나오는 국 같다.
야채요리류 메뉴판.
가지볶음은 실패지만 다음엔 꼭 마파두부를 시켜서 볶음밥이든 공깃밥이든 잔뜩 비벼 먹고 말 것이당
고기류. 확실히 다른 동네보다 물가가 싸다! 돼지곱창요리와 매운돼지쪽갈비가 탐남 ㅎ
개구리다리튀김, 쯔란/철판 양고기.. 입맛을 다시게 하는 요리 이름
철판명란, 가지소스 잉어요리도 땡긴다.
의외로 양꼬치 가격이 좀 쎄다. 1만2천원이면 다른 곳 평균 가격이긴한데 요리가 싸서 상대적으로 비싸보임.
양꼬치뿐만 아니라 중국요릿집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장소임으로 이 동네 살고 하루하루가 한가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면 가서 식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마무시한 맛은 장담 못하지만 양꼬치랑 꿔바로우가 맛있으니 평균 이상은 하지 않을까ㅋㅋ
재방문 의사 있음. 우리 동네에 와줄 내 친구가 또 있다면......(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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