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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서래마을/반포] 스시타노에서 꽤나 마음에 드는 런치 오마카세를 먹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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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방콕 파인다이닝 예약 소감을 쓰다가 잠수탔는데, 그 사이 방콕도 거하게 잘 다녀오고 회사도 복귀하고 이래저래 늘어지면서도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아무튼 그 사이 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잠시 밀린 포스팅을 하나 둘 작성하며 방콕 여행기를 준비해보는 것으로..!


7월 초중순쯤, 미들급 스시야 탐방을 결정한 나는 최종 장소를 서래마을 스시타노로 결정했다. 5~10만원 사이의 런치 오마카세, 그리고 가짓수가 12개 이상으로 나오는 장소를 찾다보니 스시타노를 알게 되었는데 어차피 주변에서 알음알음 들려오던 장소라 호평을 믿고 토요일 오후 1시쯤 예약하고 방문.

서래마을 차 없으면 가기 짜증나는데 뚜벅이라도 찾아갈 만한 메리트가 있는 장소를 찾긴 쉽지 않다. 브루클린 버거도 괜츈한데 살짝 내 기준에 못 미치고.. 아, 서래통이라는 고기집도 괜찮으니 갈매기 고기를 먹고 싶을 때는 서래통을 가시면 되오.

​예약 시간에 딱 맞춰갔는데, 자리 준비가 대략 5~10분 정도 딜레이되었다. 뭐 따로 자리에 안내해주시고 물도 주시고 큰 불만은 없음.

오마카세는 다찌에 앉아야 가능. 룸도 가능한데 그건 오마카세라기 보단 특선세트가 아닐까.. 바로바로 쥐어주는 스시를 받아먹어야 오마카세지 룸에서 접시에 한번에 나오는 스시를 먹으면 영 기분이 안나고 맛도 안나는ㅋㅋ 그래서 룸 가격이 2만원이나 싸다.

이렇게 정갈하게 앞접시와 젓가락, 간장종지, 냅킨, 물컵이 세팅되고 실장님이 쥐어주시는 스시는 저 앞에 까만 돌판에 놓이니 알아서 가져와서 먹으면 된다.

​구석에 곱게 꽂혀있던 스시책이 새삼 탐이 났다. 일본식 튀김 기술이라는 요리책도 있었는데 나도 그런 책 읽으면 튀김 기깔나게 튀길 수 있는 부분..?

넘나 귀엽고 고급진 냅킨

이렇게 사소한 서비스가 대접받는 느낌나고 좋았다. 일식집에서 양식처럼 고깔모양으로 냅킨을 준비하기도 그렇고, 멋없이 사각형으로 접어놓자니 태가 안 날태고. 황금빛 리본 하나 둘러놓으니 냅킨이 정성스러운 선물처럼 변신도 한다. 소중히 리본을 풀고 무릎에 놓으면 식사 준비는 끝.

​스시가 놓여지는 돌판.

실장님이 스시를 쥐어서 바로 앞접시로 주시기엔 거리가 있으니, 카운터 위에 놓인 돌판을 사용하신다. 집어 와서 앞접시에 놓고 대충 사진 찍거나 간장 바르거나 원하는대로 쪼물락거리다가 먹으면 됨. 와사비와 락교가 한 편에 놓여져 있는데, 가끔 와사비가 필요한 스시는 와사비를 바르라고 지시해주시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타노 오마카세 다찌가 오늘의 점심메뉴.

디너는 가격이 훅 뛰는데, 그만한 가치의 구성과 퀄리티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런치/디너 가격이 크게 차이가 없는 곳이 더 신뢰가 가는 편.

​우선 자왕무시가 준비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진득한 노란빛에 잠시 당황. 자세히 보니 단호박퓨레를 올린 특별한 자왕무시였다.

가쓰오향 솔솔나는 부드러운 자왕무시 위에 입자 고운 단호박 퓨레.

속에는 버섯, 은행, 새우 등등 들어있고 단호박을 이용한 자왕무시는 처음이라 새롭고 좋았다. 개인 취향으로는 그냥 자왕무시만 호로록 마시는게 더 좋지만 단호박과의 조합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부분이라. 다만 나는 단호박의 달콤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뿐..ㅠㅠ

​여느 스시야와 다를 바 없이 사시미로 시작. 

쫄깃한게 흰살생선 고유의 담백함과 단맛이 잘 숙성된 상태를 알려주고 바다향도 깊은 편. 다만 해산물에 민감하면 바다냄새를 비리다고 느끼더라. 아쉽게도 이 날 해산물에 예민한 친구를 한 명 동행했던터라, 괜히 내가 미안... 비린거 아니야 맛있는거야! 하면 해산물 헤이터들이 취존 못한다고 날 때리게찌.

아까미(참치등살)

음 이건 무난무난.. 스시타노 아까미는 좀 아쉬운편. 맛있다고 할 부분이 없다는게 단점이랄까.

아부리한 도로인데 크.......

불질한 참치 뱃살에 와사비 올려 먹는 맛 진짜 레알임... 소금으로 간하면 진짜... 사랑합니다.

볏집에 훈연한 삼치

훈제향 제대로 나는데, 대파랑 양파를 졸여서 곁들여 먹는다. 약간 스시타노에서 아이덴티티로 삼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음. 아삭한 파와 양파가 새콤하게 씹히면서 코로 훅 들어오는 훈제연기랑 재미있게 잘 어울렸다.

찐 전복!

탱글한 전복살이 부드럽게 씹히고 향긋해요. 생전복 정말정말 시룸.., 씹기도 힘들고 전복향은 굽거나 생으로 먹기보단 쪄야 확 살아나면서 풍미가 크게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스시 시작. 저가 스시에서는 볼 수 없는 갓 쥐어낸 초밥의 윤기와 촉촉함.

히라메(광어)인데 무난해 근데 초반부터 와사비 크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물 콧물 짜면서 먹으니까 실장님이 와사비 양 조절해주심ㅋㅋㅋ

오도로

기름진 정도 매우 만족. 과하지 않고 비린내 없이 살살 녹아내리는 대뱃살 ㅠ 이건 진짜 레알이야 최고. 흠 잡을 곳 없이 무난하게 맛있어서 만족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유자로 향을 낸 가리비.

매우 부드럽고 어패류 특유의 바다향 만땅. 가리비의 서걱거리는 부드러움, 배어나오는 산미, 하지만개인적으로 시트러스향을 음식에 넣는거 안 좋아해서.. 하지만 오마카세에서 유자는 흔한 식재료라 뭐 불만 갖기도 좀 뭐하다.

장국인데 뭘 넣었는지 안 물어봄 ㅠ

좋은 스시야의 장국은 공산품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남은 해산물 재료를 갖고 끓이기 때문에 정말 갖은 재료가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맛이 다 다름. 된장이 돋보여 구수하기보단 미역향/다슬기향이 은은히 올라오는 편.

한치인데 시소잎 나와 안 맞는 것..ㅠㅠ 하지만 한치는 제대로 뚜들겨 맞아 부드럽고 칼집 촘촘해서 보는 눈이 즐겁기 때문에 만족. 살짝 싱거워서 소금 좀 더 뿌려먹을 걸..

오크라를 곁들인 구운 삼치.

팝콘의 버터향이 미세하게 나는게 버터로 겉을 살짝 지진듯? 오크라 레알 개십샹존맛 끈적한 아스파라거스 느낌

​겉은 바삭한 보드라운 삼치살을 크게 한 점 때어 아삭한 오크라와 한 입. 오크라 자체 향은 없다시피 할 만큼 약한 편이라 삼치의 맛을 방해하는 정도는 절대 아니다. 

즈께 아까미

부드럽긴한데 참치살 특유의 혀에서 크리미하게 녹는 느낌이나 풍부함이 부족해서 아쉽.
스시타노는 아까미 퀄 좀 상향해야할 듯..

크으 bbbbb 나왔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

지라시스시인데 참치 다진 살이랑 연어랑 성게를 밥 위에 올려서 비벼먹는건데 맛이 그리좋아. 여태껏 먹었던 지라시 스시 중 가장 내 마음에 쏙 들었던 밸런스와 조합이 아닐까 싶다. 

​눅진한 성게를 듬뿍 머금어 축축해진 고슬고슬 쌀밥알과, 거대하게 톡톡 터지는 연어알. 그리고 기름짐을 담당하는 참치살. 

이꾸라 크기 짱이구요 우니도 상태 좋고 녹진녹진해 고슬고슬하지 않고 크리미한 느낌이라 비비기에도 편함. 청량한 실파..

​김 뒷면으로 싸서 한 입에 냠 먹어도 맛있고. 김을 다 먹고 그냥 푹푹 떠 먹어도 맛있다. 그냥 너무너무 맛있다. 성게+참치+연어알 조합이 느끼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스시에 느끼함이란 없다. 나는 그냥 풍부한 맛, 버터와도 같은 진한 맛, 입 안 가득 퍼지는 촉촉함.. 등등이라고 비슷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 

볏집 훈제 삼치가 또 나온다.

초밥으로 먹어도 괜찮. 훈제류 좋아해서 사시미로도 먹고 스시로도 먹으니 나는 그냥 좋을뿐 ㅎㅎ

감격의 단새우. 단새우가 정말 튼실하고 양도 충실하다. 샤리 위에 우니를 발라서 그 위에 단새우 이빠이 올려주는데 캬... ㅠㅠ 아마에비 군함은 처음인데 진짜 갑이네. 단새우 자체만으로도 영롱하고 쫀득하고 달콤한데 성게까지 곁들이니 이걸 먹는 내 자신이 고급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

단 맛 제대로, 쫀득쫀득, 감칠감칠

전갱이 초밥.

고등어도 그렇고 등푸른 생선은 이렇게 김밥처럼 말아서 썰어주면 제맛. 시소잎은 거의 디폴트로 들어간다. 고등어를 내심 기대햇는데 전갱이도 잘 하더라. 시소잎은 그닥이지만 내년쯤엔 잘 먹을 듯. 고수도 점점 익숙해지는 판에..

아부리한 도로 ^ㅇ^

아부리는 사랑이야.. 불맛 최고ㅜ 개인적으로 아부리한 엔가와도 먹고 싶었는데 이 날은 엔가와가 없었나봄. 안 나오더라. 쥬시한 엔가와가 요즘 넘나 그립다.. 어디가서 먹어야할까. 오가와를 한 번 더 갈까.

​마무리를 향하며, 마끼.. 이거 여기 히든카드 인정...

새우튀김에 참치에 박고지에 오이 무순 등등 다양한 재료를 큼지막하게 말아서 썰어낸 김밥인데 진짜 개맛있다. 정말 맛있다. 사실 김밥천국 참치김밥도 맛있는 마당에 이 김밥은 얼마나 맛있겠어.. 새우튀김 존재감 착하게 드러내고, 고소하고, 짭짤하고, 씹는 맛 좋고. 난 이 날 오마카세에서 이게 가장 임팩트 있더라

나는 특별히 미리 손들어서 꼬다리 부분 먹었는데 꼬다리가 젤 맛잇다 키키.새우튀김 바삭한 쪽은 꼬다리에 몰려있슴다.

내가 이날 스시 머글 친구들 데려갔늗데 걔네가 지금까지 칭송하는 타마고ㅎㅎ

진짜 오리지날 카스테라 급으로 완전 묵직한데, 개취로 난 계란은 초밥으로 먹는걸 선호할 뿐더러 여기 타마고 맛이 진짜 무겁고 무겁고 달고 푹신하고 고소하고 그래서 살짝 과하다고 생각되었다. 근데 나 빼고 존나 좋아하더라 쑻

아무튼 이런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불을 피웠을까? 무지막지하게 헤비한 교꾸 카스테라.

​스시 마지막으로 아나고.

나는 이 아나고가 너무 라이트하고 타마고가(위 계란) 너무 헤비해서 둘이 좀 정도를 바꿧더라면 싶었다. 개취로 아나고는 부들부들하고 묵직하고 과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어야 제맛인데. 그래도 바다장어 특징 살려서 가볍게 잘 구워낸듯.

​후식으로는 마를 넣은 소바가 나온다.

녹차?를 넣은 듯한 소바면에 마를 갈아서 잔뜩 올리고 쯔유 소바 국물과 김가루, 실파를 올려 와사비와 함께 내어준다.

​삼삼하니 깔끔하다. 콧물 먹는 느낌이라 마는 내 취향 아니지만. 입가심으로 무리 없는 후식. 

하지만 맑은 우동을 대신 조금 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디저트, 단팥을 올린 수제 녹차 아이스크림과 패션후르츠티.

녹차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아는 그 녹차맛. 그리고 통통한 달콤하게 졸여진 단팥도. 무난하고 흔한 조합이라 쏘쏘.

​이 티가 참 진국이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온 몸을 감싸는 듯한 포근함에 아찔해져온. 부드럽고, 달콤한 향과 대비되는 담백한 맛. 미지근한 온도가 더욱 향을 부채질해주는 듯한 느낌이라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며 차의 매력에 잠시나마 빠졌었다.

아마 아마드 패션후르츠 앤 피치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주문해놨으니 먹어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

​감사 인사를 올리며 스시타노를 빠져나와 오뗄두스에 가서 커피타임. 그리고 디저트 타임.

서래마을 초창기 때부터 명성을 쭉쭉 쌓은 곳인데 다른 디저트집은 안 가봐서 비교는 못하는 현실.

​밀푀유 합격, 에클레어도 합격. 커피는 산미가 어마어마한데 그럭저럭. 좀 더 구수함이 높았더라면 디저트와 잘 맞았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하이네켄 스타디움 페스티벌에 가서 2시간 춤추고 놀다가 뻗어서 실려나온 레알 저질 체력 직장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