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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선릉] 파이어벨(Firebell), 미국인들 추천 받아 수제버거집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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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맛집 후기 쓸게 잘 없다. 작년이야 고오급 레스토랑들 좀 다녔던거지 올해는 '소소하게' '더' 처먹고 다녀서.. 서래마을 줄라이에서 디너 테이스팅할 돈으로 집 근처 양꼬치를 네번 먹는다든가.. 맘스터치 20번..? 그래서 몸무게도 늘고요? 쨋든 한두달 전 식도락 탐방기 중 꽤 괜찮았던 버거집을 발견하여 후기까지 쓰고 있다.

요새 사랑스러운 남자친구가 한국어 좀 잘 해보겠다고 숙명여대에서 주최하는 외국인 한국어 교육 봉사 프로그램을 참가하더니 같은 미국인 친구 몇명을 사귀어서 돌아왔다. 그 분들이 아마 이 파이어벨을 'The best burger in Seoul'로 추천한 모양인데, 사실 버거덕후들에게 듣보...까진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큰 기대는 없이 평일 저녁 퇴근 후 방문함.

​선릉역에서 한 5분 걸어서 도착한 파이어벨 내부는 한산했다. 애초에 작은 가게라.

머스터드와 케첩은 본인 재량껏 드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쿨한 소스통 배치

​진짜 작죠? 조그마한 공간에 테이블 있고 주방 있고 카운터 있고 화장실 있고 지나다닐 길 있음. 패스트푸드틱한 붉은 색 포인트 인테리어가 왠지 모르게 쁘띠하다고 쓰려고 했는데 방금 인테리어 칭찬하는 블로거는 바이럴 블로거라는 글을 봐서 문장 쓰다말고 해명 중 

가격 참고. 나도 메뉴판 찍는 블로거란 말이다,,, 쒸익쒸익,,, 다시는 나 무시하지마로라

근데 메뉴판 찍기 싫다. 항상 조리개 최대 개방하고 먹짤 찍는 편인데 메뉴판 담으려면 조리개 조여야 하잖아. 그래서 진짜 대충 찍은 메뉴 사진. 이 뒤로도 종종 찍긴 했는데 핸드폰에 사진 옮길 때마다 메뉴판 사진들 보기 숭하다. 안 이뻐.

​하이네켄 같은 맥주는 햄버거 먹을 때 기본적으로 먹어줘야하구요. 사실 여기에 root beer라는 미국 저가맥주를 착한 가격에 판매를 하길래 라이언이 눈 뒤집혀서 주문하려고 시도했으나, 저녁 늦은 방문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품절 소식을 듣고 울며 겨자먹기로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루트 비어가 궁금하다면 가급적 일찍 가는 것이 좋읍니다.

​나는 Call 911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치즈 빼고. 가장 기본적인 버거인데 내 경험상 기본이 잘 들어간 햄버거가 맛있더라고. 크림이니 튀김이니 뭐니 들어가면 오히려 햄버거의 매력을 해치는 경우를 종종 보아서, 아무래도 좋은 패티는 가급적이면 양상추 토마토 피클이랑만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치즈까지는 익스큐즈되는 듯 물론 나는 치즈 안 먹어서 모르지만 ㅎ

​내 가치관은 이러하다. "햄버거는 식어도 맛있지만 감자튀김은 식기 전에 먹어야한다"

그런 부분에 따라서 특이한 모양으로 튀겨져 나오는 감튀 먼저 조졌다. 조그마한 양철통에 케첩을 쭉쭉 짜서 찍어먹으면 되는데, 감자칩 모양으로 튀긴 사실이 맛의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두께는 얇아서 바삭하니 잘 튀겨졌고, 면적은 넓어서 씹는 맛이 슈스트링보다 좋고. 케이준 양념을 아주 살짝 했는지 맹맹한 맛은 아니다. 케찹도 우리에게 익숙한 가정용 케첩맛이라 불만 없는 사항.

​사진 좀 찍겠다고 버거 잘라보는데 남자친구 정색함. 미국에서 햄버거 잘라 먹으면 찐따 취급받는다라나. 무시하고 쭉쭉 자르는데 고걸 또 찍어서 트위터에 제보하는 남자친구.,.. 지인들이 어떻게 햄버거를 자르냐고 멘션하는 꼬라지를 지켜보았다고 한당 ㅎ

기껏 잘라보니 나오는 단면에서 볼 수 있는 재료들. 로메인, 토마토, 피클, 생양파, 베이컨, 그리고 패티, 패티의 비중이 의외로 작지만 베이컨도 나름 하드캐리하고 무엇보다 사이사이 발려진 머스터드가 주는 정신적 포만감과 혀의 자극이 좋아서 패티의 영향력은 무시되는 편이다. 

크기가 좀 작지만 맛이 조화롭고 씹으면서 음미해도 딱히 크게 모난 부분, 튀어나와 거슬리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더라. 굳이 멀리서 찾아올 맛은 아니지만 동네 반경 정도에서 입소문 탈 만한 곳. 가격이 좀만 싸다면 메리트가 훨씬 될텐데 아쉽게도 다른 수제버거집과 큰 차별점이 없어서..

​햄버거를 먹고 나면 레드와인이 땡기지. 샤또 보네 리저브 2009년 빈티지. 최근에 신세계 와인만 마시다가 간만에 보르도 와인을 시도했다.

​브리딩 가볍게 패스하고 시음해보았는데 젖은 나무 냄새가 강렬하면서도 밍숭하게 풍긴다. 그 특징 하나만으로도 와인잔에 습기가 가득 담기는 느낌. 목넘김이 부드러운 편이라 간만에 취향에 가까운 와인을 찾았는데 배불러서 먹다 말고 뻗어 자고.. 

이 날은 후지필름 X70을 데리고 나온 날이라 모처럼 아웃포커싱 테스트도 해본다.

내 예상보다 제법하는데... 아, 빨리 오버워치 하면서 코르크 냄새 맡으며 술 마시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