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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휴식, 미식, 달콤함

[인민광장] 점보씨푸드, 싱가폴 출신 칠리크랩은 상상 이상으로 대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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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도심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 끌고 찾아간 곳은 바로 인민광장에 위치한 Raffles City라는 큰 쇼핑몰이다. 상해는 정말 엥간한 역에는 모두 쇼핑몰이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명품들이 가득하고, 맛있고 깔끔한 음식점들이 즐비한 공간은 언제나 환영이야.

상해=칠리크랩 이 공식을 쉽게 떠올리긴 힘들지만 몇몇 사람들은 다 안다. 싱가폴의 그 칠리크랩, 그 점보 레스토랑이 상하이에도 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한국 유명 식당 포함 아시아에서 엥간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전부 상해에 지점을 냈다고 보면 된다. 점보씨푸드는 상해에 2군데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난 래플즈시티 지점으로.

식당가는 내 기억으로 6층? 아무튼 식당가 있는 층에 가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뒷쪽에 Jumbo Seafood라고 적힌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12시 30분쯤 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붐비지 않았고, 바로 1명이라 말한 뒤 자리를 안내 받았다.

​혼자서도 게 발라 먹을 수 있지요.

여행가서 잘 먹고 다닐거면 그 어떤 메뉴라도 혼자서 먹을 수 있어야하고 다소 양이 많은 메뉴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배포와 위장을 가져야한다.

​이게 바로 그 칠리크랩 메뉴. Seasonal Price, 그 때 그 때 싯가가 변동되기 때문에 직원에게 물어보고 주문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가격을 물어보지 않고 그냥 가장 작은 사이즈 달라고 주문했는데 다행히 영어가 가능한 직원분이 오셔서 내 주문을 체크해주셨다. 상해 식당에서 영어로 주문을 받아주면 어찌나 고맙던지.

​콜라와 얼음을 주문하니.. 캔을 기대했는데 그냥 콜라를 부어주고 레몬도 띄워준다. 이렇게 고급진 서비스보단 캔으로 주시는게 좋을텐데 크랩 나오기 전부터 김이 빠지쟈나ㅠㅜ

​새우볶음밥도 주문했다. 칠리크랩은 밥에 비벼먹으라길래.

사실 번도 주문하려고 했는데 의사소통에 살짝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내가 달라고 한 번 2개는 나오지 않았고.. ㅠㅠ 뭐 굳이 필요없었다. 번 시켜봤자 다 먹지도 못했을 부분, 가격은 한국돈으로 만원쯤~

​느끼하지 말라고 채썬 양배추룰 주는건가. 고슬고슬 길쭉하게 뻗은 밥알들이, 그리고 그 황홀하게 매콤한 냄새가 시장한 내 뱃속에 밀려들어왔다.

​큼직한 스푼으로 공기에 좀 덜어놓고 먹었는데 맛은 내 인생에서 먹어본 볶음밥 중 탑급이랄까.

우리에겐 다소 조리에 편한 음식, 중국집에서 만만하게 짜장에 비벼먹을 음식 정도로 취급받는게 볶음밥인데 중국에선 볶음밥 하나를 볶는데에 있어도 절대 디테일과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는다. 먹음직스럽게 갈색으로 익혀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기름진 밥알과 통통한 새우가 우선 비주얼적으로 자극을 주는.

고슬고슬한 밥알을 조심스레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보면 "불"이라는게 음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얼마만큼 강한 화력으로 조리를 했길래 이렇게 살아있는 진짜 직화향이 날 수 있는걸까. 물론 간이 세다. 볶음밥에 그 어떤 소스조차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염도를 갖고 있는데, 단순히 짜다는 느낌이 아닌 당연히 따라와야할 그런 수준. 안 짜면 중화요리 아니고요? 씹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까지 쭉 감탄을 하게 된다.

​대망의 칠리크랩. 가장 작은 사이즈 달라고 했는데 한 마리를 통으로 준다. 

사실 7만원은 게값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어서 방문한건데 오잉? 볶음밥 게 콜라 합쳐서 5만원 남짓한 돈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생각보다 저렴하구나 1인용은.

​누가봐도 싱싱하게 선홍빛으로 잘 익은 꽃게 위에 계란과 게살을 풀어 만든 싱가폴식 칠리소스를 듬뿍 끼얹어 한 번 볶아낸 음식.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꽃게와 투명한 붉은빛의 칠리의 조화가 아주 좋아보였다. 요리에서 풍기는 뜨끈한 향이 신나는 기대감을 선사해주고..

​게 부시는 도구와 게 살 빼는 도구, 냅킨, 비닐장갑등을 준다. 비닐장갑은 한국인들이 챙겨가던데 싱가폴보면 여기는 또 주네ㅋㅋ

목에 걸 수 있는 턱받이(?) 역시 주니, 꼭 목에도 걸고 무릎에도 깔자. 게 뿌시고 게 까다보면 테이블 개판되는거 3분 컷이라, 흰옷 입었다면 무조건 주의

​우선 소스를 한 입 먹어봤는데.. 이게 칠리의 정석이라면 나는 한국에서 칠리맛이 붙은 음식은 모조리 사먹고 다닐듯. 이런 칠리소스가 시판된다면 1주일에 1통 그 이상씩 비울 용의가 있고 더 이상 Chili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없을텐데.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옅은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칠리 특유의 매콤함이 낮게 깔려 있는 맛. 마라를 첨가했는지 입안을 휘감는 듯한 감칠맛에 헤롱거리다가 자세히 느껴보면 얼얼한 매운 맛이 아주 살짝 치고 올라오는데, 소스 속 한가득 들어있는 부드럽고 고소한 계란과 게살 역시 조금씩 씹히는게 큰 매력포인트다. 전혀 독하지 않고, 칠리라는 소스를 그 어떠한 튀는 향 없이 완벽하게 아시안들의 입맛으로 재구성해내었다.

​그 소스가 얼마나 존맛이냐면 솔직히 말해서 게 껍질까기 전에 아까워서 소스부터 핥아먹은 뒤 게 껍질을 부술 정도..

​집게발을 까면 통통한 집게살이 고개를 내민다. 적당히 살도 차있고 게 맛도 좋은데 난 영 "내가 게 까는 것"은 귀찮아서. 평소에도 굳이 게를 먹자, 게를 먹어야한다!라는 자기주장은 해본 적이 없고 잘생기고 어린 남자가 옆에 붙어서 게 까주는거 아니면 굳이 안 찾아먹음. (간장게장 제외)

그래서 그런지 딱히 크랩 자체에 감동을 느끼진 않았다. 게 맛이다. 게 맛 좋은데 내가 아는 게맛이잖아? 

​이쯤 되서 다 식은 볶음밥 또 먹어주는데 아니 식어도 맛이 좋은게 신기하다니까.

​밥이 식었으니 아직 따끈한 칠리 소스 속으로, 게 등딱지 속으로 가득 투하해서 쉐킷쉐킷

​칠리와 볶음밥이 만나 간이 더 쎄져서 배부른 상황에서 먹기 좀 부담스러운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존맛 + 존맛 = 부담스러운데 존맛 공식은 진리니까 맛있게 먹음.

​내가 진짜 이 소스를 조금 남겼다는게 통탄스럽다. 한국에도 리즈너블한 가격으로 들어온다면 자주 외식하러 나갈 의향 있는데. 배고플때 칠리크랩이 담긴 접시를 본다면 눈 뒤집혀서 바닥까지 소스 핥아먹을 것 같은 충격적으로 새로운 대존맛이다.

이건 마치.. 일본에서 규카츠라는 존재를 처음 접했을 떄의 샹투스..  1만5천원짜리 특선초밥만 먹다가 미들급 오마카세를 접했을 때의 개충격과 버금가는, 미식에 있어서 꽤 놀라운 신세계라고 확신하다. 

상해여행이 이렇게도 사랑스럽고 만족스럽게 시작되다니 모든게 칠리크랩 덕이다. 점보씨푸드 사랑해요 다음에 꼭 또 올게요.

그리고 릴리안 에그타르트가 래플즈시티 지하에 있다길래 7바퀴 돌았는데 없고요? 코빼기도 안보이고요?

아무튼 과일주스가게 등등만 실컷 구경하고 릴리안은 다음날 사먹었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럽디다 릴리안에그타르트 먹을 배로 칠리크랩 한 번 더 먹고 천국 가시죠.


상하이 점보씨푸드 주소 : 268 Xizang Middle Rd, Huangpu Qu, Shanghai Shi, 중국 200002 (Raffles City)

영업시간 : 11:30am — 10pm Daily (last order at 9:15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