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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신사] 멘쇼쿠, 누가 서울 라멘의 미래를 찾거든 고개를 들어 멘쇼쿠를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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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랑 모노로그의 헤드셰프이신 신현도 셰프님이 라멘집을 내셨습니다.

안 가볼 수가 없어서, 전공 자격증 시험 이틀 전, 공부를 명분으로 연차휴가를 내고 신사동에 위치한 멘쇼쿠에 홀로 혼밥을 하러 방문했다.

서울에서 만족할 라멘집을 가본 기억은 없기에, 더 이상 라멘에 대한 기대는 없어진지 오래지만 신셰프님이 낸 가게인데 맛이 없을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음.

신장개업을 알리는 요란한 화환을 지나쳐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평일 점심 12시의 신상 밥집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쇽 들어가서 쇽 먹고 나올 예정이었던 나로써는 약간 당황.


아담한 내부, 디귿 모양의 카운터석.
15분 정도 대기를 하고 착석했다.
아직은 오픈 첫 주차라, 어수선한 서비스.


주문은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하고 번호표를 제출하는 형식이다. 메뉴는 찍어오진 않았으나, 오리 육수와 도미 육수로 나뉘어져 있고 도미는 시오, 오리는 시오, 쇼유, 츠케멘 이렇게 구분되어 있다.

사이드로는 계란볶음밥과 마파덮밥이 미니 사이즈로 있다.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까먹음. 역시 신뢰와 기억력의 사람.

모노로그 속편답게 잔술 니혼슈도 구비되어 있었는데, 가격이 무려 9천원.

핫카이산과 토요비진, 그리고 머시기 이렇게 세 종류의 니혼슈가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토요비진을 택.


이...이...이 미친놈...
토요비진 미친놈
나는 토요비진에 미친 토친놈

온도 개청량.
따라 붙는 샤인머스캣 그 자체.
혀 전반적인 부위에 착 붙는 시원한 달콤함.
시험이고 나발이고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낙원같은 맛이다.
딱 이 온도, 딱 이 컨디션.
그래, 이게 술이지.


도미 시오 라멘 등장.
생각보다 서빙 속도는 빠르다.
가격은 기억 안 나는데 아마 만원? 만천원?
죄송합니다 블로그 오랜만에 해서 블로거의 자질과 본질 모두 압수 당했어용

육수부터 먹어 보았다.
아, 내가 사랑했던 신현도 셰프님 맛이다.
(셰프님을 사랑하는거 아님;)

이걸 신셰프님이 안 만들었으면 누가 만들어

뭐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도미 그 자체인지..
도미 먹고 싶으면 여기서 도미육수 먹는게 제일 이치에 맞다. 나도 도미뼈랑 도미살 구해와서 집에서 육수 끓여보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맛.

살짝 불질한 도미는 또 얼마나 달큰하게 도미스러운지요. 도미 먹어본 사람은 알 수 있는 최고의 도미맛. 그러니까 생선기름내 풀풀 나는 뽀송한 흰색 맛


차슈는 별 특색 없었다.
나는 기름진 차슈 취향이라.

근데 기름 있었으면 육수 망했을듯.
촉촉하지 않은 차슈 인정하겠습니다.

신솊님 면 기가 막히게 익히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도 면이 너무 좋네여. 어디서 이런 면을 구해오셨죠 또 "그 곳"인가요.

부드러운데 아삭한 느낌.
탄성이 좋으면 이런 느낌이 나던데.
쫄깃하단 표현은 아님
서걱과 쫀득의 사이.

이 라멘은 평가하기 위해 전체적 조화 따윈 볼 필요도 없음.
모든 엘리먼트들이 좋아서.


하이볼은 ㄹㅇ 술맛
아 너무 좋아요 술에 진심인 하이볼
알콜중독자들을 대표하여 고마움을 대충 표시해봄.



마파덮밥.

마라향보다는 익숙한 맛이 나는데 1초만에 무슨 맛인지 알 수 있음.
흔들리는 마파들 속에서 네 제육볶음 맛이 느껴진거야

산초는 약하게 느껴지는데 약한 얼얼함이 뒤늦게 찾아오긴 한다. 사이드로 만만하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비추천과 추천 사이. 맛은 있으나 노특색.

그래서 계란볶음밥도 먹어보러 빠른 시일내에 또 가야지.


나는 면을 소화시키기 어려운 사람인데,
홧김에 하마터면 완면할뻔 했다.

완벽함을 보면 질투가 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지 나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나는 질투를 해야 사랑이 뒤따르고 그 전제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완벽한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밥 같던 밥 잘 먹었습니다.

요새 뭘 먹어도 감흥도 없고, 음식보다는 대화가 더 흥미롭고 하여 주구장창 대충스러운 안주에 소주만 들이부었는데 그랬던 제 자신에게 제 스스로 미안함을 이제서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나는 그저 맛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데, 왜 완전한 행복이 어려울까. 왜 나는 맛에 대한 주관적 기준이 너무 강해진 것일까. 이제는 자부심을 느끼기보단 서글퍼집니다.

나는 앞으로 라멘을 먹고 싶으면 멘쇼쿠에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