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taurant reviews

[사당] 쏘주 좍좍 빨리는 곳 어디냐 사당 전주전집 그리고 광안리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의 둥지는 방배동 어드메였다. 또래의 동기들과 신입의 애환을 풀기에 사당동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다. 방배동 부근은 팀장 욕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으니, 퇴근길 미어터지는 전철과 버스에 몇 분간 몸을 담아 피신한 곳이 사당이었다.

지금은 욕하고 눈치 보기도 지친 5년차 직장인, 우정을 소중히할 여유도 없는 5년차 동기사랑이기에 서로 무언가를 위해 만나지도 않으니 더러운 회사 얘기는 이렇게 서두를 풀어나간 목적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전주전집만큼 서울사는 으른들에게 사랑받는 전집이 있을까. 백종원이 소개를 했든 수요미식회에 나왔든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니 만약 TV에 방영되었다면 그 프로그램이 존나게 뒷북을 친 것이다.

한국남성들의 더러운 현황을 나타내는 유흥업소 노래방이 가득한 좁은 골목에 위치한 전주전집을 찾아가보면 멀리서부터 전 부치는 냄새와 시끄러운 대화들이 뒤섞여 밤 공기 속에 진동을 한다.

20대로 보이면 일단 칼같이 민증 검사를 하는, 투철하신 주인분들의 환대를 받으며 2층에 위치한 별관으로 들어선다.

좁은 공간을 꽉 채우는 막걸리의 열기와 붉어터진 콧잔등들을 지나 자리에 앉아보면 두 명 이하로 온 손님들은 더 큰 파티를 이루지 못함에 후회를 할 것이다.

떼로 몰려와서 술을 걸치기에 이보다 더 좋고 (가성비 오지고) 맛도 그럴싸한 민속음식점이 어딨겠..​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남녀노소 학생백수직장인 구분 없이 싸다는 표현을 덧붙여도 이견이 있을 분은 없을 것 같은 모듬전 한 소쿠리가 나옵니다.

우선 두부지짐과 동그랑땡, 즙이 많은 버섯전으로 입을 달래고 쏘맥과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기름에 찌들지만 않으면 전이야 다 먹을만하지. 큼지막한 동그랑땡 하나 집어들고 초간장 살살 찍어먹으면 시큼한 초가 기름과 고깃덩이에 뒤섞여 침샘을 깨운다.

​서넛이서 달려들어 먹다보면 소주 두 병과 첫번째 전 바구니는 금세 동난다.

내가 애달픈 달콤함의 애호박전을 베어물며 단단함과 보드라움의 공전에 정신없이 빠져들동안, 친구들은 손바닥만한 동태전과 깻잎전들을 해치운다. 대단한 맛은 아닌데, 얼기설기 엮인 나무바구니 위에 뜨끈하게 올려져있는 이 지짐이들을 코웃음치며 무시하기엔 한국에서 너무 오래 살아왔네.

나는 겨우 깻잎전 한 덩이를 집어들고 양파 장아찌가 담긴 초간장 그릇에 보관해놓고 조금씩 떼어먹었다. 양파 리필은 20분에 한 번 정도 하면 충분했다.

​가게에서 ‘입가심’이라고 일컫는 김치찌개 조금이 별미다. 제대로 와일드한 맛이라.. 기름 흐르는 주안상에서 상큼한 귀요미남의 역할을 해주십니다. 가격은 얼마 안함. 여기선 그냥 만원 이만원으로 술 판 벌이기에 딱임. 물론 프리미엄 막걸리를 즐기신다면 그 예산은 보장 못 해드리지만옄ㅋ

​???
맥락 없고 근본 없는 나의 새 안경 자랑.
술값이 안경보다 싸고 미용실값보다 싸면 살기 조은거죠.

넷이서 전 두 소쿠리와 소맥 넉잔씩 말아먹고 나니 딱 술 빨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전 말고는 먹을게 없는 이 곳 특성상, 미련 없이 전집을 나와 근처 광안리로 향한다. 요란한 부엌 가고 싶었는데 얼리버드 아니고 레이지버드인 탓에 얄짤없이 예약 거부, 워크인 거부 당하고 만다.

​광안리에서 대장부를 팔아주시네요.
요즘은 대장부만 찾아먹고 있음.
플미 증류주 특유의 알싸한 파인애플향과 더럽지 않은 알콜 마무리 덕분에 몇 천원 지불하고 꽤나 잘 즐길 수 있다.

​방어 한 접시 주문.
그냥 뭐.. 적당한 대방어의 특출나지 않은 맛이다.

사당에서 밥 먹는데 무난한 맛이 대수냐. 추운 겨울 안전한 곳에서 평타는 치는 밥을 소주와 함께 먹는 것에 의의를 둔다. 다만 노량진 사시미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자비로운 입맛의 소유자라면 광안리의 방어에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멸치찌개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있어서 주문한 광안리 멸치찌개. 추어탕 맛인데 뽀독뽀독한 멸치 뿌시래기도 씹히면서 통멸치도 듬뿍 들어간게 맛은 있다. 뜨거운 국물에 뜨거운 쌀밥을 한가득 말아 내오는 탓에 전분이 그득해서 걸쭉한게 영락없는 해장국밥이다.

먹으면서 술 깨고 술 깨면서 술 마시고.. 악순환..

​연어 사시미도 서비스로 주시는 이 환대에 제가 감읍했네여. 먹은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이때부터 술 마귀가 들렸나보긔.

분위기가 술 안 먹을 수 없는 분위기다.
전주전집도 그렇고 광안리도.

광안리의 경우가 더 힙한 느낌이 잇음 암튼 그런게 잇슴.

​육사시미도 한 판 주문한다.
시뻘건 살코기의 신선함, 챔기름의 참기름함 모두 좋았는데 소금.. 어딨죠...?

생고기에 깨기름 발라 먹으니 미칠듯한 미끌거림과 도를 넘은 구수함에 정신이 아주 번쩍 들었다.

겨우 취해놓은 내 정신이 쯧쯧 안되어 사시미는 한 점만 먹고 소주만 미친듯이 들이키고 친구는 다른 친구 신발에 토하고 아 청춘 내 청춘 존나 조아 진짜...

다음 날 맥도날드 해장에 도전

그리고 실패

음.. 간만에 기분 좋게 들이켜서 조만간 전주전집 -> 광안리 루트를 또 계획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