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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성수동] 팩피, 동네 주민들에게 대안과 위안이 될만한 파스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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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피(FAGP)를 알게 된 경로는 기억 나지 않는다.
금호동과 더불어 은근 맛집 찾기 어려운 성수동에 그럴싸한 파스타 가게가 작게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계정도 운영하고 있길래 구경을 좀 했는데, 그렇게 많이 끌리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침 서울숲 근처에 막내이모가 살고 있어서 찾아가는 김에 팩피에 들려보았다.

어차피 혼자 점심을 때워야하는 상황이라..
성수동 김밥천국을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네 생긴건 영락없는 연립주택 주거단지인데 멀끔한 주방의 멀끔한 가게가 생기니 다소 이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쁘단건 아닌데.

혼자 오픈시간에 맞춰가니 일등으로 카운터 자리에 착석. 통유리로 되어있는 전면창문 덕에 햇살이 기분좋게 들어온다.

​묵직한 느낌의 카운터석.
앞에 가림막이 위치한 카운터도 아니라 꼼짝없이 셰프님과 그의 주방과 #소통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메뉴를 훝어봤는데..
문제는 팩피에 오는 길에 메뉴판을 이미 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메뉴종이를 붙잡을 때까지도 나에게 와닿는 메뉴가 없었다.

이런건 결국 취향의 문제인 것이다.

인상 좋으신 남자 셰프님이 새롭게 준비하셨다는 아귀 토마토 딸리아뗄레를 하나 요청 드렸다.

​주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나는 접해보지 못한 미국의 데일리 까버네 쇼비뇽과 칠레의 데일리 샤도네이를 한 잔씩 마시라고 하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경험에 미루어봤을 때 실패확률이 상당히 높은 조합이기 때문에.

경험으로 지레짐작한다고 신랄하게 지적해주면 할 말은 없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싶진 않은 겁쟁이니까요.

결국 까르후라는 핀란드 라거를 한 병 주문했다.

​맥주잔 간지.
이렇게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유리잔이 제일 예쁜 것 같고 요즘은.. 자꾸 둥글둥글한 내 와인잔들을 흘겨보게 되네.

​처음 마셔본 핀란드 라거는 음..

아마 희소성을 내세운 선택이겠지요.

이 정도로 마일드하고 향 없는 라거를 식사에 편히 곁들이고 싶다면 기타 충분히 좋을 대안들이 있을텐데 굳이 핀란드 맥주를 골라온 것을 보면.

고든램지는 좋아하겠지 걔는 카스 존나 좋대니까 뭐

​아귀 파스타를 감사히 받았다.
소스가 흥건한 스타일도 아니고 파스타 포션이 큰 것도 아닌, 딱 보자마자 아 이거는 먹어도 배가 아주 편하겠네라는 생각이 딱 드는 외관.

허브와 약간의 올리브오일을 품은 토마토소스향이 뜨겁게 코를 치며 올라왔다.

​한 입 먹어보니 글쎄요.
면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포슬하고 담백한 아구살과 전혀 리치하지 않은 토마토 소스가 포만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고 딱히 맛 조합에서 아 이건 정말 좋네 싶은 부분도 없었다.

말인 무피클을 파스타면처럼 얇게 썰어 뭉쳐낸 창의성은 정말 재밌었다. 다만 이리저리 엉켜있어 조금씩 떼어내어 딸리아뗄레와 밸런스를 맞추기엔 무리가 있어서 맛의 조화 부분에선 음. 음이다 음

이걸 맛있다고 하기엔 서울엔 이미 수준급의 파스타집이 많은데.. 굳이 사방에서 팩피가 파스타맛집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찾기 위해 식사 중에 조금 노력해야했다.

기존 지루한 이탈리안 클래식을 따르지 않는 젊은 남자셰프의 독창성과 겁 없는 시도, 성수동 주택가라는 다소 힙해보일 수 있는 겉모습 이 정도에 다들 좋아하는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맛집 선정 기준은 다들 다르니 딱히 비꼬는건 아님)

맛이 형편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으나 맛있는 파스타는 아니었다. 취향의 영역으로도 커버하긴 힘들었던 실망감.

​그럼에도 완식했네여 왜냐 다 먹어도 배고프니깐

내가 성수동 주민이면 가끔 남이 해주는 파스타 땡길때 와서 먹긴 할텐데 그런 가벼운 의도로 방문하기엔 가격이 싸진 않다. 뭐 치킨 한마리 값이긴 한데 문제는 양이 지나치게 적으니까..

위에 지나친 혹평을 한게 아닐까 싶어 변명을 해보자면, 팩피만큼 신선한 식재료의 조합을 사용해서 파스타를 짓는 캐주얼 식당은 드물다. 사실은 고수나 잣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에 기본 점수를 주어도 무방할 정도.

아쉬운건 맛이라는 결론이지.

어쨌든 낫배드 플레이스로 급하게 1차 마무리

배고픈 나는 결국 성수동 어니언에 가서 명란아보카도바게트와 커피 한사발을 마셔야했다.

허접한 팩피 리뷰 끝
애초에 그렇게 성의 좋게 리뷰쓰려고 사진 찍어온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