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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reviews

[논현/신사] 모노로그,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일식 다이닝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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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복귀는 요새 제일 좋아하게 된 식당으로 하려고 한다.

그간 살았던 얘기를 풀자니 너무 포스팅이 많아질 것 같아서, 이번 건부터 새롭게 현재 시점 이후의 이야기만 적으려고 합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모노로그는 도쿄와 소우게츠에서 경력을 쌓으신 신현도 오너셰프님이 4월에 새로 오픈한 일식 다이닝 식당인데, 포잉에서 오마카세 + 니혼슈 4잔 세트를 14만원에 풀었길래 두 번 다녀왔다. 

첫 방문 때는 무려 밤 11시에 혼자 갔었는데... 셰프님 말로는 이 분이 진짜 오실까 궁금해하셨다고. 

밤 11시를 고른 이유는 별 것 없이 그냥 좀 조용한 시간대에 혼자 청승맞게 식사를 하고 싶어서였으나, 그날따리 만석이었고 옆에 앉으신 동성 손님분에게 번호까지 따이는 개인싸같은 시간을 가졌었다. 동경에서 라멘 하다 오신 분인데 이번에 역삼에 라멘집 겸 이자카야를 오픈 하셔서.. 결국 요식업자 2명과 개인소비자 1명의 그룹 대화가 되어버렸던 날.

그 때는 사진도 폰으로 대충 찍어서, 재방문 때는 카메라 들고 각 잡고 방문해벌임. 이번에는 동행이 있었다. (인싸ㅎㅎ)

​오마카세는 맞지만... 늘 손님의 취향을 물어보시는 셰프님..

결정 장애가 있다면 당황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꽃내나는 사케보단 드라이한 니혼슈를 선호해서 첫 니혼슈는 야마구치현의 타카를 골랐다.

​사케잔 꽉 차게 따라주시는 현란한 스킬 감상.

뭐 니혼슈는 잘 몰라서. 단단한 맛이었다. 스무스하게 혀 위에서 굴려지는 적당한 고상함.

​전채로는 스미소를 올린 땅두릅과 북방조개가 나왔다.

씹으면 즙이 팍 터지면서 봄의 땅맛이 나는 두릅과 북방조개의 감칠맛과 새콤한 미소 소스의 합이 꼭 어벤져스 같았다.

​이건 일행이 주문한 니혼슈인데, 꽃향기 나는 것이 좋다는 일행의 취향에 맞춰서 내오신.

​따뜻한 전채로는 오징어를 넣은 어묵, 그리고 산초.

흰살 생선으로 만든 부들부들한 어묵살에 깊은 산초향이 참으로 따뜻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하셨을까.

​오늘 피조개를 주신다고... 그래서.. 살아있는 피조개를 눈 앞에 딱 두셨는데 이 놈이 입을 벌리다 말다 아주 활기차고 싱싱한 놈이었다.

​머윗대와 문어, 새큼한 젤리. 

머윗대 씹는 맛이 문어보다 낫다면 믿을 사람 많으려나.

전반적으로 봄봄하게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제철 식재료를 잘 활용하는 곳들인데, 이렇게 야채를 쓰는데가 사실은 더 좋다. 뭐 요즘 우니철이라 우니 줬어요, 전어 철이라 전어 내왔어요, 대방어철이니 방어 뱃살 시바 이런건 식상할 때가 이미 다 됐음.

​피조개야 워낙 좋아하니 냠냠했는데 익혀주신 내장의 창자맛이 아주 녹진녹진한게 위에 말한 제철 우니에 견줄만하다. 남이 요리해준 남의 내장만한게 또 잘 없지...

​다음 니혼슈는 사케 미라이라는 사케용 쌀로 만든 술이었는데 감칠맛이 은은하면서 고급지다.

좋은 니혼슈의 매력은 맨프롬오키나와에서 알게된 건데, 차가운 술의 표면이 입술에 닿는 순간부터 목젖을 스치게 될 때까지가 마치 존잘남이랑 뽀뽀하는 기분이랄까 그런 아른아른한 기분이랄까. 싸구려 팩사케에서는 절대 없을 황홀한 순간들.

둘 중 하나는 19도짜리 독한 놈이었는데 평소 목구멍 버닝에 익숙한 위스키 성애자에겐 뭐 그냥 단물 수준이져.

​사시미 플레이트. 아까미는 이전처럼 두껍게 썰어주지 않으셔서 아쉬웠지만, 기본적으로 훌륭한 상태의 혼마구로를 사용하셔서 간장, 소금과 함께 도로까지 잘 먹었다. 다만 나는 도로나 아까미는 스시야나 다른 일식집에서 좋은 놈들로 여러번 먹어봐서 와! 하는 감탄사는 없었다.

시메사바와 에비의 진함은 감동 그 자체였음을. 시메한지 얼마 안된 것 같았는데 격이 다른 고등어향이었다.

에비는 먹으면서 셰프님의 약한 불평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뭘 모르는 놈들이나 에비를 씻어서 낸다, 그러니까 맛이다 빠진다, 뭐 이런 교훈적인 내용들.

​복어도 이렇게 간지나게 말아 주시고..

솔직히 진정한 가성비 맛집은 여기가 아닐까하는데 페북 들어가보면 치즈 뿌린 밥 이런걸 가성비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앉아있다 존나 말세임.

​에비 대가리는 따로 튀겨 주셨다. 바삭하고 진한 내장 나오는 튀긴 새우 머리 사랑입니다.

내어주시면서 끝을 잡고 눈부터 먹으라고 조언을 주셨는데, 모노로그의 매력이 바로 이런 점이다. 셰프님의 섬세함과 세세함, 근데 마냥 상냥한건 절대 아니고 자신감 넘치고 쿨하시다. 내가 반기는 인간 유형에 속하시는 분이라 내가 세번쨰 방문을 계획하게 된 것이겠지..

​아키타현의 유키노보우샤를 다음 술로 주문했다. 눈 덮인 지붕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또 나한테 감성팔이 시전하고.. 제가 너무 감상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이렇게 이름이 사랑스러우면 또 다 좋아하져.

셰프님이 뭐라고 설명하셨더라..

효모 왕창 넣어서 빚은게 아니라 양조장에 떠다니는 효모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빚은거라고 하셨나

나는 맛있으면 장땡임. 요새 맛난 니혼슈의 매력을 알아가는 중이다. 공부 시작은 안했지만. 부르고뉴 블랑의 미네랄이 느껴질 줄이야.

​귀한 금태 구이...

금태는 솥밥으로 해도 귀하고 구이로 해도 귀하고 그냥 다 귀한 맛.

기름에 절어서 보들보들 축축한 살점 입에 넣으면 진득하고 섬세한 생선살맛을 느낄 수 있다.

​구이에는 이베리코도 같이 나왔는데, 이베리코는 나에게 원체 익숙한 식재료라(소설옥 단골..) 큰 감흥은 없었으나 구이 실력을 평가하자면 상타.

.

​다음으로는 스끼야끼가 나왔다. 배가 고파서 밥을 지어달라고 할까 하다가 (셰프님 본인이 밥 끝내주게 지어줄 수 있다고 하셨음) 일행이 배불러해서 그냥 스끼야끼에 우동으로 하기로 했다.

첫 방문 때는 오리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소고기로 내어오셨다. 오리 그때 그 오리.. 참 맛있었지 그 오리...

​불이 놋그릇을 달구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얇은 고기 몇 장을 건져올려 노른자에 푹 담궈 먹으면 된다.

​국물의 산미와 풍미가 이 요리의 강점이라 생각하니, 주재료의 맛있음은 곧 평범해진다.

지나치게 짜지 않고 야채가 익어가면서 더 해주는 맛의 밸런스가 우수하다.

​노른자에 절여놓은 소고기를 한 장씩, 국물 안에서 따뜻해진 양배추를 한 점씩 주워먹고 있을 무렵 내어주신 카니미소 고로케.

잘 익은 금빛의 외관만 봐도 눈이 즐거워진다.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의 진저브레드 반죽처럼 몽글몽글하고 진득진득한 게 내장반죽과 위에 첨가된 트러플 오일향이 아주 따뜻하다.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훌륭함이다. 카니에 중점을 두기보단 내장향과 트러플 터치가 매력적인.

​감탄하며 고로케를 먹고 있을 때 내어주신 우동면.. 

우동도 아무거나 갖다 쓰지 않으시지요. 셰프님 뭔가 완벽주의자 맞는 것 같음.

​존엄한 우동이었습니다.

최근 우동카덴도 다녀왔는데, 나리타공항 붓카게 우동보다 격 떨어지는 맛이라 실망했고 카덴가서 우동 먹느니 여기서 꼽사리로 주는 우동사리 받아먹는게 낫다. 별거 없긴한데.. 투박하면서도 온화하고 은은하고 음

원래 오마카세에 우동나오면 개별로인 곳 많잖슴. 상대적으로 봤을 때 더 괜찮은거지.

​투박한 매력의 호랑이 니혼슈.

근데 끝맛이 상당히 우아하다. 분명 입안에선 거칠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딱 이런 인간이라 잠시 그 사람 생각해버렸네.

​남은 노른자에 국물을 조금 섞어서 우동면을 조금씩 넣어먹었다.

​디저트 타임에 준비해주신 카시스!

이런 센스 어디서 사나요. 요리 원투데이 해본 짬이 아니시다.

​후식도 두 가지나 준비해주시고... 마지막 손님이 이럴 때 좋지. 아낌 없이 받는 소년이 되었다. 

달지 않고 단단한 질감의 생크림 딸기 판나코타 역시 흠 잡을 곳이 없었음을 밝힌다.

다른 하나는 셔벗인데, 한 입 먹고 익숙함의 생소함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셰프님 이거 참외 맞죠?"

"네!"

참외로 셔벗하는 곳은 또 처음인데.. 스시야에서 시시하게 내주는 모나카, 녹차 아이스크림에 단팥 나부랭이들보다 훨씬 정성스러운 후식이었다. 과일만 달랑 내놓지도 않으시고.


오픈 초기에 퍼주실 때 2번이나 방문해서 프리단골 된 것 같아서 기분 좋고요.

한 달에 한 번은 시간 내서 꾸준히 방문할 것 같네. 장담하는데 여긴 백퍼 대박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