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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찾아 떠난 겨울의 제주

[오라동] 제주에 온 이유 그 첫번째, 스시 호시카이의 런치 오마카세에서 제주와 처음으로 독대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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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구정 연휴, 나 홀로 제주여행 첫번째 이야기.

스시 호시카이를 어디선가 처음 광고로 보았을 때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카피를 기억한다.​

'별과 바다를 담은 스시야'

사실 급하게 제주행 티켓을 끊고 섬으로 내려온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이 오라동에 위치한 임덕현 셰프의 스시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제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학여행때나 우비를 쓰고 잠시 다녀온 기억밖에 없는 상태기 때문에 2017년의 내가 제주도에 가고싶어했다면 그 이유는 아마 스시 호시카이가 맞을 것이다.

인천발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하기로 되어있던 시간이 11시라 아무 생각없이 12시로 예약을 했는데 떠나기전 생각해보니 제주도행 비행기 연착이 덜컥 두려워졌다. 그러나 이미 예약을 바꾸기엔 스시호시카이는 널널한 스시야가 아닌터. 그냥 운에 맡겨보고 못가게 되면 식사비용 전액을 위약금으로 지불할 각오로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상으로 꽤 여유로웠다.

오전 10시 50분 도착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연착 10-20분 정도로 인해 11시를 살짝 넘겨 제주도에 도착했고, 번거로운 절차없이 나는 그저 캐리어를 머리맡에서 내려 돌돌돌 끌면서 공항을 걸어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택시를 타고... 오라동 스시호시카이에 도착 성동

​심지어 예약시간보다 10분 앞서 도착한 최고의 여유로움을 보였는데..

시간제로 운영하는 스시야 특성상 나는 입구에서 못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식사를 시작한 팀도 보였고, 늦지만 않으면 꽤 유동적으로 입장이 가능한 것 같다.

​상견례라도 해야할 것 같은 고급스럽고 널찍한 홀을 지나 참나무향이 물씬 날 것 같은 다찌에 착석했다.

런치 오마카세 12만원인가?로 진행.

​앉자마자 자왕무시의 출현...

갠적으로 오마카세의 시작은 늦어지더라도 여유로운게 좋아서 이때 마음이 좀 급했다.

자리에 갓 앉아서 먹기 편한 각도 재고 있던 땐데... 외투도 정리해야했고 카메라 세팅도 해야했는데 막 음식이 나와...ㅠㅠ

전복으로 특징을 잡아낸 차왕무시.

버터처럼 느끼한 향이 전반적으로 풀어져있으며, 전복내장향의 지분이 크지는 않지만 먹는 내내 코에 닿기는 한다. 안에는 은행, 밤, 전복살과 미나리가 들어있으며 전형적인 고급 스시야의 자왕무시 구성을 보여준다.

난 확실히 계란과 쯔유 위주로 진행되는 스타일이 내 취향인듯..

​자왕무시와 함께 나온 맑은 국. 장국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처음 마셔보니 표고버섯향이 났고, 두번째로 마셔보니 조개향이 났고, 세번째로 마셔보니 해초내음이 났으며.. 마지막으로는 버섯향이 다시 되풀이되었다.

​사시미는 첫번째 주자로 제주산 민어가 나왔다.

포근하고 두텁지만 딱히 매력은 모르겠다.

​마쓰가와 스타일로 껍질을 살짝 익혀낸 참돔

껍질부분이 매우 도톰하고 오독하고 풍부한 맛이 만족스러웠다. 다른 한쪽 역시 도미의 향긋함이 우아하게 느껴진다.

​시원하게 무쳐낸 곤이.

산뜻하고 말랑하게 다가오면서 끝에는 미약한 고소함이 우러러나온다. 고추향이 청량하게 느껴지는 쯔유..

​불향이 솔솔나는 아부리한 참치뱃살이 되시겠다.

김맛 우선 훌륭하고요? 쫀득하고 기름진 살점 위로 소금이 진하게 느껴지면서 중간중간 입을 정리해주는 실파가 신의 한수다.

​제주도 금태. 스시의 시작.

근데 스시 앞접시를 안준다.. ㅜㅜ 도마에 올려주시는걸로 그냥..

금태는 잘 안 먹어본 생선인데, 마치 누군가의 혀를 통째로 입 안에 담는 것처럼 말캉하게 다가온다. 친하지 않은 생선인데 괜찮더라. 특유의 향기가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낯설어서 캐치는 못하겠다.

​방어.

이거다! 올 겨울들어 내가 찾아 헤맸던 '진짜 방어의 참맛'

마치 아까미를 먹는 듯한 산미가 톡톡 튀면서도 그 뒤로 기름진 풍미가 몰아친다. 기름빠진 방어만 먹다가 진짜를 먹으니 스시호시카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앵콜스시로 낙찰ㅋㅋ

​줄무늬전갱이.

정말 부드러웠고 또 고소한 내음이 입안 가득 풀어지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 실파를 아래쪽에 약간 깔아둔 것 같다. 약간의 알싸함이 군데군데 느껴졌던 것을 보면.

​이때쯤 장국도 나오고..

​아마에비!

와사비가 좀 더 적었으면 했으나 대상이 단새우인 경우에는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묵직한 단새우에서 달콤한 꽃향기가 솔솔나는게 재밌었다.

​두장을 겹친 고등어 스시.

와.. 이 고등어향기는 유지하면서도 고소하게 숙성하는 비결이 뭘까? 그간 먹은 스시야의 고등어들은 다 이 바다향을 비린맛으로 생각해버린건지 죄다 치워내서 아쉬웠는데... 등푸른생선의 매력은 이 바다를 품은 향이다. 

네타를 두장 겹쳐서 씹는 맛이 훌륭하게 변했다.

​아까미.

그냥 그렇긔.. 좀 실망했긔.. 네타도 넘나 얇고.. 

이건 뒤의 오도로를 위한 극적인 장치인가요?

​아까미의 실망감을 씹어잡수신 참치뱃살 나오셔따

먹어본 도로 중 그냥 최고라는 수식어만 붙이고 사라져야겠다.

무슨 말을 하리 진정 최고의 맛이라면 글보다는 먹어봐야 알겠지

프로그래밍을 배울때는 백문이 불여일타

최고의 음식은 백문이 불여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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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리한 도로

​위의 도로에서 한 말 다시 되풀이 한번 해보고요

소금까지 맛있다ㅎ 샹..

​유자소금을 뿌린 관자.

스시 호시카이의 관자는 몸집이 남다르다. 그 덕분에 입에 넣어놓은 동안 부분부분 구석구석을 혀로 맛보면서 오래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장점이다. 

유자향이 센건 아닌데 향이 강하다. 내가 써놓고도 뭔 개소린지 모르겠닼ㅋㅋㅋ확실한건 이 모든건 내가 직접 먹어봤을 시점에 적어놓은 메모에 기인한다는 것.

​돌돔 뱃살.

상당히 쫄깃하면서 단맛은 좀 배제된 느낌인데 그 균형과 감칠맛이 하이엔드급이다..

돌돔이 좋아졌다. 셰프님 실력이 정말 예사롭지 않으시네요.

​그리고 복 시라꼬

복 시라꼬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와우내

구운 생선인줄 알았으나.. 밑에 샤리가 깔려있는 엄연한 스시다. 뭔지 모르고 먹었는데 불을 입힌 얇은 겉껍질 속에 들어있는 진하고 고소하면서 점성도 살짝 있는 존재가 입 안에 가득 차서 한 가득 머금고 목구멍쪽으로 조금씩 넘겨가며 맛을 느껴보았다.

누가 알았겠어 이게 복 불알인지

좀 덜 상스러운 말로 하자면 복의 정소.

​스시가 어느덧 끝물로 치닫고.. 이제는 아나고.

타래소스의 단맛이 진한 편이다. 살에 녹아든 맛도 진하지만 식감 자체로는 라이트한 편이라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다.

시메사바 없나? 싶을때 나온 시메사바

초와 생강맛이 강해서 내 입맛에는 그닥

시메사바 덕후들은 다들 초와 생강맛으로 덕질한다지만..​

​연근과 흰살생선 튀김인데 쏘쏘

새우튀김이 더 좋은 나, 비정상인가요?

​이꾸라를 쥐어주셨는데 딱히 임팩트 있는 맛인지는 모르겠고 김은 맛있따

​살아 움직이는 새조개.. 

아부리를 했는데 살아있는게 충격

오독오독하고 새조개 맛이다. 앞으론 그냥 죽여놓고 타래소스 발라주세요...

​스시가 끝나고 소바가 나왔다.

굉장히 자연 친화적인 맛이다. 면발은 탄성이 짙어 잘 만들어진 면인가?라는 합리적인 궁금증을 자아냈고,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니 여름날 밤 산속의 오두막에서 보내는 시간과도 같은 환상이 펼쳐졌다.

​묵직하게 구워낸 교꾸 타마고. 별 표시 쁘띠하긔

적당히 맛있는 적당한 겨란. 더 이상 덧불일 코멘트 음슴.

​앵콜스시로는 일단 아까 정말 맛있게 먹은 방어를 한 점 더.

주로 젤 비싼 오도로를 많이들 앵콜로 요청하지만 오도로는 사실 엥간한 스시야가면 다 맛있거등요? 그니까 흔치않은 '맛있는 방어'를 한 번 더 먹기로 결심했다.

​임셰프님 정말 친절하시고.... 

그리고 앵콜로 꽃향기나는 단새우를 한 번 더 청했다.

여기까지 총 20점 정도 먹으니 배가 불러서 식사는 종료하고 호텔로 가기로.,..

​영수증을 이렇게 귀하게 돌려주신다.

스시호시카이 방문 충평은 만족스러운 점심이었지만 재방문은 잘 안 할 것 같다. 스시 하나하나 놓고 보면 일품이지만 흐름이 내 취향을 약간 빗겨간 애매한 느낌이라, 조만간 포스팅할 스시 이노찌에 발걸음을 다시 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시청쪽 카페모리에 가서 맛있는 딸기케이크와 아메리카노로 마무리.

여기 딸기케이크 진짜진짜 맛있어서 죠금 놀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