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개발해야할 프로그램이 있지만
귀찮으니까 오전에는 놀고 오후에 빡코딩하고 그러면 되겠다.
쉬엄쉬엄하는 제주도 여행 포스팅 #3은 오라동에 위치한 더스푼(The Spoon)이라는 코지한 이탈리안가게인데 방문전부터 기대가 어느정도 있었다. 뚜또베네에서 일하다 온 셰프라니, 경력이 미흡하다고 할지라도 청담 뚜또베네라면 믿을만 하기 때문.
셰프가 어린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이 많이 들려와서 꼭 들려보고 싶었다.
커트러리 만족만족
살짝 어수선하긴해도 적당히 캐쥬얼하고 조명도 나쁘지 않은 내부.
워크인 안되여 예약하고 가세여
사실 라구파스타 먹으러온건데 그새 라구가 사라졌었다..
오늘의 메뉴에선 딱히 끌리는게 없어서 전부 패스
프로슈토 알감자 샐러드 먹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메뉴를 먹어야하기에 패스.
개인적인 생각인데 더스푼의 요리 양이 부족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는 일단 명란 앤쵸비 파스타를 골라보고..
왕새우 비스큐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내가 아는 그맛 같아서 나중에 먹어보기롱
스테이크 뇨끼 먹고 싶어서 왔는데 연휴 전날이라 재료가 다 떨어졌댄다 오 이런 ㅖ쒵
별수없이 라자냐를...
파르미지아노인지 그라나파다노인지 치즈는 다 빼달라고 요청을 드림.
그리고 사진엔 없는데 스테이크도 있어서 스테이크라도 주문할까했는데 역시 솔드아웃.
하우스와인은 화이트, 레드 각각 한잔씩 주문하고..
코노수르는 뭐 정말 하우스와인의 정석
와인리스트가 굉장히 친절하다.
이런 식당 잘 없는데 이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코노수르 토코르날 샤도네이 2014
왜 레드와인과 같은 온도로 서브된걸까? 이해하기 어렵다.
와인리스트는 잘 뽑아놓고 화이트 온도마저 못 맞춘다면 이 모순은 뭐여
바나나향이 인상적.
식전빵. 역시 예쁜 식기인데 이렇게보니 대리석느낌의 테이블매트가 따뜻한 우드톤의 식탁과 안 맞는 것 같다.
갈릭버터가 너무 맛있어서 약간 소름
고소한 바게트 위에 눅진하고 버터리하게 스며든 마늘향이 예술이다.
생버터 싫어하는 내가 맛나게 발라먹었다면 정말 맛있는 거야
명란 앤초비 파스타의 등장! 그나저나 차가운 샤도네이와 따뜻한 파스타를 먹고싶었던 나의 소소한 희망은 하늘나라로~~
촘촘히 다져진 실파와 고슬하게 볶아진 명란 알갱이의 비주얼이 꽤 훌륭하다. 입맛을 돋구는 모습.
납작하게 눌려진 링귀니 면발 역시 '나 오늘 상태 좋아요'를 외치고 있는 듯.
푹 익은 달콤한 대파와 명란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소곱창 기름에 부추 넣고 볶은 볶음밥처럼 느껴진다. 면도 적당히 알덴테고, 대파를 보드라워질떄까지 정말 잘 익혔기 때문에 대파 특유의 역한 향은 없다.
아주 살짝 매콤함.
예상보다 맛있어서 올리브유 육수까지 냠냠 먹었긔
레스토랑에서 피클은 대체로 무시하는 편인데 명란파스타를 만족스럽게 먹고나니 청량함이 땡겨서 미지근한 샤도네이보다는 피클이 낫겠다 싶어서 한 점 먹어봤다.
식사가 준비되면서 매니저님이 '직접 담근 알타리피클'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왜 알려주시나 싶었더니 맛있어서 알려주신게 아닌가 싶다.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거나 지나치게 서걱하거나 그런 단점 없이 쫀득하고 아삭하면서 맛이 좋다.
따로 판매가 된다면 굳이 사서 서울로 들고갈 의향 있음.
다음으로는 몽그라스 까베르네 쇼비뇽 2015(Montgras Cabernet Sauvignon)
과연 신대륙에서 햇빛 듬뿍 받고 자란 포도답게 생크림에 파묻힌 설탕에 절인 붉은 과일향이 물씬난다. 알콜이 슬슬 올라오는게 아주 팍 익은 포도같고, 목넘김은 담백한 편.
중세시절 인기 좀 끌었을법한 석류석 같은 색상
스텔라를 위해 치즈 다 뺀(그러나 라자냐 상단에 올린 치즈는 감해지지 않았다) 라자냐 등장이요
비주얼 이쁜데 소스가 왜이리 많으
라자냐가 모든 사람의 취향에 부합할 수 없는 이유는 조건은 오직 상반되는 두가지이기 때문이다.
토마토느낌이 더 강하냐, 고기 느낌이 더 강하냐.
나는 후자의 경우라 익은 토마토 느낌이 낭낭한 이 소스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췌 라자냐에 묽은 토마토소스가 왜 있는지도 모르겠고.. 라구와는 거리도 멀고....
아마 치즈가 원래 3종류나 들어가는 진득한 요리라, 일부러 묽은 느낌으로 밸런스를 맞췄을 수도 있지만, 라구 소스라면서요? 라구소스는 라자냐면 사이에 있긴한데 썩 만족스러운 고기향은 아닐뿐더러 정말 저 토마토소스는 완벽하게 불필요한 존재다.
소스는 무시하고 다진고기와 면만 먹으니 나쁘진 않았다.
예쁜 가넷색상의 와인 한번 더 찍고 마무리
밥 먹는데 웬 틀딱이 와서 내 카메라 집어들고 후지필름 좋아하시네~하고 갔다 미친놈 아냐 이거
암튼 이 장소를 추천하라면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본문에 다 적어놨지만 우선 정말 친절한 와인리스트와 셀렉션, 그리고 명란앤초비파스타의 맛에 기인해보았을때 연상될 수 있는 기본적 맛에 대한 보증, 식전빵과 알타리 피클이 될 수가 있다.
재방문 해보고 싶고, 다음엔 라자냐 빼고 꼭 뇨끼와 스테이크를 먹어보는 것으로.
늘 느끼는 것이지만 5개 이상의 요리를 내놓는 식당에서 요리 두세개로는 그 식당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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