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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찾아 떠난 겨울의 제주

[삼도동] 이노찌 :: 좋은 셰프와 좋은 스시로 여행을 무지개빛으로 칠해준 멋진 미들급 스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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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췄던 제주도 포스팅을 다시 재개해보려고 한다.

조금씩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게 영 녹록잖지만 압박감을 가지고 하기보단 느긋하게~


둘쨋날, 제주 시내 메가박스에서 조조로 모아나 더빙을 보았다. 아침을 먹으려했으나 수마에게 정신이 먹힌 관계로, 또 요즘 속이 많이 안 좋아 먹방은 접어두고 모아나를 보면서 뻐렁치는 가슴을 붙잡고 속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여의도 이노찌가 제주도로 왔다는 풍문을 주워듣고 1월 초 예약에 성공, 런치를 먹으러 따뜻한 햇살 받으며 걸어가기.

런치 스시 6.0만원인데 디너와 런치 스시 오마카세 가격차이를 두지 않은게 특징이다.

오마카세스시는 사시미도 나오는 것 같은데, 이 존재를 알았더라면 미리 예약을 해뒀을걸.. 예약을 못해 런치 스시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오마카세 스시를 먹고싶다면 꼭! 예약 필수.

​따뜻한 톤의 다찌에 앉아 숨 고르기

​마를 갈아올린 차가운 토마토. 이노찌까지 걸어오던 길에 딸려온 번잡한 생각을 정리해주는..

​별다른 자왕무시나 기타 전채 없이 바로 스시가 시작되었다.

실파를 곁들인 도미인데, 네타가 살짝 질고 따뜻하며 단짠이 두드러지는 맛으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은근 알싸한 실파와 묵직한 도미는 스시의 시작으로 언제나 환영받는다.

​살짝 구운 갈치

몽실몽실 씹히면서 볏짚에 구운 향이 제대로. 살짝 달콤한 타래소스까지 완벽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혼의 갈치.

​김으로 곱게 싸여진 찐 전복.

탱글한 육질 위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약간의 와사비가 들어가 심심하지 않은 화려한 맛을 순서대로 보여주는데, 좁은 면적 위에 뿌려진 소금 역시 그 임팩트가 화끈하다.

​갑오징어.

향긋한 유자와 시소가 들어있는데 샤리의 단맛 덕분에 거슬리지 않는 우아한 향으로. 이 강한 맛들의 조합이 의외로 자연스레 오징어살에 배어들어있다.

​방어인데 생강이 올라가서 좀.. 그냥 일반 흰살생선 같았다. 기름진 방어느낌 1도 없었고요

​아까미가 나왔는데 역시 생강이 있길래 조용히 치워서 먹음.

부드럽게 살살 녹아내리면서 등살 특유의 산미는 살아나서 좋았다. 등살이 입안에서 사라진 다음 남은 샤리 밥알이 살짝 입속에서 굴러가는 느낌 완전 좋아

​홍해삼군함

ㅋㅋ이건 진짜 재미로 먹는게 맛의 5할을 차지하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추가 5할을 얻는 스시. 꼬득하고 많이 새큼한 홍해삼을 열심히도 씹어보다가 살짝 혀의 위치를 바꿔보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하고 달콤한 밥알 덕분에 기분전환이 가능했다. 

위에는 생강과 다진무.

​전어 초절임 스시.

이름 모를 섬에서 잡혔다는데.. 좋다. 차갑게 식은 전어살과 따뜻한 샤리의 시원한 만남.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이 전어껍질 때문에 내가 전어를 못 잃어 광광 전어 잃으면 대한민국 끝나

​미소시루 한사발 받아보고요.

예전에는 장국 주면서 왜 숟가락 안주나했는데, 이제는 숟가락을 줘도 두손으로 들고 마신다. 장국은 목구멍에 그대로 들이부어야 제맛

​아부리한 병어와 우엉졸임.

달큰하고 쫀쫀하게 졸여진 우엉이 마치 김밥의 단무지같은 역갈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부리한 병어 자체의 맛은 어떻냐면.. 확실한건 불질한 네타가 맛이 없긴 힘들다는거지.

​오도로.

참치힘줄 해체를 생략한게 신의 한수. 혀에 엉겨붙는 살살 녹는 참치기름과 마지막에 고소함을 한껏 끌어안고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는 쫄깃한 힘줄... 아 또 먹고 싶다 시불탱

​이꾸라 군함

알알이 정말 큼직하고 꼬들한게 이래야 연어알을 먹을 가치가 있지 싶다. 좋은 스시야의 장점은 또 맛있는 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옥돔구이가 중간에 나온다.

겉이 태워지듯 구워진 점과 뜨거운 김이 철철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얼마나 강한 불에서 구워졌는지 쉽게 짐작이 갔다. 뜨거운 온도의 보드라운 옥돔살을 한 점 먹어보고 차가운 다진 무를 한 젓가락 먹으면 온탕 냉탕을 번갈아 뛰어드는 재미가 있다.

간이라고 느껴질만한 것은 약간의 소금기밖에 없어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약간 아쉬웠다.

​백다시마를 올린 시메사바

속에 꼬들한 야채절임이 들어가서 식감이 한결 좋다.

약한 생강과 시소도 느껴지고, 가시 손질을 일부러 힘 풀고 한 느낌이라 입에 넣자마자 잔가시가 튀어나와 좀 놀랐으나.. 나는 잔뼈 많은 세꼬시가 최애인 잔뼈덕후라 이견 없음!

​소금 뿌린 광어.

광어가 가진 장점은 기본적으로 담백하단거. 거기서 손질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갈래가 나뉘긴하지만.. 어쨋든 그 기본적인 점을 극대화 시켜주는게 소금과의 조합이라 식사 후반부에 입을 정리하기엔 좋다. 마무리 스시급.

다만 나는 군데군데 화려한 맛이 있는 초밥이 취향이라, 앞으로도 광어는 간장에 찍는걸로 ㅎㅎ

​단짠샤리는 얼음물이 필수

​아부리한 오도로.

위를 살짝 불질했는데 왜 이 좋은 오도로에까지 굳이 시소잎과 절인 야채를 넣어주시나요?ㅠㅠ 따흑 셰프님 진정한 시소 트루럽 인정이요 

​마무리로 치닫으면서 우동 한그릇이 나오는데, 아주 좋은 우동이다.

시판 면을 사용하지 않고 마치 직접 뽑은 듯한 정성이 보였던 면발이었다. 수타 느낌 낭낭한 쫀득함. 국물이 짭짤해서 굵은 면발을 먹기에 간이 딱이다.

​가리비.

쯔유를 올렸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소금만 올려먹는게 나을 것 같았다.

탱탱하고 아름다운 육질!

도미 등살.

와우 빡빡하고 쫀듹한게 참된 참돔 답다. 쫄깃하게 손질한 껍닥부분이 어찌나 아름답게 맛있던지. 이때부터 배가 슬슬 불러오기 시작하는데.. 맛있는 껍닥도미로 마무리를 즐길 수 있어서 영광이예요​

​진정한 마무리는 시소마끼로

^^... 셰프님 전 아직 시소허접이라.... 셰프님의 깊은 시소의 세계를 따라가기 넘나 벅찬 것..

오기로 먹긴 먹었긔

메론은 생각보다 좋은 후식이 되었다.

입 안에 감도는 샤리의 단내와 간장의 쿰쿰함을 날려버리는!

모든 스시가 독창적이고 재밌고 기교가 아름답긴 한데, 나는 아무래도 발라 먹을 간장과 소금만 있으면 좋아라하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이노찌에서의 점심을 후회하긴커녕 다시 오고 싶은걸 보니 참으로 좋은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특히 감칠나는 밥알. 그립다.

또 접시가 예쁜게 큰 이유를 차지하는 것. 도마에 올려주는 스시를 바로 받아 먹는 것도 맛있지만 나같은 사진쟁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예쁜 앞접시를 따로 주는게 결과물을 훨씬 포토제닉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또 온다면.. 다음에는 꼭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이노찌의 오마카세를 예약해보는 걸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