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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아하고 화려한 방콕

[사톤] 유사톤호텔에 위치한 아름답고 맛있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J'aime by Jean Michel Lorain(자이메 바이 장 미셸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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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기 빨리 끝내고 싶어요. 2달째 붙들고 있는게 함정. 

3박5일의 짧은 일정 중 마지막날 저녁은 사톤지역에 위치한 유사톤호텔 방콕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J'aime by Jean Michel Lorain을 예약 방문했다. 이번 예약 역시 이메일로 했는데,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보다가 10코스 다이닝으로 예약하려고 했지만 코스요리 특성상 시간이 너무나 지체되고 그 시간을 좀 아껴서 공항가기 전 여유를 갖자는 심정으로 메뉴는 따로 예약 안했다. Jean Michel Lorain의 따님분이 총괄 매니저이신 것 같은데 그 분이 내 예약을 응대해주심.

장 미셸 로랑(57세)는 프랑스에서 젊은 나이에 미슐랭스타를 받았던 멋진 셰프다. 내가 알기론 브루고뉴에서 본인 레스토랑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이 방콕에 낸 서브 레스토랑으로 추정된다. 

일단 택시 타고 유사톤에 도착하니 정말 멋진 휴양지 리조트 느낌의 건물에 반했다. 건물 한켠에서는 태국 상류층 파티가 있었는지 고급스러운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차려입은 태국 여성분들 무리를 보고 또 반함.. 태국 여성들 정말 주체적이고 멋지다. 모계 사회인만큼 생업을 책임지는 여성들이 많은데, 성매매 산업이라는 안타까운 부분의 종사자들도 많다. 태국와서 성매매하는 인생 루저 남자들 두잇재기

​저녁 시간의 조용한 수영장과 로비를 지나 들어온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정말 우아하고 조용한, 바이올렛톤의 인테리어를 만끽할 수 있었다. 창가쪽 테이블에 앉아 창을 등지고 앉았는데, 아직 식사가 시작되지 않은 차분한 이 곳의 분위기란 반드시 직접 보아야함

​한 켠에는 바도 있고, 모든 테이블이 예쁜 제비꽃색의 생화로 장식되어있다.

​내가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며 치즈에 알러지가 있다고 하니, 그 주문을 전달받은 메인 셰프님이 큰 소리로 She's allergic to cheese!라고 외치시니 다른 셰프들이 예솊! 하는데 영화 같았다. 아무튼 주방이 반오픈 타입이고 내가 이 날 디너 첫 손님이라 내 음식을 열심히 요리하시는 진풍경을 멀리서 살짝 엿볼 수 있었던.

​다소 단단한 식전빵. 언제나 그렇지만, 식전빵은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뭐시 좋은 식전빵인지도 모르고, 생버터를 즐기지 않는 것도 그렇고.

​에피타이저로 준비된 어니언 링과 수란, 비스킷과 허브를 넣은 차가운 요리.

어두워질 때 불빛 없이 찍은 사진이라 화질 빻았다

​차갑게 입맛을 돋구면서도 짭짤하고 바삭한 비스킷과 양파 튀김등으로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나는 이 것을 먹었을 때부터 이 레스토랑에 완전히 크러쉬된 부분 

Creamy garlic soup with potato confit and chili bavarois (290바트)

감자꽁피와 칠리 바바루아를 넣은 부드러운 마늘크림수프. 여느 크림수프처럼 무거운 크림맛이 아닌, 거품처럼 산뜻하지만 마늘향이 부드럽게 크림과 섞여 느끼함이란 전혀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감자를 어떻게 꽁피한지는 모르겠는데, 맛 좋다. 저기 밑에 깔린 포테이트칩도 마늘 풍미가 진득하게 묻은 크림수프와 잘 어울리고, 칠리 바바루아라니. 바바루아는 원래 프랑스에서 생크림으로 만든 젤리를 의미하는데 매운 홍고추로 만든 바바루아, 단단한 식감이면서 천천히 그 고유의 맛이 수프에 섞여들어가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 음식에서 아쉬운 점이란 바로 수프 바닥에 잘게 부순 타임이 많이 깔려있는데, 멋도 모르고 내가 휘휘 저어 먹어 온통 타임맛, 타임향이 나는 바람에 수프의 맛을 오롯하게 즐기지 못했던 점. 천천히 떠 먹어야 은은하게 허브향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내가 바보짓을 해버려서.. 아쉽다. 

Gratinated special Gillardeau oyster (260바트 by piece)

그라탕한 지야르도 특산 굴. 지야르도 특산 굴은 내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몇몇 소개한 죽기전 먹어봐야할 식재료 안에 들어가는 엘리트 굴이다. 지야르도는 지역 이름이 아니라, 굴 양식쪽에서 유명한 일가족의 성에서 따왔다고 알고 있다. 

​신선하고 불쾌한 냄새 없이 풍부한 바다의 향만을 담고 있는 강력하고 깔끔한 맛의 멋진 굴. 마늘과 버터향이 감도는 마일드한 크림소스를 얹어 그라탱해낸 이 요리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입 안에 가득차는 힘찬 크기의 굴이 이렇게 맛있었던 적이 일전에 있었을까. 

굴이라는 식재료는 바로 그 레스토랑이 해산물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 중 가장 단순하며 명백한 맛을 가진 판단하기 좋은 재료가 바로 굴이 아닐까싶다. 

2피스만으로도 만족스럽게 굴의 고급스러움을 느끼고 충족할 수 있었다. 4피스 시켰어도 뭐 맛있게 냠냠했을듯.

Pan-seared Kamui beef fillet served with wild mushrooms, pumpkin and parsley custard (2370바트)

단순하게 3가지 코스만 주문했던 관계로, 메인에는 힘을 좀 줘서 주문을 했다. 7만원을 살짝 웃도는 금액의 이 곳에서 가장 비싼 요리. 카무이라고 부르는 와규 안심을 팬 시어링으로 구웠고, 야생버섯과 단호박을 퓨레와 가니쉬로 사용했으며 탱글탱글한 파슬리 커스터드로 구성이 되어있다. 

카무이 비프라니 듣도보도 못했는데 방콕에서 간간히 사용된 것을 본 것으로 봤을 때 방콕에서 와규를 부르는 방식이 아닐까 싶은..

​안심 특유의 가득찬 고소함과 밀도 높은 텍스쳐와 소금의 조화. 내 입맛에 맞는 깔끔하면서 간이 잘 된 스테이크의 정석이라는 느낌은 2년전 프라하에서 먹은 디너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것.  

​파슬리라는게.. 대충 말려서 큰 향 없이 요리에 쓰는 존재가 아닌 내가 아는 그 진짜 허브류였다는 사실을 이 커스터드로 새삼 깨달았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강렬한 풀향이 젤라틴 속에 갇힌.. 내 취향은 아닌걸로! 

​단호박 퓨레 + 소테한 야생버섯

버섯퓨레 + 구운 단호박 큐브

이렇게 엇갈리는 조합을 접시 양 사이드에 배치해는데, 둘 다 재료 고유의 향이 강하다. 흙향 풀풀 나는 버섯은 말 할 것도 없고, 단단하게 구운 단호박은 내가 바로 단호박이야라는 자기 주장을 거침없이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자퓨레와 스테이크를 먹는 클래식한 조합을 선호하지만 자이메의 스테이크는 꽤 재밌는 구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식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부른 배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문한 캐모마일 홍차. 

​그리고 특별 서비스로 시키지도 않은 밀푀유를 잘생긴 생화조각과 함께 내어주셨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당..

​4가지 크림으로 만든 밀푀유인데, 내 혓바닥이 분별한 것은 아몬드크림, 커스터드크림, 버터크림이 전부. 바삭하고 버터향이 가득한 멋진 디저트였다. 굉장히 달콤했지만 그 속에 녹아든 다양한 견과류향, 계란향이 나에게 이 밀푀유를 끝까지 완주할 도움을 주었다. 

10만원 돈으로 미슐랭 스타의 레스토랑에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방콕을 언제 가야하나 구상중이다.

내년에 가려고 했지만 아마 그때는 라오스를 대신 가지 않을까? 아무튼 기대보다 수준 높았던 파인다이닝이었다. 유사톤에 투숙하는 사람 아니더라도 멀리서 찾아갈만한 레스토랑인 것으로! 인테리어, 서비스, 호텔 구조, 분위기, 맛 등등 빠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만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코스가 아닌 내가 원하는 요리만 단품으로 시켜먹어서가 아닐까. 계속되는 길고 긴 다이닝에 지쳐가던 와중, 여행의 마침표로 이렇게 멋진 장소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