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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아하고 화려한 방콕

[사톤] 환상적인 이탈리안 요리의 세계를 보여준 센시 레스토랑(Sensi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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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콕 여행 정보 웹사이트에서 센시 레스토랑이라는 항목을 처음 발견했을 떄의 느낌은 클래식이었다. 먹어보지 못한 경험이기에 맛이 클래식하다라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의 리뷰와 홈페이지의 디자인, 기사의 썸네일 등등이 나에게 준 이미지는 정제된 캐주얼함, 클래식, 등등. 

유럽에는 다양한 장르의 미식이 있지만 그 중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는 이탈리안이라고 생각된다. 파스타라는 가장 낮은 허들의 요리로 인해 우리는 이탈리안이라는 음식을 떠올리면 편하고, 크게 거부감 없는 마음으로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가 외국에서 이탈리안 요리집을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 있어 좋은 모티프가 되어준다. 

사실 방금 한 미국 웹진에서 연애 관련 컬럼을 읽고 해독하느라 진을 빼놓은 상태라 말투가 번역체로 튀어나옴 

​​사톤 지역은 고요.. 그 자체. 주택가가 많은 동네고 딱히 큰 관광 스팟이 없어서 마사지 혹은 호텔 투숙객들 위주로 방문하는 지역인데 혹시 센시가 아니어도 좋으니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다면 한번쯤 가봐도 좋을 것 같다. 한적한 태국 동네 느낌이라 천천히 걷기에 좋음.

오픈 타임인 저녁 6시에 맞춰 도착했더니 예약 확인 후 바로 창가쪽 자리로 안내되었다.

창가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저녁 타임이라 해가 저물 무렵이었고 창문이 좀 위쪽에 위치해서 햇빛을 받을 일은 단 한순간도 없었음.

이 날 내가 먹은 메뉴는 바로 가장 비싼 코스였던 The Chef Menu. 와인 페어링 없이 3190바트 (서비스 차지와 세금 포함)으로 한화로 대략 10만원 안팎. 명성치고 역시 싸다. 이래서 방콕 온다. 

와인 페어링이 코스 별로 진행되는 것 같은데 5만원 정도 추가로 지불하면 즐길 수 있으니 알콜이 가능한 날이라면 기꺼이 즐길 듯.

​담백한 비스킷이 유리컵에 꽂아져 나오고(특정히 지칭하는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멍청이라) 3가지 종류의 식전빵이 나왔다.

​올리브 포카치아. 빵 표면에서 산미가 살짝 느껴지고 짭쯔름한 올리브와 거친 입자의 빵.

​이 빵이 진짜 와우내

마요 소스를 바르고 양파 향을 첨가한 조리빵인데 이런 빵을 식전빵으로 주다니 참신한 시도. 평소 이런 빵 환장 합니다. 

센시의 식전빵은 내가 지금껏 가본 그 어느 파인다이닝 중에서 가장 특별했었다. 단순히 플레인한 느낌을 주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빵 하나하나 특징이 살아있고 식전"빵"이 아닌 "전채"의 느낌에 가까운 빵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가 완전히 졌을 때의 식당 내부.

인테리어와 조명은 중후한 느낌이지만 BGM이 캐주얼하다!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지 말자. 생각보다 꽤 훌륭한 조합이다. 나무가 우거진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단독 건물 속의 멋진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비싼 이탈리안 코스 요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 부담스러운 맛이 파인다이닝의 장점일 수도 있는데, 나처럼 편하게 "미식"만을 위해 온 손님에게 여기에 우아한 음악까지 깔리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부담 백배.. (르 노르망디가 그랬음)

멋진 음식, 멋진 실내 디자인, 멋진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 편안하게 음식을 먹기에 아주 좋다.

​토마토와 허브를 사용한 차가운 애피타이저. 입맛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는 존재.

​첫 번째 코스.

Pan Seared Sea Scallop with Pomegranate Salad

관자를 팬에 시어링해서 석류와 함께 내어줬다. 관자의 크기는 꽤 컸던 것으로

​잘 구워진 관자의 촉촉함, 쫄깃한, 보드라움, 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함과 시큼함. 그 뒤에 석류 몇 알로 입안을 헹구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관자의 뒷 마무리가 완벽하게 마무리가 된다. 석류를 곁들인다는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

​Fassona Beef Carpaccio with pickled vegetables and crepe mayonnaise

Fassona 피에몬테 소고기는 지방이 참 적다. 소고기는 자고로 날것으로 먹을 때 지방이 많으면 우웩... 우리가 먹는 육사시미의 지방이 어떤지 생각해보면 답 나온다. 그런 피에몬테 소를 사용해 만든 비프 카르파쵸의 맛은 가히 최고.

일단 탄산수로 육질을 부드럽게 한 것 같고, 후추를 갈아넣어 풍미가 살아난 다진 생 쇠고기의 맛이란.. 육회에서 느끼는 그 쫀득함과 생고기에서 배오나오는 은은한 단맛, 고소함은 필수. 절여 만든 다진 당근과 양파도 상당히 잘 어울리고, 아쉽게도 샐러리가 있다. 나는 샐러리 향이 넘나 싫은 인간이라 좀 거슬렸지만, 한 입 먹고 와 맛있다! 라는 느낌을 주는 요리는 어디에서도 흔치 않기에 불만 없음.

​Porcini Power와 Truffle Butter로 맛을 낸 Parmigiano Carnaroli Risotto

파르미지아노 치즈는 내가 당연히 못 먹으니까 알아서 빼주셨고, 자, 카르나롤리란 무엇인가. 이탈리아 북부에서 재배하는 리조또용 쌀 품종으로, 큰 쌀알을 가진 품종이라 요리했을 때 씹는 맛이 시원시원하다. 

숲향이 나는 포르치니 버섯으로 만든 크림리조또인데, 우선 내가 크림류 음식을 극혐한다는 사실을 재차 밝힌다. 그런 내가 맛있게 먹었다면 그 요리는 굉장한 레벨이라고 장담한다. 센시의 이 리조또가 딱 그런 류의 멋진 요리였다. 맛있게 먹으리라는 일말의 기대 조차 없이 가운데의 계란 노른자를 톡 터트려 조심스레 작게 떠 먹었는데 포르치니 버섯향이 이렇게 근사했던가.

치즈를 제외해서 그렇겠지만 지나치게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진한 크림 뒤에 오는 담백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간이 세서 좋다. 엄청나게 묵직한 맛의 크림 리조또에 트러플 버터로 향을 더하고 거기에 생 블랙트러플까지 8장 정도 얹어 주었다. 송로버섯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후추 소금 간이 잘 된 이 버섯 리조또와 함께 한두장 곁들이는 것은 일도 아닌지라.. 

하지만 맛이 아주 진한만큼 나에게 접시를 비우는 것은 다소 힘겨웠다. 약간 남김.

​Roasted Black Cod with N'Duja sauce, Turned Potatoes, Black Olives

토마토와 이탈리안 살라미로 만든 매콤한 은두야소스를 곁들인 구운 대구와 turned potatoes, 즉 원통형, 타원형으로 깎은 감자를 버터에 구운 것과 올리브. 평소 흰살생선은 우리 할머니가 해주는 양념찜 아니면 안 먹어서 그냥저냥. 은두야 소스는 먹어 보는 것으로치면 처음이었는데 꽤 괜찮았다. 바게트 발라서 피노누아랑 먹으면 하룻밤 새겠다 싶었던 맛ㅋㅋ 

​Like A "Rossini" Beef Tenderloin, Potatoes, Foie Gras, Baby Spinach

Rossini라길래 메뉴 이름을 타이핑하면서 내가 간 곳이 센시가 아니라 로씨니였나..? 잠깐 당황했다. 내가 가려고 했던 파인다이닝 장소 중 로씨니라는 레스토랑도 있었기에.. 아무튼, 이태리 유명 작곡가인 로씨니의 이름을 별명으로 사용한 이 곳의 안심 스테이크와 포테이토 퓨레, 푸아그라, 그리고 어린 시금치.

사진보다 크기는 크지만 많은 양이 아니라 최적이었던 두 번째 메인 메뉴. 스테이크는 양이 많으면 안된다. 쉽게 질리고, 쉽게 식기 때문에 코스 요리에서는 양 조절이 핵심이다. 아무리 최고급 쇠고기를 쓴다한들 손님이 물려버리면 그때부터 평은 하락하기 마련.

미디움 레어로 익혀진 쇠고기 안심을 씹는 맛이란. 크게 스테이크 자체가 튀는 맛은 아니었다. 엄청 맛있다도 아니고, 별로다도 아니고, 무난하면서 스테이크라는 메뉴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를 쓰는 특별한 안심 스테이크. 담백하고 버터향 좋은 감자 퓨레와 먹으면 잘 으깨진 크리미한 감자가 소고기 한땀 한땀을 수놓듯 감싸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푸아그라는 겉이 바싹 익은 팬 시어링 스타일이라 부드럽게 몇번에 걸쳐 그 진한 꼬소함을 흘러내리듯 음미하며 먹었다.

​브뤼 치즈로 구성된 디저트 타임이었지만 치즈를 못 먹는 나를 위해 센시 셰프님이 특별 디저트를 준비해주셨다.

아직 정식메뉴로 릴리즈도 되지 않은 이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다는게 크나큰 영광. 망고주스와 생크림, 생망고와 드라이아이스를 준비해오셔서 앞에서 직접 섞어 주시는데 엄청난 연기가 내 테이블 주변을 감싸고 식사하던 사람들 모두 식사를 멈추고 시선 강탈됨ㅋㅋㅋㅋㅋㅋ

드라이아이스와 섞자마자 액체가 응고되면서 느낌은 차갑지만 먹어보면 미지근하고 머랭처럼 단단하게 응고된 부드러운 생크림과 곁들여진 달콤한 망고주스, 새콤달콤하게 씹히는 생망고와의 콜라보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진하고 입자 고운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역시 엄청나게 진득한 브라우니.......

초콜릿을 많이 먹기엔 이미 위가 부담된 상황이었다. 거창하지 않고 세련된 코스였지만,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으로 이미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힘겹게 힘겹게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기 시작..

서비스로 예쁜 쿠키와 초콜릿까지 또 덤으로 주시며 마무리.


이 때도 만족도가 높았는데 방콕에서 돌아온 뒤 다시 생각나는 몇 군데 안되는 레스토랑이다. 밤이 내려앉고 실외등이 예쁘게 켜진 그 건물 외관과, 흥겹게 나오는 팝 음악과,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내던 이탈리안 요리들. 여러모로 내 "입맛"에 참 잘 맞았던 좋은 추억.

또 가지 않을까 싶다 ㅎ 아난타라 사톤 호텔에 투숙하는 관광객이라면 다른 근처 맛집 찾아가지 말고 센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경험해보길 강력 추천 한다 :) 런치는 영업하지 않는다.


Sensi Restaurant 주소 :Soi Naradhiwas Rajanagarindra 17, Khwaeng Thung Maha Mek, Khet Sathon, Krung Thep Maha Nakhon 10120 태국

Sensi Restaurant 영업시간 : 오후 6시~오전 12시, 매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