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타이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본 기억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해 태국음식점 여러군데를 찾아다니며 한국식 팟타이도 먹어보고, 현지 요리사가 요리한다는 광화문 오피스 빌딩 지하의 식당에서도 먹어보며 익숙함을 찾아갔다.
따라서 이미 큰 감동이나 새로움을 잃어버린 권태를 약간 느끼던 중이라 방콕에서 굳이 팟타이를 꼭! 먹고 와야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미 많은 것들을 먹을 예정이었고 배도 부를 예상을 했지만, 카오산로드에 위치한 팁 싸마이라는 곳은 10명 중 9명이 극찬을 하길래 집단입맛의 파워를 믿고 한 접시만 간식 대용으로 먹기 위해 찾아갔다.
카오산 메인거리에서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고, 나는 민주기념탑을 지나 걸어갔다.
오후 5시에 오픈이라 그 전에 가도 소용 없음...
나무가 많은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40분쯤으로 오픈 전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앞에서는 쉴새없이 오렌지주스를 포장하는 모습이. 팁싸마이가 유명해진 이유는 팟타이도 한 몫 하지만 생 오렌지 주스 역시 만만찮게 유명세를 타고 인기가 많다.
서성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서 에어컨 방으로 추가 요금 내고 가겠냐고 묻길래 이게 웬 땡큐냐 싶어서 바로 수락하고 안쪽의 에어컨방으로 입장했다. 추가요금이라고 해봤자 천원 남짓한 적은 돈이라..
입장만 조금 일찍 시켜주고 주문은 5시에 받는건가?싶었는데 자리 안내와 함께 주문도 이루어졌다.
새우가 들어간 Spuerb 팟타이 한 접시를 주문했다. 이거 말고도 다른 팟타이 메뉴들이 있었는데, 새우 안 들어간 팟타이를 먹고 싶지도 않았고 계란으로 감쌌다니 비주얼적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란이 없는 새우 팟타이를 추천한다. 이유는 저 뒤에서..
소금, 기름, 땅콩가루 등등의 양념장이 한 켠에 배치되어있다.
말도 많고 칭찬도 많은 그 오렌지 주스를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얼음컵 별도 주문.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는지, 팁싸마이 고유의 오렌지 주스도 이렇게 페트로 판매를 하고 소스도 따로 판매를 한다 ㅎㅎ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들이키자, 오렌지가 아닌 생귤의 향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오렌지가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톡톡 튀는 귤의 새콤함과 잘 익은 귤향이 달콤하게 나는 편. 맛이 강해서 그런지 딱히 내 취향은 아닌 것을 깨달았다.
단맛과 신맛이 지나치게 강해서 그런지 편하게 쭉쭉 마실법한 음료수는 아니다. 생과일의 향이 여과없이 살아난 점은 훌륭하지만, 나는 그냥 편의점에서 IF 오렌지 주스를..
팟타이 베스트 프렌드인 쪽파와 숙주, 라임. 숙주는 이미 한 번 데쳐서 나오는데, 팟타이에 숙주가 충분히 들어있는 편이라 따로 넣어 먹지는 않았다.
주문한지 얼마 안되어 내가 주문한 Superb 팟타이가 뙇. 가격은 몰라 기억 안나
센 불에 강력히 조리된 팟타이를 얇은 계란 지단으로 동글게 감싼 뒤, 고수와 홍고추로 위에 나름 데코레이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젓가락으로 살짝 계란을 찢은 뒤 쫀쫀하게 볶아진 팟타이 국수를 한 젓가락 시도.
세상에 너무 맛있었다. 크루아압손에서 배 찢어져라 혼자 점심 먹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망고주스에 크레이프 케이크에 오만가지 디저트를 다 섭취한 뒤 배가 부른 상태로 기대 없이 먹은 팟타이었는데, 진짜 맛있다.
감칠맛은 다른 맛들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존재다. 살짝 산미가 감도는 팟타이의 달콤함 위에 감칠맛이 녹아들어 "맛있다"라는 감탄을 느끼게 해주는. 간도 짭짤한게 잘 맞고, 촉촉하고 부드럽고 끈기 좋은 볶음국수와 은은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부추, 아삭한 숙주, 그리고 태국 특유의 실한 새우까지.
옆에 구비된 땅콩가루 역시 아낌없이 부어준다.
팟타이에 땅콩이 들어가는 순간 맛의 방향은 새큼달큼에서 달콤고소로 바뀐다. 좀 더 맛의 깊이가 깊어진다고 해야하나.
배가 부르면 뭘 먹어도 감흥이 없는데, 이런 공식을 깨준건 팁싸마이의 팟타이가 거의 처음이었다. 홀린듯이 고개 숙이고 접시만 쳐다보며 쉴새없이 팟타이 국수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은 것 같다. 먹으면서도 계속 놀랐던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 맛이 팟타이라는 장르 중 유별난다거나 특별하다는 뜻이 아니다. 익숙한 맛이고, 크게 표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특징을 가진 요리인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
계란은 먹고 보니 느끼했다. 계란지단이 없는 편이 좀 더 부담없이 팟타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계란이 없는 팟타이를 추천. 영업을 새벽 2시까지 하는 편이니 카오산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나라면 매일 와서 야식으로 먹을듯.
먹으면서 다짐도 했다. 내가 다시 방콕에 온다면 아마 난 이 팟타이를 먹기 위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진짜로!
팁싸마이 주소 : 313 Maha Chai Rd, Samran Rat, Phra Nakhon, Bangkok 10200 태국
팁싸마이 영업 시간 : 오후 5시~오전2시,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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