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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아하고 화려한 방콕

[사판탁신] 방콕 최고의 호텔에서 즐기는 최고의 프렌치 파인다이닝, 르 노르망디 만다린 오리엔탈(Le Norman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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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콕을 왜 2016년 여름 휴가 장소로 골랐냐고 물어본다면 그 이유는 음식이라는 말 밖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 미식가들에게 훌륭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르 노르망디를 내가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짧은 여행인만큼 다양한 파인다이닝을 즐기진 못했지만, 명성이 가장 뛰어난 곳은 선방문 :)

짜오프라야강변에 위치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방콕은 전세계적인 체인으로써 고급지고 엘레강스한 분위기와 수준급 서비스로 해외 이용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라고 쓰니까 여행사 광고 카피 같은데.. 아무튼.

저녁 8시 예약으로 미리 이메일을 보내놓고 여행 2달 전부터 알러지가 있는 치즈는 빼달라, 리버뷰 테이블로 요청한다 등등 이메일을 몇번 주고 받았다. 빠른 답변으로 보여준 신뢰는 다른 식당들을 월등히 앞서가는 것.

하지만 수상버스의 알수 없는 선착장 건너뜀으로.. 나는 오리엔탈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사판탁신까지 가서 파워워킹으로 걸어가야만했다. 덕분에 5분 정도 늦어서 7시 55분쯤 호텔에 전화해서 terrible traffic 덕분에 늦는다고 노티스함.

앞서 말하자면, 이때 좀 지치기도 했고 핸드폰 배터리도 없었고 음식에 대해 세세한 맛 평가가 어려웠다. 내가 프렌치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긴한데 멍..때리는 심정으로 맛본 요리가 대부분이라 자세하게 맛 묘사를 못하는 점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고 시작하고 싶다.

​으리으리한 로비를 지나 신관에 위치한 르 노르망디를 찾아가니, 바로 입구쪽 창가 테이블에 안내 받았다.

이렇게 강변 야경을 바로 마주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조. 넘나 로맨틱한 것 ㅠㅠ

핑크빛 장미 생화가 가득 꽂힌 꽃병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조명이 정말 어두워서 사진 찍기엔 최악. ISO 높이고 그랬는데도 화질이..ㅠㅠ

​매니저의 스몰토크에 이어 나는 미리 8코스를 주문한 내용을 컨펌했고,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르 노르망디가 소개된 책자도 건네준다.

​사진을 밝게 찍어서 그렇지 어둡다. 어둑어둑하고 잔잔한 분위기.

​입구에서는 좋은 음색을 가진 그랜드 피아노를 피아니스트분이 직접 연주를 해주시는데, 연주자분이 힘을 빼고 연주해서 그런지 아니면 선곡이 가벼운 뉴에이지 위주라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고 낭만을 느끼며 강변을 바라보는 기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만다린 오리엔탈의 르 노르망디가 좋았던 이유를 꼽으라고하면 나는 아마 이 피아노 연주를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군데군데 생화로 장식이 되어있는 인테리어.

​선상 크루즈가 유유히 떠다니는 짜오프라야강의 황금색 야경. 건너편에는 고층 호텔들이 보인다. 빛무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뷰와 음악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혼자 온게 아쉽다고 느껴진 레스토랑은 이 곳이 처음.

​아뮤즈부쉬로 3가지 종류의 크래커와 토마토를 채운 바삭한 퍼프가 나왔다.

오른쪽에 보이는 3가지 아뮤즈부쉬는 바삭한 크래커 위에 견과류와 차가운 무스를 올린 것인데, 짭짤하고 새콤하고 고소하고 그런 기억밖에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나 뭐 먹은거지 ㅋㅋㅋㅋㅋㅋ

​​작은 화분을 연상시키는 플레이팅. 캐비어가 올려진 바삭한 퍼프 속에는 토마토향이 물씬 나는 차가운 무스가 들어있다. 바삭하고 고소한 퍼프와 새콤하고 부드럽게 혀 위에 녹아내리는 토마토맛이 준수하다.

어릴적 먹던 씨리얼이라는 과자와 매우 똑같이 생김. 

​식전빵 바구니에서 아무거나 하나 고른 빵. 빵은 그냥 저냥..

하지만 저 뒤에 보이는 고깔모양의 해초 버터가 예술이다. 해초를 잔뜩 넣어 만든 버터인데, 짭짤한 맛과 해초향이 물씬 나는 덕에 생버터향을 극혐하는 나도 조금 입에 대고 맛있어함.

​이 곳의 시그니처 아뮤즈부쉬. 구부려서 멋을 낸 은수저에 담은 3가지 차가운 요리가 나왔다.

죄송합니다.. 맛이 기억이 안납니다.. 크게 거슬리는 맛 없이 다 괜찮았던 것만 기억납니다 ^^... 보이는 것처럼 계란노른자 맛은 아닌게 확실함

​다음은 따뜻한 요리로.

내 기억으로는 langustine이라는 노르웨이산 랍스터~새우류를 튀겨서 sweet and sour 소스와 약간의 겨자를 섞어 먹었던. 튀긴 새우가 맛이 없을리가. 더군다나 따땃하고 바삭한 튀김옷의 텍스쳐가 이미 미각을 압도하고, 뒤따라오는 은은한 겨자향과 단맛 신맛이 공존하는 부드러운 소스까지.

​방콕와서 새우는 진짜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맛있었던 요리가 이리 한입거리였다는 사실에 눈물만..

​스틸 워터를 한 잔 주문하고

​거대한 Carabineros prawn과 청토마토/적토마토 슬라이스를 조화롭게 요리한 접시. buratta 치즈도 있어야하는데 난 미리 치즈를 빼달라고 했으니 없다. 딱히 유제품류가 없는게 더 담백하고 쫄깃하게 새우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사람 입맛은 다 다른거니까.

Carabineros는 남미쪽에서 잡히는 대하를 일컫는 말로 추정되는데, 살이 꽉 차 있고 단단하고 탱글하게 씹히는게 최상품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요리.

원래대로라면 Oscietra Caviar와 성게, 감자와 딜 요리가 나와야하는데 치즈를 빼달라는 내 요청때문인지 메뉴가 바뀌었다. 다시 봐도 무슨 재료인지 모르겠다 하하 먹을 때도 먹고 나서 바로 까먹은게 함정

​들고 마실 수 있는 작은 컵에 나온 차가운 토마토 수프.

마치 한약집에서 액기스만 뽑아낸 포도즙과 같이 진한 단맛을 내는 묵직한 느낌이 인상 깊었던.

​작은 구슬모양 파스타를 크리미하게 요리해서 위에 블랙 트러플 몇장을 올린 요리.

트러플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동글동글한 숏파스타가 어마어마하게 수준급이라 나름 잘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다. 부드럽고 짭짤한 크림소스가 저 숏파스타를 돋보이게 해주는데에 이어 부담스럽지 않은 진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평소 크림 파스타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느꼈으니 말 다함.

​블루 랍스터, 백도, 커리, 뇨끼를 사용해서 만든 요리.

아일랜드산 블루랍스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유럽에서 최고급 식재료다. 이런 부분에서 르 노르망디의 명성을 재차 느낄 수 있었는데, 살이 가득 차오른 바닷가재 집게살과  달콤하고 아삭한 복숭아와 랍스터가 이리 잘 어울릴 줄이야.

뇨끼는 뇨끼인만큼 텁텁하다. 삶은 감자같은 뻑뻑한 느낌도 나고. 같이 곁들인 소스는 태국 향신료향이 지나치게 강해 먹을 의사를 거두었다.

​John Dory 라는 흰살생선을 아보카도, 셀러리, 자몽으로 소스와 가니쉬를 만들어 같이 내놓은 요리인데, 저 소스에서 분유 맛이 나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애초에 흰살생선을 크게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굳이 먹자면 생선껍데기와 함께 바다의 향을 느낄 수 있게 한 조리법이 아니면 영..

그리고 고수향 난다.

불쾌한 텁텁함을 가진 저 분유(?) 소스에 입맛이 물려 절반 정도 손대고 남겼는데, 지배인이 달려와서 디쉬 바꿔주겠다고 난리치시는걸 뜯어 말렸다. 이때가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아직 메인도 안 나왔는데!) 새 요리를 받으면 호텔에 12시 넘어서 돌아갈 것 같았다.ㅜㅜ

​셰리와 비트루트, 베리류로 소스를 만들어 구운 푸아그라에 끼얹은 요리. 

푸아그라를 팬 프라이가 아니라 오븐에 구운 것 같았는데, 그런데로 괜찮았다. 나는 겉면이 바삭하게 익은 팬프라이식을 더 좋아하지만 향긋하고 살짝 새콤한듯 하면서도 느끼한 육류와 걸맞는 느낌을 주는 진한 소스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기름진 거위간, 그리고 지루함을 덜어주는 고소한 견과류까지 딱히 흠 잡을 곳 없는 요리.

​푸딩이나 연두부 같이 포동동하고 차르르 빛이 나는 거위 간의 단면.

누군가는 푸아그라가 순대 간이나 곱창의 곱같은 맛이라는데 그 이상이다. 난 좀 다른 것 같던데 애초에 맛이..  내장 특유의 향이 살짝 감돌면서도 곱창의 곱의 3배 정도로 진득한 고소함을 갖고 있다. 

​오늘의 메인요리는 바로 샬랑 오리다.

죽기전에 먹어야할 식재료 중 하나인 이 오리는, 대서양 인근의 브르타뉴 습지대의 중심부인 샬랑에서 서식하는 오리로써 파리에서 유명세를 타고 결국 죽기전에 must try 해볼 식재료가 되었다고 한다. 

양파를 닮은 fennel이라는 채소와 오렌지를 곁들여 먹는 구운 샬랑 오리의 가슴살이란 최고. 고소하고 다소 뻑뻑하게 씹히면서도 뒤따로오는 풍부한 지방이 밸런스를 잘 잡아낸다. 그런데 태번38에서 먹었던 오리가슴살 요리가 더 인상깊었었는데.

​디저트로 넘어가서.. 

온 몸이 오한이 들게 하는 새콤함의 생레몬 셔벗과 부드러운 딸기맛이 가득한 딸기 셔벗. 양이 많다 은근히. 이쯤 배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던 기억이 난다. 

​민트티도 추가로 한 잔 주문하고예... 속 좀 편해지라는 뜻으로.

​머랭을 비롯한 다양한 젤리, 브라우니, 크래커등이 통나무 접시에 올려져 나온다. 

크게 디저트를 챙겨먹지 않는데다가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맛도 모르고 꾸역꾸역 먹음.

​총 금액은 이정도.. 23만원쯤. 

서울에서 이 정도 명성의 (피에르 가니에르라든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챙겨먹으면 40만원은 가뿐한데, 장장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융숭하게 대접받은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생 피아노 음악과 아름다운 강변, 친절한 직원들까지 20만원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장소.

음식 맛보다는 재료의 조화, 최고급 품질의 식재료 등등에 초점을 맞추고 식사를 하면 파인다이닝 초심자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정통 프렌치는 아니고 방콕이 가진 다양한 향신료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 같아 아쉽네. 길거리에서 맡던 익힌 고수향이 좀 힘들어서 르 노르망디에서의 기분 전환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향이 쎈 부분들이 있어서 다소 불만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챙겨주는 르 노르망디의 마카롱.

장미향의 장밋빛 마카롱과 얼그레이 마카롱으로 추정한다.

왜 추정만 하냐면 받아놓고 안 먹어서..

진짜 이번 방콕 여행은 배 터질때까지 먹고 또 먹고 그렇게 다녔다. 호텔로 돌아와서 한 숨 돌려도 쉬이 꺼지지 않는 배로 차마 좋아하지도 않는 마카롱에 위 용량 투자를 하기엔 좀 그래서ㅠㅠ 

결론적으로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법한 식사. 하지만 내 취향에 맞는 파인다이닝 장소는 아니다. 좀 더 캐주얼하고, 심플한 정통 이탈리안 쪽이 나와 맞는 듯. 다음 장소는 아마 Sensi Restaurant 후기로 돌아올 것 같다. 


르 노르망디 방콕(Le Normandie Bangkok) 주소 : 48 Oriental Avenue, Bang Rak, Bangkok 10500 태국

예약 문의&홈페이지 : mandarinorien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