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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대만 여행

[중샤우푸싱] 돼지고기파볶음이 가장 기억에 남은 대만의 키키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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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을 마무리 지으러 돌아왔다.
3일의 짧은 일정 중 마지막 점심을 먹을 장소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중샤오푸싱 키키레스토랑으로 낙점. 지점이 여러군데 있는데 캐리어도 맡길겸 중샤오푸싱으러 향했다.

사실 한국인들이 좋아한다길래 삼미식당꼴 나면 어쩌낰ㅋㅋ했지만 기우였던 것으로 하자. 터무니없는 맛은 아니고 향신료가 적고 적당히 우리 입맛에 맞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곳이 좋았다. 대만 냄새로 중증을 앓고 있던 내 마음에 있어 한 줄기 쉼터이자 즐겁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던 맛집.
11시 오픈으로 기억하는데 10시40분부터 서성서성이다 입장했다.

​메뉴판은 대충 봐서 찍지도 않았고;; 대충 한국인들 많이 먹는거 시켰더니 탄탄멘 먼저 등장.

사실 딴딴미엔은 키키에서 다들 많이는 안 먹던데 압구정 크리스탈제이드에서 먹은 탄탄면이 맛있어서 다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우겨서 주문했다.

​탄탄미엔, 새우마요, 연두부튀김, 파볶음 그리고 흰 밥. 이렇게 해서 한화로 4만원쯤 나온다. 인당 만원 초반씩 돈을 지불했건 것으로 기억함. 부담가는 가격의 장소는 아니다. 아웃백보다 싸고 맛있으면 맛집이야ㅎㅎ

​탄탄면에 초점을 맞춰본다.
청경채와 땅콩가루가 올려져있고, 단단한 국수를 촉촉히 적시고 있는 소스. 꽤 먹음직한게 지금도 사진으로 보니 배가 고프다. 아침 출근길..

​대충 비벼서 한 젓가락 먹어봤는데 내가 기억하는 그 땅콩향 가득한 고소짭쪼름달콤한 맛은 아니어서 실망했다. 땅콩맛 안나고 그냥 간장으로 점성 있는 소스를 만들어 간을 한 비빔국수 맛.

다행히도 대만향은 잘 안 났지만 내가 아는 탄탄면이 아니었다.. 중화권에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상하이에서 시도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그냥 한국 크리스탈제이드에서 먹는 것으루

​새우마요. 이 중 아마 가장 비싼 음식.

그냥 새우 튀김이다 ㅋㅋ 달콤하고 레몬향나며 새콤하고 크리미한 소스가 뿌려져있는게 낯설지 않은 맛. 튀김옷이 얇아 파삭, 하며 바스러지면서 탱글한 새우가 씹힌다.

다만 소스의 달콤함이 확 두드러져 식사 중간에 먹으면 부담감이 확 몰려온다. 이 때 오이 절임이나 뭐 그런 깨끗한 맛을 가진 사이드를 시킬 걸 그랬다.

​의심 반 신뢰 반으로 주문한 연두부튀김. 자꾸 맛있다는 사람도 있고 그냥 그렇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아는 연두부는 딱히 튀겨진다고 '탈'두부할 존재가 아닌데.

정사각형 모양의 튀겨진 연두부가 12조각 가지런히 나온다.

​두부빛깔이 아니라 뽀얀 계란찜 빛깔. 톡 건드리면 탱글하게 쏟아지듯 잘리는 단면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입..

헐 맛있다. 일식 자왕무시 같다. 이거 진짜 탈두부다. 두부맛이 아니라 아주 매끄럽고 부들부들한 계란찜 같은거에 쫄깃하고 편안한 튀김옷, 그리고 익숙한 가쓰오 쯔유소스의 짭짤함도 살짝.

가쓰오부시 향까지 가미되니 완전 친숙하다. 두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식 계란찜 튀김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보면 될 것 같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놀랍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메뉴.

​내가 정말정말 기대했던 돼지고기파볶음.

세상에 파랑 간 돼지를 볶아서 밥이랑 먹을 수 있다니.. 나름 충격받은 심정에 열심히 먹어보기로 한다. 작은 크기로 갈아놓은 돼지고기와 작게 썰어놓은 실파, 간간히 보이는 빨강 홍고추와 동글동글한 춘장도 함께 볶아져서 나온다.

​쌀밥 두 그릇 주문해서 2명당 한 그릇씩.

밥 절반 듬뿍 퍼올리고 파볶음 듬뿍 올려 쓱싹 비벼먹는다. 생각보다 기대한 불향은 거의 안나서 살짝 아쉬웠지만, 짭짤한 돼지고기와 아삭하고 개운한 파가 식감 좋게 씹히기 때문에 밥과 함께 먹으니 맛이 좋았던.

남들이 싫다하는 춘장도 뭐 그리 많이 들어있는게 아니라 크게 거슬리지는 않을 정도였고, 심히 짜지도 않아 열심히 숟가락을 들고 퍼먹었다. 파향이 은은한 덕분에 돼지고기가 묻히지 않고 고슬고슬한 밥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듯.


잘 먹고 나왔다. 대만을 다시 간다면 또 갈 것 같은 이유는 바로 키키레스토랑은 상무난하기 때문에.

음식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여행을 망치기 십상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무난한 음식점은 오아시스와도 같다. 괜히 모험하지말고 익숙한 맛을 정성스레 담아내는 키키레스토랑 같은 장소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