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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대만 여행

[지우펀] 센과 치히로가 행방불명된 그 홍등거리의 야경을 필름 촬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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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없이 고른 여행지가 타이완이었지만 그 와중 설레었던 포인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홍등거리를 내가 직접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배경이라 해서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 레전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였으며 홍등거리라니, 얼마나 동양의 매력이 담뿍 담긴 장소일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스펀에서 이도 저도 아닌 짧은 지루함을 겪은 다음, 다시 루이팡역으로 가서 지우펀행 버스를 탑승하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후에 지우펀을 둘러보던데 우리는 5시가 훌쩍 넘은 시점에 버스를 탑승하게 된.. 

​루이팡역을 나오면 보이는 장소. 대만의 거리는 정확히 이런 분위기다. 낡고, 따뜻하고, 빛이 바랜 우아한 도시.

버스로 지우펀을 갈 예정이라면 탑승 장소를 잘 확인해야한다. 반드시;; 

​우리는 버스 번호만 생각하고 역 바로 앞 정류소에서 버스를 탔는데...........

​이 예쁜 초등학교를 지날 때쯤 내가 구글맵을 키고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이 버스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였던 것이다. 어쩐지 버스 기사님이 쟤네 잘 못 탄거같다.. 라는 눈빛으로 우리를 힐끔힐끔 보시더니. 결국 중간에 뛰쳐내렸는데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맞은 편을 가리키며 "지우펀! 지우펀!" 거리시는 것. 그 곳을 보았더니 정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막 도착한 것이었다. 전력질주하면서도 우리는 그 기사 아저씨에게 땡큐를 외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6시가 넘어가고, 버스 창 밖으로 해가 저무는 광경을 바라본다.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는 와중에 옆을 보면 바다가 잔잔하게 깔려있었다.

​하늘이 점점 푸르고 어둡게 변해가고, 상점거리 초입에서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다.

​잠시 멈춘 장소에서 보인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호리호리한 산자락들이었다. 바다를 감싸고 아득하게 펼쳐진 장관이 너무나도 예뻐서 미처 위로 올라갈 생각을 못하고 지우펀 초입에서 서성이다 발걸음을 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그 좁은 골목. 갖가지 음식들을 파는 상점이 즐비했는데 은은히 풍기는 한약재향을 넘어선 고약한 취두부향이 쉴새없이 몰려와 나는 코를 틀어막고 얼굴을 반쯤 손으로 가린 채로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홍등이 켜지기 전, 붉은 빛 간판만이 내 렌즈에 쏙 들어와 초점을 가로채었다.

​생각보다 지우펀은 관광객들에게 값진 기념품들을 많이 판매하는 곳이다. 값지다고 해서 값이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눈길을 끄는 촌스럽지 않은 공예품들이 좌판에 올라서있었다. 관광지 가격을 감안하였때 저렴한 편. 굳이 안 따져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홍콩에서도 판다는 그 캐리어 장식품. 이거 될 수 있으면 쓸어오길ㅜㅠ 저 윗줄의 캡틴아메리카 방패모양을 사서 캐리어에 걸었는데 기대 완전 이상으로 예뻐서 깜짝 놀랐었다. 내구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개당 2-3천원 꼴이라 서너개씩 사도 개이득. 선물용으로도 충분하다.

​지나가는 보행자들의 발걸음과 이목을 잡아끌던 것은 바로 이 크리스털 공예품이었다. 매끄럽게 휘어지는 곡선을 가진 표면이 빛을 반짝반짝 내뿜는 자태에 우리는 저절로 가게로 들어가게 되었다. 가격은 비싸다 ㅎㅎ 크리스탈인만큼 비싸고, 사실 이걸 안전히 해외로 가지고 나갈 자신도 없지만.. 너무나도 예뻐서 각종 동물과 과일, 심지어는 그 옥배추를 본 뜬 조각품 등등을 살풋 둘러보고 우쭐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처절하게 걸려있는 닭고기들. 생각보다 식당이 많다. 끼니를 거르고 와도 대충 먹을 장소는 많은데 문제는 넘나 현지식 식당들인것..

​걷다보니 금세 홍등이 켜지더라. 

​하늘이 점차 깜깜해지고, 관광객들은 점차 중앙으로 몰려 골목골목 한적한 공간들이 많이 보였다.

​말린 구아바가 인상 깊어서 찰칵. 사먹으라고 권유를 하셨지만 구아바.. 맛이 없었어요...

​해가 완연하게 지기 직전에 지우펀 가장 높은 장소에서 넋을 놓고 해변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바다 바람은 슬슬 불어오고, 거센 인파로부터는 꽤 먼 장소라 방해없이 감탄하기에 제격이었다. 해변가를 따라 촘촘히 들어선 불빛들이 너무나 낭만적이라 당장 아무나 붙잡고 한 쪽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해도 서로 감정에 도취되어 오케이를 할 지경..

​아직까지 청순하고 고고하던 지우펀의 건물들은

​해가 지고 나면 이렇게 붉은 등빛을 둘러싸고 화려하게 빛이난다. 사람이 정말 많았지만 그래서 더더욱 흥겨운 저자거리 같았던 장소. 물론 더위에 부대끼는 건 여전히 짜증은 나더라

​지우펀의 밤의 절정을 맞이하는 사람들. 

​가파르고 좁은 계단길을 서로 올라가고 내려가느라 정신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홍등밖에 없었다.

​지우펀은 참 신기하다. 그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도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면 나 혼자 고요한 공터에 서있게 된다. 가로등 몇 개의 불빛만 나를 비추고 있던 한 공터.

​처마 위로부터 자연 한 줄기도 내려오는 곳.

​​원없이 홍등거리를 구경한 뒤, 아래로 내려와 택시를 잡고 중샤오푸싱역으로 갔다. 가격은 흥정아닌 흥정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이 시내까지 얼마얼마라는 가격표를 들고 다녀 확인하고 타면 된다. 우리는 4인 기준 인당 1만원정도 지불을 하고 편하게 타고 왔다. 버스 정류장까지 힘들게 가서 또 힘들게 버스를 타고 오느니 에어컨 빵빵한 편한 택시에서 휴식을 취하자는 심정으로 ㅋㅋ

위에서 말한 캐리어 장식품.

은색인 내 캐리어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캡틴아메리카 방패! 

다음 대만 포스팅에는 중샤오푸싱의 라멘집을 소개를 하려고 한다. 이번 주말내로 전부 끝장을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