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위로 빛이 강렬하게 커튼처럼 붉은 빛으로 스며든 아라시야마의 시작
장난감처럼 색감이 변하는 아독스 컬러 임플로전 필름으로 역 주변을 찍었다
반년만에 다시 밟은 땅, 새로워진 해의 새로워진 계절
곳곳에 들어찬 관광객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모두가 찾는 이 장소에서 나도 함께 그들과 어우러져 교토에 있을 수 있다는 점
역 앞을 가로지르는 얕은 강, 휴식하는 주민들과 관광객 그리고 미처 피지 못한 벚꽃
어두운 역 안에서 빛을 담아내도록 시도하다
바닷빛과 하늘빛을 동시에 머금은 유리구슬을 손에 쥐면 신비롭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주말을 맞아 아라시야마에 놀러온 일본인들이 고맙게도 내 필름 속에 멈춰주었다.
다들 어딜 그렇게 바라보는 건지, 뷰파인더 속에서는 잡아낼 수 없는.
흙이 타박타박 날리는 길을 걸으며 대나무 아래 있었다. 햇빛이 조각조각 들어오는 모양새에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어느덧 고요한 기차길에 잠시 멈추게 되었고, 필름이 바뀌었다.
대숲 깊숙히 들어갈 수록 주변 공기는 차분히 가라앉았으며, 일렁이는 바람에도 푸르른 대나무는 미동을 하지 않았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다시, 햇빛이 조그마한 이파리들과 함께 있었다.
숲의 끝에 다다른 뒤 조금 더 걸어보았다.
외지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거주단지에서.
사람이 왔다는 소식에 얼른 뛰어나와 자신을 쓰다듬으라고 하던 한 길고양이. 그리고 그 녀석의 통통한 앞발
카메라 앞에 위풍당당하던 살집 두툼한 시바견의 귀여움에 쓰러지고 맘
미슐앤 장어덮밥을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형형색색의 예쁜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 흰 꽃을 꽂은 여자와 그 남자친구 뒤를 걸어가며.
푸른 땅거미가 완연하게 내려온 그 곳에서, 우리는 여러 관광품을 파는 작은 가게들과 등을 문앞에 걸어놓고 손님을 맞는 료칸을 지나 강을 건너 다시 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안녕, 아라시야마
내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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