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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미식도시, 후쿠오카

[텐진] 효탄스시 본점.. 먹는 내내 의문만, 솔찍헌 여우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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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많고 쇼핑거리 많기로 유명한 후쿠오카에서 정작 초밥맛집을 찾으면? 생각보다 정보가 안 나온다.

블로그는 온통 효탄스시 혹은 런치세트 5만원쯤하는 미들급 스시야. 음.. 도쿄 츠키지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스시잔마이가 있다고는 하나, 후기를 보면 후쿠오카 스시잔마이는 영 별로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꼴랑 10점 내외로 스시를 쥐어주는 스시야에서 점심을 먹고 싶지는 않고. (솔직히 10만원 미만으로 배터지게 먹을 수 있는 좋은 미들급 스시야가 서울에 많은데..)

결국 유명하긴 유명하다니 믿고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텐진에 위치한 효탄스시 본점에 방문했다. 오전 11시 오픈이라는데, 금요일 오전 11시50분쯤 찾아가니까 한 5분 대기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혼자라서 그런지 예상외로 빠른 진입 완료, 다찌 착석 완료.

​메뉴판은 귀차나서 안 찍었지만 1인당 배부르게 먹었을 시 기준 3만원 정도면 괜찮을 가격대.

우선 타마고를 주문했다. 특이하게도 샤리 위에 타마고를 올리는게 아닌, 두툼한 타마고 사이에 밥알을 끼워주는건데 개인적으로 불호.

타마고초밥의 매력은 우선 한입에 넣었을 때 탁 풀어지면서 새콤달콤한 묵직함, 또는 가벼움을 만들어내는 샤리와 바로 뒤따라오는 푹 익힌 부드러운 계란의 달콤함과 고소함을 동시에 느끼는 맛인데, 이런 식으로 초밥을 쥐면 계란을 한참 씹다가 샤리의 존재를 느낄 수 밖에 없어서 밸런스가 매우 구리다. 모양은 독특한게 그럴싸하지만 맛으로는 영.. 스시장인의 실력에 따라 리스크 편차가 클 법한 스타일이다.

그리고 타마고의 질감 역시 불판에 그을린 흔적이 상당히 남아있는 표면이라 카스테라같은 폭신보들함과는 거리가 먼.

​두번째로 연어스시를 주문.

기름진 부분이 적당히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불만없이 넘어감.

​엔가와를 시켰는데.. 응? 고급엔가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종잇장처럼 얇을수가..

지느러미살은 두껍게 썰지 않고 얇게 썰으면 꼬독함->부드러움->기름짐으로 이어지는 엔가와의 매력 순서를 밟지 못하고 그저 '꼬독함' 단계에서 식감이 머물게 된다. 더군다나 샤리 간이 강해서 이건 뭐.. 지느러미 냄새만 맡고 꺼지란건가.

​하마찌도 내가 알던 하마찌가 아닌데? 방어는 일본에서 먹는 족족 실패해버리니 앞으로는 오마카세가 아닌 이상 자발적으로 개별주문은 안 할 것 같다. 광화문에서 먹은 방어뱃살초밥이 눈물나게 그리워지던 시간.

​쓴 입맛을 잠시 정돈하며 생맥주 주문. 일본 대부분 음식점의 생맥주 가격은 보통 600엔-800엔 사이에 형성되어있다.

​그 다음으로는 참치중뱃살, 참치대뱃살, 생새우를 주문함.

오도로는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일단 보류해두고, 주도로부터 시도했다. 주도로 맛이 특별히 지금까지 기억이 나진 않는데, 참치의 선도가 그리 완벽하지는 않아 살짝 잡비린내가 감돌고 눈에 보이는 마블링에 비해 기름기가 많았었다. 맛이 나쁘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먹음. 정확히 어느 부위 잘라낸건지 상세하게 궁금하다.

생새우초밥은 한국어로 꽃새우였나 도화새우였나 이렇게 되어있는데, 단새우초밥은 아쉽게도 없어서 이것을 대신하여 시켰다. 나름 초밥 중에서 가격대가 나가던 초밥이라 그런지 생살이 실하고 단즙이 입 안에 흩뿌려짐.

​간장종지에 옮겨담고 근접 촬영한 오도로. (조명이 음식사진에 적합하진 않더라)

대뱃살인만큼 기름의 아름다운 마블링이 가득했으나, 자칫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었던 이 기름짐을 살짝 얼어버린 참치의 상태가 다 짓밟아버렸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차마 못 되어버리고 약간 얼어붙어서 서걱거린 점 덕분에 사르르 녹는 오도로보다는 씹어먹는, 혹은 빨아먹는 오도로에 가까웠음 

​생새우 머리를 튀겨서 준다. 튀기는 와중에 머리 속의 내장은 다 날아갔나봄

​민물장어가 없어 주문한 아나고.. 폭신폭신하고 달콤하긴한데 블로거들이 아나고가 짱이라고 극찬하던 그런 수준은 절대 아닌데?

네기도로는 맛있어서 2개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사 내내 김이 새버려서 걍 종료하고 나왔다.

 

사실 전반적으로 생각을 해보았다.

관광객이 몰릴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가족단위 부부단위로 가득 차있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후쿠오카 시내의 초밥 퀄리티는 결국 다른 도시보다 떨어지는걸까? 아쉽게도 내가 미들급 이상의 초밥집은 시간 문제로 체험을 못 해봐서 말은 못하겠지만..  

내가 인생에서 홍대 박용석스시가 유일하게 먹어본 스시였고 그 다음으로 시도해본게 이 효탄스시였다면 아마 난 엄청 맛있게 먹었겠지. 안타깝게도 나는 초밥에 예민한 미식가까진 못되더라도 더 나은 초밥을 몇군데 먹어봤기 때문에 실망감이 컸던게 아닐까 싶다.

이럴 때는 초밥막입이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