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후쿠오카 여행기가 끝나간다.
이틀밤을 이 곳에서 지낸 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엔 늦잠을 잤다. 덕분에 아침은 패스하고 호텔 체크아웃 후 점심을 먹으러.
내가 점심을 먹은 곳은 텐진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치카에(Chikae)라는 명란 요리 전문점이다.
100년 전 오픈하여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점심에는 특별히 한정으로 명란 정식을 판매한다.
그 런치메뉴를 겟하기 위해 오픈 10분 전인 10시50분부터 줄에 합류하여 첫 오픈 손님으로 입성.
가게가 넓어서 웨이팅이 길지는 않지만 한정인만큼 오픈시간에 꼭 맞춰가길 추천
2인 이하 일행은 다찌석에 안내해준다.
커다란 수조를 둘러싼 ㅁ모양 구조의 테이블에 앉으면 미리 준비해둔 물수건과 명란튜브를 확인 할 수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멘타이코 튜브!
밥에 쭉쭉 짜서 먹으면 되는데, 다 떨어지면 무제한으로 갖다준다. 하지만 경험해본 결과 1인1튜브면 차고 넘친다는 것 :) 명란덕후의 증언임돠
대충 이런 수조들로 꽉 찬 공간.
다양한 어종을 보아 저녁에는 사시미류 요리가 꽤나 멋있게 나올 것 같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게 흠
좌식 테이블이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한 명에게 테이블을 내어줄 한산한 가게는 아니라서.
채광이 참 좋은게 인생 음식사진 가능하겠는데?
일본인 가족들도 많이 찾아와서 좌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만엔 초반 가격대의 화정식을 주문.
이거 말고도 소바정식이 있으나 구성을 확인해본 바 별로 안 땡겨서 든든한 화정식으로. 각각 500인분씩 한정으로 판매한다.
고슬고슬한 쌀밥. 먹어본 결과 부족함 없는 양이었다.
일식 튀김도 정갈하게.
고추튀김과 새우튀김, 그리고 고구마였나?
깨끗한 기름에 청순하게 튀겨내어 기름을 바짝 털어낸 튀김기술은 역시 왜구들이 최고봉 아닐까
튀김옷이 아주 얇은 편은 아니었지만 매우 바삭하여 오히려 두꺼운게 더 감명깊게 느껴짐. 함께 나오는 튀김용 간장이 정말 완벽하게 어울려서 놀람..
꽃게가 들어간 미소시루.
개인적으로 꽃게 된장국이라니, 이 무슨 꽃게탕 같은 맛을 낼 것 같은 메뉴란 말이냐!라는 아름다운 심정으로 잔뜩 기대를 했으나..
단맛과 생강맛이 주를 이룸으로써 구수한 된장이나 꽃게 감칠맛은 없었다.
일본 미소시루 스타일과 된장의 차이가 이러한 다름을 만들어내는 듯. 밥 말아먹기 적합한 국이 아니라 가끔 입 안을 맑게 정리해주는 장국이다.
부드러운 자왕무시. 속에 다양한 재료등이 들어있으며 질감이 마치 물처럼 흘러내릴 정도의 부드러움이라 가급적이면 숟가락보다는 그냥 들고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멍청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
달큰짭짤한 흰살생선조림.
바다내음이나 민물내음은 없어서 아쉬웠지만, 담백하고 부들부들한 생선살에 데리야끼 스타일 소스를 듬뿍 묻혀먹으니 금세 순삭ㅋ
쯔께모노 한 종류.
생긴게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먹지 않았다.
화정식의 꽃, 사시미 파트.
아까미와 방어와 광어가 두세피스씩 나온다.
상상 이상으로 두툼해서 씹기에 시간이 조금 소요된다. 자그마치 7점이나 나오는 이 사시미를 포함한 멘타이코 정식이 꼴랑 1만엔대라니, 진짜 여기 안 오면 호구다 호구.
아까미의 선도라든지 방어의 기름짐, 광어의 쫄깃함 모두 더 할 나위 없이 또한 흠 잡을 곳 없이 괜찮았는데... 양이 좀 많다. 사실 질리는 감이 없지않아 있다.
좋은거 많이 주면 좋은거 아닌가? 싶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4가지 어종을 2피스씩 내놓는게 더 임팩트가 컸을 것이고 물림 없이 식사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살짝 아쉽다.
뭐 이래저래 마진 따지면.. 이 편이 최선이려나. 무튼 기대 이상의 퀄리티에 닥치고 일단 감사히 먹는다.
마지막은 역시 명란을 듬뿍 올린 쌀밥.
한국 명란과 비교했을 때 덜 짜고 살짝 스파이시함이 강해서 밥 없이 명란만 퍼먹어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명란의 고슬고슬한 알들이 끈끈히 뭉치는게 아니라,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굴러퍼진다.
조금만 더 기름졌으면 밥과 더 합이 맞았을텐데, 참기름이 없는 현실에 잠시 서글퍼짐.
그래도 급이 높고 잘 만들어진 명란임에는 변함이 없으니 튜브를 영혼까지 짜 먹으며 식사를 마쳤다.
결론은 여기 꼭 간다, 두번 간다, 또 간다.
명란도 수준급이지만 함께 나오는 식사들의 퀄리티가 서빙해주시는 분들의 기모노와 더불어 대접 받는 듯한 느낌을 톡톡히 선물해준다.
이 곳을 와서 실망하고 갈 한국인들은 적을 것 같군. 거품 잔뜩 낀 맛집이 아닌 곳이라 아주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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