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해 여행은 정말.. 무계획.. 유유자적 하고싶은거 있으면 하고 먹고싶은건 다 먹고 술도 휴식도 충분히 좋은 곳에서 취하자 이런 생각으로 무작정 왔어요.
장점은 인생 최대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돈이 왕창 깨진다는 것. 아마 4박5일 식비로 80만원 넘게 썼던 기억이..
아무튼 뭐 그렇게 계획없이 띵까띵까하러간 여행이라 신천지가 유명하다고해서 오긴 왔는데 임시정부도 하필 문을 닫았고 저녁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고해서 내 주변 구글지도를 좀 뒤져서 술집을 찾아보았다. 리뷰라고는 달랑 하나밖에 없던 한 벨기에 맥주집을 발견했는데 그 이름은 바로 The Beer Shelf라는 곳이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기로 하고 열심히 걸어갔다.
상해는 의외로 이국적이고, 멋지고, 포토제닉하다.
상해는 또 자전거가 많기로 유명하다. 비가 내려 축축해진 신천지에는 역시 수많은 자전거가 있다.
길가 옆으로는 우아한 옷과 소품들을 파는 깔끔한 가게들이 줄지어 입점해있다.
우연히 발견한 산책냥이..
맥주집 앞에도 이렇게 고양이 두 놈이 잔뜩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마침내 찾아온 The Beer Shelf는 정말 작고 작은 공간이었다.
작은 테이블 서너개만 존재하는 창고같은 장소.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봤는데 그 중 아는 맥주가 아무것도 없었다. 아는 것이라곤 벨기에 맥주들이라는 것 밖에..
가격은 대체로 병당 6-7천원 정도였나?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라 편하게 아무거나 고른게 바로 브라운에일 중 하나인 Liefmans Goudenband. 구글에 물어보니 Liefmans는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 위치한 브루어리라고 한다.
깔끔한 라벨 디자인
도수가 8도 정도로 낮지 않은 편..
기본안주로 소금 땅콩을 내어주는데 이 땅콩이 정말 수준급 맛이다.
맥주 안주로 완벽한 소금기를 머금은 땅콩인데, 저 붉은 고추와 함께 볶았는지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한 매콤함이 예술이다. 살면서 먹어온 땅콩 중 베스트로 꼽고 싶다 오래 산건 아니지만여..
맥주를 한 모금 마셔보고 또 놀랐다.
엄청나게 강렬한 산미와 탄산이 훅 올라오는데 그 정도가 장난이 아니라 처음에는 짠맛으로 느껴졌을 정도로 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또 쓴건 아니고 오히려 멀롯 와인에서 느낄법한 붉은베리향이 강해서 내가 알던 맥주가 아닌 것만 같았다.
입에 머금었을 때의 맛은 강렬하긴하지만 목넘김 자체는 매우 부드러워 드라이한 레드와인을 마실때와는 다르게 편하게 마셨다.
금세 한 병을 다 비우고 땅콩도 아직 그득하겠다 새로운 맥주를 주문했다.
크왁이라는 호박색 맥주인데.. 전용잔에 내어져나온다.
마부들이 마차에서 달리면서 마시던 맥주라고 한다.
리프만스만큼의 임팩트는 없지만 코끝에 맴도는 향이 기분좋을 정도
문제는 이 두병 먹고 만취했다는 점. 평소 일부러 정신 풀고 소주 드링킹하지 않는 이상 쉽게 취하진 않는데 이 맥주들 임팩트가 엄청나다. 더군다나 취기가 짧게 끝자미 않고 오래오래간다 ^^.... 크리스탈제이드로 비틀거리며 밥 먹으러 갔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땅콩부터 두 맥주까지 너무 훌륭한 휴식을 갖게 되어 감사하다. 어쩜 신천지에 저런 가게가 딱 있을 수 있는지.. 상해 여행은 1부터 10까지 완벽했다. 그 중 만족감 평균치를 올려준 일등공신이 바로 이 작은 맥주가게가 아닐까싶다.
글로는 별거 없어보일지 몰라도 막상가서 먹어보면 벨기에 맥주의 신선함과 진득한 탄산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니까
THe Beer Shelf 주소 : 232 Danshui Rd, Huangpu Qu, Shanghai Shi, 중국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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