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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

[잡념] 방콕의 필름 몇 장, 그리고 언젠가는 꼭 쓰고 싶었던 소량의 글 특별한 것을 만나면 그 순간이 활자가 되어 머리속에 줄글로 나열이 된다. 몇 가지를 풀어 얘기해보자면, 밑바닥부터 치밀어오르는 색 짙은 뜨거움 덕분에 가슴에도 뿌리가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몇 번 고비를 넘기면 자연히 온 몸 구석구석으로 분해될 것에 굳이 물을 주어 아주 기른 것은 내 자신인지 당신인지 모르겠다. 마주치기 전 해볼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며 당신을 찾아 헤메던 순간들 역시 객관적인 글이 되어 박혔다. 정작 당신과 내가 맞닥뜨릴 기회는 우리 삶의 모든 기회 중 0.001%에 불과한 횟수일텐데 그를 미처 생각지 못한 이유를 변명해보자면 나는 그저 꿈을 꾸는 것이라 생각했다. 꿈이 뭐겠나. 이유와 증명 없이 새벽의 무지개처럼 발현하는 사건이 되어 날 찾아오리라 생각해버린 것을. 이 식.. 더보기
[압구정] 프렌치를 먹어야겠다면 여길 가자, 비스트로 드 욘트빌(Bistro De Yountville) ​서울에서 프렌치를 먹어본 기억은 많지 않다. 파인다이닝의 경우는 해외에서 종종 겪었고, 서울에서 기억나는 프렌치는 태번38과 꼼모아, 라플랑끄, 비스트로 루즈 등등이 있는데 대부분이 정석 프렌치 다이닝보다는 좀 더 편안한 비스트로에 가깝지만 가격은 존나게 비싼st 였지. 클래식한 프렌치는 방콕에서 두어번 경험한게 마지막이다.그 중 라플랑끄는 돌이켜보면 정말 다시 갈 곳이 못 된다. 가격이 싸다고 쳐. 근데 싸다고 맛 없는 것을 먹기엔 내 하루가 아깝다. 질긴 스테이크와 누린내 나는 닭고기 등등을 먹자고 그 이해 안가는 난이도의 예약과정과 웨이팅을 감내하고 싶지 않다. 싸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면 차라리 맥도날드 세트를 먹는게 낫다.라플랑끄를 가느니 비스트로 드 욘트빌을 가는게 낫다는 심정으로 적는 오.. 더보기
[이대/대현동] 일본 골목의 스시집 같던 후쿠스시 그리고 올 겨울 첫 번째 후토마끼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은 때론 아주 편하다. 어느 식당의 어느 메뉴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그 음식이라는 존재가 반가운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뿌빳퐁커리를 좋아한다. 만약 내가 파전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술집에서 뜬금없이 메뉴판에 뿌빳퐁커리를 써놓았다면 나는 원래의 목적인 파전과 예기치 않은 수확인 뿌빳퐁커리를 둘 다 시킨다는 이야기다. 사전조사나 소문에 관계없이 주문하게 되는 음식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을 것이다.올해는 외식보다는 방에서 술을 조금씩 자주 마시며 자급자족을 했다.그래서 작년에 비해 꽂힌 음식이 없긴한데, 2017년이 끝나가는 와중 후토마끼와 개연성 없는 사랑에 빠졌다. 프라하에서 한국인이 쥐어준 캘리포니아롤을 먹고 그 다음 날 다시 찾아가서 먹고 그렇게 롤을 .. 더보기
[방배동] 심심할 때 한 번씩 들리면 좋은 비스트로 뽈뽀 ​2017년 하반기에 상암동 트라토리아 몰토의 셰프 한 명이 비스트로 뽈뽀로 옮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신난 사장님은 일요일 심야식당도 열고 메뉴 개편도 하고 여러모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줬던 뽈뽀. 메뉴 개편 이전에 방문했던 후기를 적는다. 어쨌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메뉴들이니 큰 뒷북은 아닌 것 같아서.. 뽈뽀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는 블로그 어딘가에 있으니, 구구절절한 사족은 오늘은 패스하고 깔끔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다.​회사 근처라서 퇴근 후 방문하기 용이한 위치. 방배역에서 내방역을 지나 쭉 올라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발걸음은 하지 않는다. 퇴근하면 그저 집에 가서 씻고 쉬기에 바쁘니.. 이제는 점심 장사도 하니까 점심에라도 종종 가면 좋은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방배역 모스버거도 멀.. 더보기
[Natural] Le Coste Fizzicante, 오늘의 내추럴 와인 잊고 싶었지만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온 자연주의 와인의 시궁창 냄새와 처절한 금요일 밤이 내게 준 것은 한 주간의 지난 고통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수박에 소금을 뿌리고 나는 행복에서 아픔을 찾는다. 입 안에 보글거리는 포도주를 한 모금 머금고 맛으로 만들어 삼키고 향으로 만들어 숨을 쉬었다. 애를 써서 대충 볶은 식사는 달콤한 감자와 생선의 알을 넣고 훈연한 파프리카 파우더, 그리고 실파를 버무려 맛있었으나 재빠르게 식었다. 실크천으로 닦아 빛이 나는 얇은 와인잔에 보랏빛 물이 들었다. 모든 묘사가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맥주를 따듯 펫낫 와인의 뚜껑을 벗기고 실연을 겪듯 오늘을 살았다. 발목을 조금 더듬거려보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쇠들이 만져진다. 나의 하루는 눈으로 훝으니 너무 많은 것들이 마음.. 더보기
[White] 간만에 이탈리아 화이트, 마리오 스키오페토의 프리울라노 2011(Mario Schiopetto) 이탈리아 와인과 어색한 관계가 된지 일년 정도가 흘렀다.와알못 시절에는 이것저것 마셔보느라 이탈리아의 포도주들도 북부 남부 중부를 가리지 않고 마셨었는데, 이제는 좀 더 취향이 settle down 되어서 내가 원하는 와인을 어느 지역에서 구해다가 마실 수 있는지 아니까 굳이 이탈리아쪽을 더 찾아마시진 않았다.그러다보니 이탈리아에서만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와인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요즘 몇 병을 구비했는데, 그 중 스타트를 끊은게 바로 이 마리오 스키오페토의 프리울라노. 마리오 스키오페토는 프리울리 지역 화이트와인의 문익점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는데.. 1900년대 중반에 스틸탱크를 들여와서 북동부 지역의 화이트와인의 스타일을 멋지게 변화시켜서 지금까지도 잘 대접 받고 있는 와이너리라고 들었다. .. 더보기